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움츠렸던 친노 '기지개'문재인 칩거 끝내고 상경… 의정 활동 등 활발한 행보 조직적 또는 개별적으로, 대선 패배 책임론 반박하며, 안철수 책임론도 거론

문재인
친노(친 노무현)가 다시 움직인다.

지난해 12월 대선 패배 후 한동안 움츠려 있던 친노가 봄과 함께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친노는 당장 5월4일로 예정된 정기 전당대회에서도 당권 쟁취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표직에서 전격 물러났던 이해찬 전 대표는 대선 패배 후 공식적인 활동이 거의 없지만 영향력만은 여전하다는 게 민주통합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언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 2일 워크숍 때도 참석하지 않았으나 여건이 만들어지면 언제든지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 민주당 대선후보다. 대선 패배 후 비주류 측에서 의원직 사퇴 압력까지 받았던 문 전 후보는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주로 부산 지역구에 머물러왔다. 문 전 후보도 이 전 대표, 한명숙 전 대표와 함께 워크숍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문 전 후보가 2월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문 전 후보는 최근 서울로 올라와 활동 방향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손학규
문 전 후보가 칩거를 끝내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정중동이 더 길어질 경우 대선 패배 책임론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계파의 재기를 위해서도 문 전 후보가 더는 가만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친노계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친노계 의원들이 거침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부는 친노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정면으로 반박함과 동시에 안철수 전 후보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경협 의원은 워크숍 때 "뼈를 깎는 반성을 너무 해서 민주당이 뼈가 없는 정당이 되고 있다. 친노, 비노 프레임이 대선 패배를 불렀다"며 친노 책임론에 크게 반발했다.

이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태년 의원도 대선평가보고서를 통해 친노 책임론에 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안철수 전 교수의 대선후보 당시 미숙한 사퇴 결정이 야권 지지자들을 정서적으로 통합시키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됐다"고 안 전 후보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민주당 산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정책연구원의 보고서 작성이야 일상적인 활동 중 하나라 특별할 게 없지만 문제는 내용이었다.

'안철수 현상의 이해와 민주당의 대응 방향'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는 "안철수가 안철수 현상을 담을 만한 그릇은 아니었다"며 "안철수 개인이 민주당에 입당해 당 쇄신을 주도하게 될 경우 내부 혼란이나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의 '책임 작성자'는 이 전 대표의 측근이다.

이처럼 친노가 조직적 또는 개별적으로 반격에 나선 것은 비주류에게 더 밀리면 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가 이대로 가만 있겠냐. 전당대회 때도 직계는 내세우지 못하더라도 대리인 성격을 띤 후보를 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 대표 등 친노 핵심들이 전대를 염두에 두고 유력 후보 물색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차기 당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친노로서는 비주류에게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전대를 앞두고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친노를 바라보는 비주류는 영 못마땅하기만 하다.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소속 의원 127명 가운데 범친노라 할 수 있는 사람만 60명은 될 것"이라며 "나머지를 모두 합쳐도 간신히 주류와 엇비슷한 숫자가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식통은 "친노의 반발로 전대준비위원회에서 결정했던 4월 초 전대 개최 안도 5월4일로 변경되지 않았냐. 전대 세부 룰을 놓고 친노와 비주류가 치열하게 다툴 것은 당연하고 경우에 따라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싱크탱크' 도 움직인다

동아시아미래재단 정치인 양성 아카데미…손 기반 확대 포석

최경호기자

민주당 상임고문의 싱크탱크도 움직인다.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조만간 정치 지망생을 위한 아카데미를 구축해서 체계적으로 정치인을 양성하는 활동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1월15일 부인 이윤영씨와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난 손 고문은 오는 7월쯤까지 사회복지와 노동문제 등을 공부할 계획이다. 비행기를 타기 전 손 고문은 "지난해 경선 때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를 발표했는데 사실 부족한 게 있었다. 저녁이 있는 삶을 완성해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이던 200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당내 경선에 출전했다 고배를 들었던 손 고문은 향후 행보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을 완성해서 돌아오겠다"는 손 고문의 발언을 4년 뒤 대선에서 한 번 더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4년 뒤 대선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손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 3년 뒤 총선 등을 염두에 두고 손 고문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모노리서치가 지난 15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차기 리더를 묻는 항목에서 손 고문은 14.0%로 박원순 서울시장(21.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손 고문은 50, 60대와 새누리당 지지 응답자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았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