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 사장 연임 행보에 잇단 악재 돌출"실적 부진에도 꼼수 연임 수백억대 공장 매각 등 의혹" 노조, 퇴임 요구"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 회사 측, 법적 대응 계획노조, 공개 토론 공식 제안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위치한 KT&G 본사.
조만간 연임이 확정되는 민영진 KT&G 사장이 연이은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조가 각종 의혹을 들고 앞길을 막아선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최근 KT&G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ㆍ연맹까지 나서 민 사장과 관련된 의혹 해명을 요구하고 있어 자칫 민 사장의 연임 행보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추위 위원=사장 친위대"

민 사장의 연임에 적색경보가 켜진 것은 지난 5일, 노조가 성명서를 통해 민 사장의 퇴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민주노총 한국인삼공사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민 사장이 정권 교체기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꼼수 연임'을 강행하고 있다"며 민 사장의 퇴임을 요구했다.

노조는 퇴임 요구의 이유로 우선 실적부진을 들었다. 노조에 따르면 KT&G의 영업이익은 민 사장이 선임된 이후 21.1% 감소했다. 자회사인 인삼공사는 지난해 3ㆍ4분기 매출 -24.1%, 영업이익 -63.1%의 부진을 기록했다. 실적부진의 배경으로 노조는 무리한 자회사 인수와 해외사업 진출을 들었다.

서울 사옥.
그러나 KT&G 관계자는 "2009년도 그룹 매출은 3조6,264억원에서 2012년도 3조9,402억원으로 성장을 이뤘다"며 "특히 홍삼 사업의 경우 2009년 7,467억원에서 2012년 8,319억원으로 매출이 약 12%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노조는 연임 과정도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민 사장은 지난달 23일 KT&G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3년 임기의 사장으로 내정됐다. 그리고 이달 말 주주총회에서 연임 의결을 앞두고 있다.

노조는 사추위 위원 대부분이 '사장 친위대'라고 말한다. 민 사장이 영입했거나 직간접적으로 민 사장과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한 심사를 위한 외부인사는 철저히 배제돼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민영화 상태… 외압 있을수 없다"

이와 관련, KT&G 관계자는 "KT&G는 2002년 정부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 완료해 완전 민영화된 기업이기 때문에 외압이나 입김은 있을 수 없다"며 "독립된 사추위가 규정대로 엄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평가해 후보자 선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민영진 사장
노조는 민 사장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도 제기했다. 먼저 민 사장 재임 기간 중 나인드래곤즈홀딩스를 통해 수백억원대 청주공장을 매각한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또 KT&G 자회사인 KGC라이프앤진의 광고용역회사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1실장의 친인척인 권영재씨가 사장으로 있는 상상애드윌을 광고업체로 무리하게 선정해 90억원대의 광고를 몰아 준 의혹도 내놨다.

이밖에 노조는 ▲중동수입상을 통한 밀어내기식 담배 수출 및 수천억원대 악성채무 발생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의혹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를 무리하게 인수해 부실을 초래한 점 ▲국민연금 등 500억원을 투자해 중국에 6년근 인삼회사인 '길림한정유한공사'를 설립했지만 중국정부가 판매를 불허해 회사자금 및 공적자금의 막대한 손실을 끼친 점 ▲정관장 가맹점에 대한 횡포 의혹 ▲명동 레지던스호텔 용역 관련 의혹 등을 도마에 올렸다.

토론 제안에 회사 "가치도 없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감사위원회 등에서 의혹들을 확인한 결과 명백한 허위사실로 드러났다"며 "실체가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악의적인 행위에 법적 조치 등으로 단호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초 성명을 발표한 날로부터 9일 뒤인 지난 14일. 노조는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비리의혹 제기 이후 상상애드윌이 ▲실적도 없는 신생회사이면서 80억원이 넘는 KGC의 광고대행 계약을 따냈으며 ▲주요 고객은 KT&G의 계열사인 KGC라이프앤진 한 곳뿐이며 ▲권영재 상상애드윌 대표는 패션, 복식분야의 전문가로 광고 분야 경력이 전무하며 ▲권영재 대표가 솔로몬 저축은행 사건으로 징역 1년3월형을 받은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1실장과 처남매형 사이라는 점 등이 추가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민노총 산하 인삼공사노조가 제기한 의혹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고, 특히 상상애드윌에 실체적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회사의 주장대로 '근거와 실체가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면 각 언론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토론회를 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KT&G 관계자는 "악의적인 허위사실을 근거로 공개토론을 요구하는 것은 일고의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