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검찰총장은 누구?"인선 문제 놓고 협상"소문 당선인의 개혁 의지 부담감에 고사 의사 밝힌 인물도 있어외부인사는 조직장악 어려워 현직 인사 선임 가능성 높아 차동민·김진태씨 등 유력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지금까지 공백 상태인 검찰 수장 인선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복수의 총장 제청 대상자를 천거받은 후보추천위는 대상자에 대한 인사검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총장 인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추천위가 직접 인사 검증 동의를 요청하고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총장직 고사 의사를 밝힌 인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드러낸 데 따른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외부인사 중에서 선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그렇게 될 경우 검찰 개혁을 앞두고 조직 장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따라서 현직인사를 총장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장 인선과 관련해 "인수위가 검찰과 인선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검찰이 국정 운영에 협조하는 부분과 조직의 안정과 관련해 인수위 측에 검찰 내부 분위기와 입장을 적극 피력하고 있다는 말이 인수위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유력한 후보는 누구?

인수위는 기존의 관행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신임총장을 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수ㆍ서열을 크게 뒤섞지 않는 수순에서 총장 임명이 추진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후보군을 살펴보면 제청된 15명중 검찰 현직 간부가 8명이다. 연수원 14기 출신자는 김진태(61ㆍ경남 사천) 대검차장, 채동욱(54ㆍ서울) 서울고검장, 노환균(57ㆍ경북 상주) 법무연수원장, 김학의(57ㆍ서울) 대전고검장 등이 있다. 연수원 15기 인사는 길태기(56ㆍ서울) 법무부 차관, 최교일(51ㆍ경북 영주) 서울중앙지검장, 소병철(55ㆍ전남 순천) 대구고검장, 김홍일(57ㆍ충남 예산) 부산 고검장 등이다.

또 변호사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시변, 공동대표 이헌ㆍ정주교)'은 현직 길태기 법무부 차관과 명동성 변호사 등 2명을 제청대상자로 천거했다. 일각에서는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과 길태기 차관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소속 클린정치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남 전 지검장은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됐으나 본인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총장 후보 추천을 마감한 직후 추천된 15명가량의 후보들에게 인사 검증을 해도 되는지 여부를 묻는 인사검증 동의 요청서를 발송했다. 검찰 재직 시 '강골검사'로 이름을 날린 남 전 지검장은 한 시민단체에 의해 추천됐지만 검증 동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한명관 이창세 주철환도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이 김홍일 고검장과 길태기 차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는 아무래도 이들이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추천위에서 최종 5명으로 축약을 했다는 말이 들린다.

추천위는 이들 중 3명 이상의 후보자를 추려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고 다시 장관은 검찰총장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유력 후보들과 장애물

인수위 소식통들에 따르면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13기), 김진태 검찰총장 직무대행(14기)이 유력하다. 차 전 고검장은 1959년생으로 경기도 평택이 고향. 제물포고 서울대 법대. 대검 공보관, 서울지검 특수2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차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나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경쟁에서 밀려 옷을 벗었다.

차 전 고검장의 처 이모부는 박 당선인의 후보 시절 법률특보인 정인봉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하지만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 전 고검장의 경우 법조계 평판은 좋지만 청문회에서 재산 문제(처가의 재산), 정 전 의원과 관계, 김앤장 근무 경력 등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 직무대행은 검찰 고위간부 중 유일한 경기고 출신으로 통솔력과 친화력을 인정받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서는 김 직무대행이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 이후 단기간에 조직을 추스른 점을 감안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MB정부 관련 핵심 사건을 다룬 인사를 다시 중용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김 직무대행의 성향에 비춰 정부보다 조직을 우선시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향후 검찰 개혁에 협조하지 않거나 반발해 조기 퇴진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다.

김 직무대행이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가까운 점은 총장 인선에 유리한 측면이지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채동욱 고검장도 후보군에 들어 있지만 검찰총장과 대립해 사표를 냈다가 반려된 부분이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소병철 고검장은 호남 출신으로 탕평 인사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호남색이 짙은 게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밖에 인수위가 총장 인선을 놓고 검찰 측과 물밑조율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인수위가 총장 인선과 관련해 검찰 내부 인사들의 의견을 듣고 있으나 검찰 측은 검찰 개혁이라는 걸림돌이 있는 이상 인선에 적극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 개혁을 위해 임명된 총장이라면 조직 장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검찰 측은 조직의 개혁을 최소화하고 신임 총장이 내부에 칼을 겨눠야 하는 부담이 없어야 총장을 중심으로 한 조직의 안정화가 가능하다고 인수위 측에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인수위가 검찰 개혁을 최소화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 대구ㆍ경북(TK) 몫으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를 지명했다가 낙마한데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역시 TK인사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런 점이 인수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차기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해 검찰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