● SPC그룹-대한제과협회 골목상권 공방전대형마트 직영 빵집 등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대상 제외 논란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 소규모 프렌차이즈 '빵굼터' 운영"이권 위해 갈등 키워" 주장도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
말 많고 탈 많던 제과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최근 "이달 말에서 늦어도 음력 설(2월10일) 전까진 대형 프랜차이즈 제빵 업체인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를 포함해 제과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업체와 대한제과협회는 지난해 말부터 첨예한 대립을 벌여왔다. 지난해 초 재벌가 딸들의 빵집전쟁에서 시작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프랜차이즈 빵집으로 옮겨간 상황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곳은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다. 각각 업계 1, 2위로 규모가 가장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뚜레쥬르가 갈등에서 발을 빼면서 파리바게뜨는 홀로 제과업계과 피 터지는 공방을 벌여왔다.

이후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2월27일로 예정된 제과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을 한 달 뒤로 연기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양측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을 들여다 봤다.

협회, 무분별한 확장 비판

파리바게뜨-대한제과협회 간 갈등의 단초는 대한제과협회가 지난해말 기자회견을 열어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대한 비판을 쏟아 내면서였다. 당시 타깃으로 지목된 파리바게뜨(SPC그룹)와 뚜레쥬르(CJ푸드빌)는 즉각 대응에 나서며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CJ푸드빌은 금세 손을 들었다. 대한제과협회의 가맹점 확장 자제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며 한 발 물러난 것이다. 결국 동네 빵집-프렌차이즈 빵집의 대결구도는 파리바게뜨-대한제과협회로 옮겨가게 됐다.

이후 양측은 계속해서 협상을 시도했다. 그러나 진전은 없었다. 매번 협상 때마다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자리를 떠야 했다. 이처럼 접점이 보이지 않자 대한제과협회는 급기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단체 활동에 나섰다.

단체의 정식 명칭은 '파리바게뜨 비상대책위원회'이다. 파리바게뜨를 상대로 총부리를 정조준한 셈이다. 대한제과협회는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제과협회는 파리바게뜨의 무분별한 가맹점 확장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2008년 파리바게뜨의 가맹점은 약 1,762개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최근 3년여간 무려 1,300여개의 가맹점이 더해져 현재 총 3,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파리바게뜨가 가맹사업을 개시한 1988년 이후 21년 동안 증가해온 것과 같은 수의 가맹점이 지난 3년간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얘기다.

대한제과협회는 이 과정에서 나타난 파리바게뜨의 영업행태도 꼬집었다. 협회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잘 운영하고 있는 동네 가게에 찾아가 파리바게뜨로 상호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바로 옆에 파리바게뜨를 입점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방식으로 가맹점을 늘려왔다고 한다.

SPC, "협회가 성장 동력 차단"

제과협회의 주장에 대한 파리바게뜨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서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이미 동반성장위 협상을 통해 제과협회 측에 충분히 상생 의지를 보였고 여러 방안들을 제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제과협회 측이 제과프랜차이즈업체의 성장 동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 한다는 게 파리바게뜨의 주장이다.

파리바게뜨는 사업구조상 출점 자제가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뚜레쥬르의 경우 CJ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일부 사업부문이지만, 파리바게뜨는 SPC그룹의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주요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리바게뜨에게 신규 출점 금지는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남은 기간 협상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한다. 동반위에서 한달의 시간을 준 것을 최적의 접점을 찾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제과협회가 보다 넓은 시각을 갖고 대화에 임한다면 파리바게뜨 역시 상생에 대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협상 타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협회장, 이권 위해 갈등 초래?

이들 공방에서 눈 여겨 볼 점은 이마트의 데이앤데이, 롯데마트의 보네스베, 홈플러스의 아티제, 블랑제리 등 대형마트 및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빵집 910곳에 대해서는 적합업종 지정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협회가 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빵집은 동네 빵집에 위협이 안 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맹점 위주인 프랜차이즈는 각 가맹점주가 자영업자다. 따라서 직영으로 운영되는 대기업 빵집이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에서 빠진 것을 두고 업계에선 '알맹이가 없는 협상'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이 이권을 위해 논란의 선봉에 선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이 70여개의 개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브랜드 빵굼터의 대표이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프랜차이즈의 대표가 프랜차이즈를 몰아세우며 동네빵집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모양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제과협회가 프랜차이즈에 대한 근거없는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소규모 프랜차이즈 '빵굼터'를 운영 중인 김 회장이 협회 회원간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며 "협회는 동네빵집의 몰락 주원인이 서비스ㆍ품질 경쟁력 저하에 있는데 오히려 프랜차이즈를 매도하는 포퓰리즘 방식을 쓰고 있다"고 규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은 빵굼터는 공동 브랜드로 개인이 만들어 개인이 판매하는 말 그대로 동네빵집이고 인테리어나 원재료 구매를 강제하는 행위가 없어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