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권, 朴 주변 흔들어 정국 주도 노린다

민주통합당이 새 정부 핵심인사들의 비리를 조사해 집중 공격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21일 열린 정홍원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연합뉴스
"인수위 주요기관 개편 野공세 완충 위해 미뤄" 친박계 주변 분석
민주, 분위기 뒤숭숭 불구 '정국주도권 확보'엔 단결
"친박 핵심인사들 보직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민주당 타깃될 것" 정치권 일부 전망
검·경수사권 추후 논의 등 권력기관 개혁 축소에 朴 쇄신의지 퇴색 비판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식을 앞두고 야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선패배 이후 조직정비를 서두르고 있는 야권은 박근혜 정부 초반에 정국의 기선 제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친박계 인사들이 핵심요직을 부담스러워하며 고사한 것도 야권의 향후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인사청문회다. 청문회에 나가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고, 문제로 여기지 않았던 것들까지 문제로 지적돼 창피를 당한다.

그나마 험난한 청문회를 거쳐 요직에 임명되면 다행이다. 뭇매는 맞을 대로 다 맞고 청문회에서 고배를 마실 경우, 차라리 현재 위치라도 보존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다. 설사 박근혜 첫 정부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 정부 출범의 '촛불시위'에서 보듯 야권의 총공세에 얼마나 자리를 버틸 지도 의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정부 부처및 청와대 핵심 라인업이 거의 완성되기는 했지만 박근혜식 인사를 둘러싼 비판여론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야권이 친박 핵심인사들을 겨냥해 비자금 조성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할 계획이라는 루머가 정치권에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대선 숨은 수훈갑 위기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주요 기관의 개편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막을 내린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국세청ㆍ검찰ㆍ국정원 등 핵심 기관에 대해 뚜렷한 개혁안을 내놓지 못한 현실을 꼬집는 것이다.

이같은 비난과 관련, 친박계 주변에서는 "인수위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야권의 공세를 완충하기 위해 핵심기관 개편을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야권이 친박계 핵심 인사들에 대해 비리 의혹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기관들에 친박계 인사를 심을 경우, 초반 국정 운영에 대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통합당 내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선에서는 패배했지만 정국 주도권은 빼앗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당 내부 분위기가 '대선 패배책임론'과 '계파간 갈등' 그리고 '당 쇄신' 등으로 어수선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카드로도 '정국 주도권'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치권 소식통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측근들이 연루된 비리 의혹을 건드려 청와대를 흔들고, 주도권을 뺏어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친이계와 친박계가 갈등을 빚었던 과거 한나라당 시절에 사정기관으로 넘겨진 친박계 인사 비리파일을 다시 들어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파일들 중 일부는 친이계에서 작성된 것으로, 그만큼 신뢰도가 높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나아가 박근혜 정부의 조언 그룹, 숨은 실세 그룹, 자금지원 그룹 등으로 나눠 공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들과 향후 정국운영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인물을 추려 리스트화 하고,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파일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 중 민주당이 비리 인사로 지목할 인사로는 경북지역에서 친박 몰표에 공을 세운 C씨와 박근혜 지원 그룹의 핵심으로 지목된 적이 있는 S씨, 지난 4ㆍ11 총선에서 친박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K씨 등이 꼽힌다.

또 박근혜 당선인의 친인척 등 측근 그룹도 민주당의 공격 사정권에 안에 들어가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측근들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적지 않다"며 "측근들의 여러 의혹들을 조사해 정황이 확보되면 즉시 문제를 삼고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리와 관련된 제보와 첩보는 민주당 쪽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주식시장도 살펴보고 있다. 대선을 전후해 급등락한 '박근혜 관련 주식'에 측근들이 관여돼 있으며, 주가 조작 의혹도 있다는 첩보 때문이다. 민주당은 첩보를 바탕으로 해당 의혹을 정리해 의심되는 '박근혜 수혜' 종목과 지분 변동 여부를 현미경식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기관 조직개편 미뤄

당초 정치권에서는 인수위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 국세청 검찰 등 주요기관의 조직 개편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개편은 생각보다 더디다. 핵심 보직 인사에 난항을 겪으면서 모든 부분에 신중해진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친박계와 여권 주변에서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정권 초반에 민주당의 공세가 예상되는 만큼 초반부터 개편을 서두르는 것은 핵심라인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어 개편에 시간을 둘 것이라는 전망이다.

개편을 하게 되면 핵심 조직에 친박 인사가 우선 배치될 것은 자명한데, 자칫 야권의 공격에 핵심인사가 걸려들면 앞날이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주요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핵심인사와 함께 엮일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정부조직 개편에 이어 장관 인사 청문회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박근혜 정부의 연착륙 징후가 확실해진 뒤 개편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인수위가 보여주는 행보는 5년 전 이명박 정부 출범 인수위와 많이 다르다. MB 정부 인수위는 주요 기관장에 노골적으로 사퇴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요 기관 수장들 중 일부는 인수위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위는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사의를 표명해 주는 것은 달가운 일이지만, 지금 민주당 주변에 떠도는 소문을 감안하면 일단은 구 정권 인사가 바람막이가 돼 주길 바라는 듯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한 인사는 "친박 핵심인사가 정부의 요직에 앉고 말고는 크게 고려할 사항이 아닐 것"이라며 "친박 핵심인사들은 무조건 민주당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칫 핵심 인사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흔들기에 성공하면 새 정부는 결국 민주당의 눈치를 보거나 타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이와 관련,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이 눈에 띄게 후퇴한 것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검찰 등 권력기관의 개혁방안을 내놓으면서 검찰 개혁을 강조했다. 공약집에 무려 4페이지를 할애하며 검찰 개혁의 세부 방안을 내놓았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국민을 위한 검찰로 바르게 세우겠다"는 강한 의지도 뒤따랐다. 하지만 인수위가 지난 21일 발표한 국정 과제에는 검찰 개혁방안은 단 한 페이지뿐이다. 앞으로 예상되는 민주당의 공세와 관련, 주목되는 대목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