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역구만 독자 후보, 안 전 후보는 지원 유세'형태 취할땐 신당 창당… 올해 넘길 수도'창단 전 연구소 형태의 싱크탱크 만들 것' 전망도

야권 분열 책임론 확산되면 공멸, 10월 재보선 넘길 수도

금태섭 전 안철수 대선캠프 상황실장은 최근 JTBC와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는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창당할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신당 창당에 적극적인 의견을 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으나 금 전 실장의 발언은 ‘안철수 신당’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안 전 후보 측은 지난 대선 기간 정당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럼에도 ‘안철수 신당’이 이른 시일 내 현실화되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안 전 후보가 당을 만든다면 이는 곧 야권 분열로 이어지게 되고 그럴 경우 민주당과 안 전 후보가 공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논리다.

여야간 1대1 구도로 치렀던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은 잇달아 고배를 들었다. 1대1 구도가 만들어져도 여권은 버거운 상대다. 그런 마당에 야권이 둘로 나뉜다면 참패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안 전 후보 측의 고민도 여기서 비롯된다.

친박연대처럼?

대선 기간 안 전 후보를 지지했던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은 최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후보가) 미국에 오래 계시는 것은 이미지에 좋을 것 같지 않다”며 “물론 개인 사정이 있겠지만 정치를 하시겠다면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백지장도 맞드는 모습으로 같이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슬그머니 가셔서 피해 계시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본인 이미지나 야당 전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정 고문은 이어 안 전 후보의 신당 창당과 관련해서는 “안 전 후보가 만약에 신당을 만든다면 야당이 둘이 되고 여당이 하나가 되기 때문에 야당의 필패가 된다”며 “이것을 막으려면 우리 민주당이 혁신해서 안철수씨를 공동대표로 영입해 더불어 나가야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전 후보를 민주당의 공동대표로 영입하자는 정 고문의 주장은 차제에 당의 간판을 바꾸자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친노(친 노무현) 한계론과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따라 안 전 후보 측이 4월 재보선 때는 일부 지역구에만 독자적으로 후보를 낸 뒤 안 전 후보가 지원 유세를 펼치는 방식으로, 10월 재보선 때도 정식 정당이 아닌 과거 친박연대와 같은 형태로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안철수 신당’은 10월 지나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후보 측은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가 최대 목표”라며 “10월에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 중 상당수가 수도권과 호남이라는 점도 안 전 후보 측의 구미를 당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회찬 이재균 전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의 김근태(충남 부여ㆍ청양) 김동완(충남 당진) 박덕흠(충북 보은ㆍ옥천ㆍ영동) 성완종(충남 서산ㆍ태안) 심학봉(경북 구미갑) 윤영석(경남 양산) 이재영(경기 평택을) 조현용(경남 함안ㆍ의령ㆍ합천)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의원, 민주당의 배기운(전남 화순) 신장용(경기 수원을) 이상직(전북 완산을) 의원, 무소속 김형태(경북 포항남ㆍ울릉), 통합진보당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의원 등 총 16명이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했다.

4월 재보선 지역으로 확정된 노회찬 이재균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과 부산 영도를 제외한 14곳 중 7곳이 수도권과 호남이다. 만일 이들 14곳 모두 10월에 재보선이 열린다면 그 결과는 정국에 메가톤급 파괴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안 전 후보가 독자적으로 이들 지역에 후보를 내 돌풍을 일으킨다면 민주당의 입지는 크게 좁아진다. 한편으로는 ‘야권연대만이 살 길’라는 명분하에 민주당과 안 전 후보 측이 10월 재보선 때 힘을 합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창당 전 싱크탱크?

안 전 후보가 큰 틀에서는 창당도 고려하겠지만 그 전 단계로 연구소 형태의 싱크탱크를 만들 거라는 전망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복귀할 때 아시아태평양재단을 설립했던 것과 비슷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최근 안 전 후보가 강인철 전 법률지원단장을 미국으로 불렀던 것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강 전 단장은 안철수 재단 설립의 실무를 주도했던 인물로 안 전 후보의 복심(腹心) 중 한 명이다.

“안 전 후보의 입당은 민주당의 혼란만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주류와 달리 안 전 후보를 바라보는 비주류의 심정은 간절하기만 하다. 비주류는 안 전 후보가 어떤 형태로든 야권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해주기 바라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비주류가 한꺼번에 안 전 후보 쪽으로 옮겨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5월4일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지 못한다 해도 당을 박차고 나오기에는 명분이 너무 약하다. 탈당할 경우 “당권을 잡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불만의 표출”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후보 측에서 창당을 운운하는 것은 민주당을 압박하는 전술로 볼 수도 있다”면서 “안 전 후보의 창당이나 비주류의 탈당은 야권 분열이라는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현실화되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안 전 후보가 처음부터 민주당과 함께 가지 않고 독자적으로 가다가 추후 민주당 내 비주류를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 창당 작업은 의외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싱크탱크는 창당의 전 단계일 뿐만 아니라 추후 안 전 후보가 대선에 다시 뛰어들 경우 정치적 기반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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