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총수들의 주택이건희 회장 이태원 자택 공시가 118억원 '가장 비싼 집'여전히 강북 거주 비율 높지만 2000년대 이후 강남 이주 움직임 뚜렷해져

이건희 회장의 이태원 자택/연합뉴스
고급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밀집한 데다 학군과 교통여건까지 좋은 강남은 일반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재계 총수들은 어떨까? 지난달 27일 재벌닷컴이 자산 순위 상위 50대 그룹 총수들이 소유하고 있는 단독 및 공동주택(아파트, 빌라 등)을 조사한 결과 2000년대 이전에 비해 강남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들의 강남 사랑 늘어나

재벌닷컴에 따르면 재계 총수가 소유한 주택들 대부분(59채, 75.6%)은 강북에 위치해 있었다. 강남에는 23.1%(18채), 경기지역에는 1.3%(1채)의 총수 주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여전히 강북에 살고 있는 총수들이 많지만 2000년대 이전과 비교해 강남 이주 움직임이 뚜렷해진 것은 분명하다. 주요 그룹 본사의 이전과 상권 변화 등에 영향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동별로 살펴보면 한남동에 위치한 총수 주택이 23채(29.5%)로 가장 많았고 성북동(19채, 24.4%)이 뒤를 이었다. 그밖에 도곡동과 서초동이 4채씩, 장충동이 3채, 그리고 논현동, 청담동, 방배동, 이촌동, 가회동 등이 2채씩 소재했으며 삼성동, 압구정동, 사당동, 구기동, 화동, 신문로 등에도 1채씩 있었다.

한남동과 성북동의 선호도가 높은 것은 주변 경관과 지리적인 장점 때문으로 읽힌다. 한남동은 북으론 남산, 남으론 한강을 끼고 있어 풍수지리상 배산임수를 갖춘 명당으로 꼽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현대차 정몽구 회장, 구본무 LG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의 주택이 하얏트 호텔에서 이태원로에 이르는 남산 중턱에 밀집해 있다.

성북동 부촌 또한 서울 도심에서 가깝고 자연경관이 수려해 총수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청와대 옆 삼청동 길을 따라 삼청터널을 거쳐 대원각까지 현정은 현대 회장, 조석래 효성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등이 살고 있다.

총수들의 주택 형태는 단독주택이 많다. 단독주택이 58채(74.4%)였고, 나머지 20채(25.6%)는 아파트나 빌라 등 공동주택이었다.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독립적인 주거 형태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예외도 있다. 허창수 GS 회장은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고,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은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호텔에서 생활한다.

이건희 회장 주택가격도 1위

재벌닷컴에 따르면 50대 그룹 총수가 소유한 주택 가격(2012년 공시지가 기준)은 2191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총수 1인당 평균 가격은 43억원이었고 1인당 평균 1.6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부자의 상징인 이건희 회장이 50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비싼 집에서 살고 있으며 보유한 주택 재산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건희 회장은 이태원동, 삼성동, 서초동 등에 자신 명의로 가지고 있는 3채의 주택 공시가격 합계액이 263억1,000만원을 기록해 가장 많았다. 이 회장의 이태원동 소재 주택은 토지 및 건물 공시가격이 118억원을 기록해 50대 그룹 재계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단일주택 중 가장 높았으며 삼성동 소재 주택 또한 99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밖에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서초동 소재 트라움하우스 5차의 경우 2012년 공시지가는 45억5,200만원을 기록했다. 국토해양부가 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트라움하우스 5차는 가장 비싼 공동주택 자리를 지켜왔다.

신춘호 농심 회장은 자신 명의로 소유한 이태원동과 한남동에 소재한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85억7,000만원에 달해 2위에 올랐다. 신 회장이 소유한 이태원동 단독주택은 이 회장 집과 인접해 있어 한때 조망권을 두고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다.

허영인 SPC 회장은 부인과 공동으로 소유한 한남동 단독주택과 청담동 공동주택 가격의 공시가격 합계액 81억1,000만원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다만 자신 소유의 주택가격만 계산된 다른 총수들과 달리 부인과 지분을 반씩 공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허 회장 소유의 주택 가격은 40억원 안팎으로 평균치보다 오히려 적었다.

이명희 회장의 한남동 소재 단독주택은 73억4,000만원으로 4위를 차지했고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은 한남동 단독주택 41억7,000만원, 청운동 소재 단독주택 25억원 등을 합친 공시가격 총계가 66억7,000만원에 달해 5위에 올랐다.

이어 구자열 LS 회장이 63억5,000만원, 김승연 한화 회장이 61억9,000만원, 조석래 효성 회장이 60억원,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이 59억2,000만원,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59억1,000만원의 순으로 많았다.

이들 외에도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56억4,000만원,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이 55억6,000만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51억6,000만원을 각각 기록하며 50억원 이상의 주택을 지닌 총수들 명단에 합류했다.

반면, 조양호 한진 회장이 살고 있는 구기동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9억2,000만원에 그쳐 50대 그룹 총수 중 최저가를 기록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18억1,000만원), 유경선 유진 회장(19억3,000만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19억9,000만원), 이순형 세아 회장(21억원), 윤세영 태영 회장(21억3,000만원)도 50대 그룹 총수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