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물이 범람하는 해에 '대통령선거 출마'

인간의 길과 흉을 결정하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 속에 오행이 있기 때문인데, 지난주(2,466호) 지면을 통해 설명한 '왕회장'의 사주를 놓고 보자(3월 4일자에 사주가 있으니 여기서 따로 사주는 적지 않겠다).

인간으로 태어나면 누구에게나 생년월일시가 있는데 그 생년월일시가 곧 사주팔자가 된다. 사주(四柱)는 네 기둥을 말하고, 네 기둥에 천간(天干ㆍ왕회장의 천간=丁, 庚, 丁, 乙)의 네 글자와 지지(地支)의 네 글자(丑, 申, 亥, 卯)로 이뤄진 것을 팔자(八字)라고 한다.

왕회장의 팔자를 오행으로 바꿔보면 자연현상이 나온다. 그 자연현상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풀어보면 혜(亥)월의 경(庚=金)이 밭 전체를 춥게 만들어 식물이 추위와 비에 젖어 있어 살아가는 데 문제가 있다(좀 복잡하지만 조금만 참고 읽으면 오행의 참맛을 알게 된다).

그 문제점을 해결하는 글자를 용신(用神ㆍ사주에서 필요로 하는 신)이라고 하고 문제점을 일으키는 글자를 흉신(凶神ㆍ사주를 나쁘게 하는 신)이라고 한다(사주풀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용신과 흉신을 찾아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주풀이는 신의 움직임을 풀어내는 학문이다).

역학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좀 더 쉽게 풀어보자. 양력 11월의 추운 날에 밭에 가보니 바위에서 물이 나오는 바람에 나무가 젖어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을 丁(火), 이 조그만 불이 乙(木)의 조력으로 추위를 면하게 하고 있다.

추위를 모면하게 하는 丁이란 글자가 이 밭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핵심이 임진(壬辰)년이나 계사(癸巳)년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될까? 壬(水)과 癸(水)년이 오면 물이 불어나기 때문에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실제로 1992년 임신(壬申)년을 맞아 왕회장이 대통령선거 출마를 결행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왜 그렇게 되는가? 壬(水)이 申(金)의 도움을 받아 물이 범람하는 해를 맞아 丁을 물로 공격해 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왕회장은 선거 기간에 말실수를 많이 했다. 말실수를 오행으로 풀어보면 壬이 말이 되기 때문인데 말뿐이 아니라 부하들의 실수도 많이 따랐다(역학에서 말과 부하는 같은 것으로 보는데 이것을 전문용어로 풀어보면 식신과 상관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을 좌우하는 재벌이 대권에 도전했지만 본인을 받쳐주는 해가 되지 않아 그 다음해(癸酉)에 그룹이 해체될 뻔하는 위기를 맞았다. 순간의 판단착오로 인해 왕회장은 김영삼 정부에서 모진 고난을 받다가 갑술(甲戌)년을 맞이한다.

임신, 계유년의 모진 비바람에 시달리던 밭에 甲(목)이 오니 장마가 끝나고 화창한 날씨가 온 것과 같아서 이 그룹의 고난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는다. 만일 전두환 시절 같았으면 국제그룹처럼 그룹이 해체되고 말았을 것이다.

재벌의 판단착오는 이와 같이 엄청난 손해를 가져올 때가 많다. 이런 길과 흉의 시기를 아는 것은 역학밖에 없다. 그 어떤 학문에서도 흥망성쇠의 시기를 정확히 논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종교인들도 두루뭉실하게 '이렇게 하면 인생이 어떻고', '저렇게 하면 인생이 어떻다'고 말하기는 한다. 그러나 정작 재운이 오면 인생에 문제가 생기고, 관운이 오면 모함이나 파직된다는 그 시기를 논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역학에서는 시간에 따라 財, 官, 印, 比, 食(오행)이 올 때 변화를 정확하게 나눠 길운인지, 흉운인지를 가려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학을 모르기 때문에 판단착오 속에 살아간다.

인간의 운명과 관련해 혹세무민하는 집단이 수없이 많고, 또한 역학을 역술로 폄하하는 자들도 부지기수다. 또 역학을 폄하하는 집단은 수없이 많았지만 지면을 통해 과학적, 천문학적으로 풀이해 대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역학을 다른 말로 제왕학(帝王學)이라고도 한다. 모든 학문의 우두머리란 뜻인데 역학을 자연으로 보면 재벌, 정치인, 문화인 등 모두가 일반인과 똑같다.

하지만 사주에 재물이란 그릇이 다르고, 또 재물이 언제 들어오고 언제 나가는 시기를 몰라서 대부분 성공했다가 망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두세 번 하다 보면 인생이 끝나간다. 성공은 일어날 시기에 일어나고 주저앉을 시기에 주저앉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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