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연찮은 CJ그룹 MRO사업 입찰인터파크에 매각 이후에도 IMK, 삼성 그늘 아래에우선 협상자인데도 CJ그룹 입찰서 고배

CJ그룹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업체 선정과정에서 삼성그룹 관계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가 최종 배제된 것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특히 이는 '한 가족'에서 '남보다 못한 사이'로 변한 삼성그룹과 CJ그룹의 거리 두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돌연 KT커머스 선정

CJ그룹 MRO업체 입찰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다. 2010년부터 CJ그룹의 MRO를 전담해왔던 웅진홀딩스가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서며 CJ그룹의 새 MRO업체 찾기가 시작됐다.

격렬한 입찰전 끝에 웅진홀딩스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 것은 KT그룹의 MRO업체인 KT커머스였다. KT커머스는 CJ그룹의 통합구매대행사로 선정돼 CJ제일제당, CJ E&M, CJ오쇼핑, CJ GLS 등 32개 계열사에 총 4만여 개 품목을 제공하게 됐다. 계약기간은 2년이고 총 거래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예상된다.

KT커머스 측은 "해당 수주건은 지난해 진행된 구매대행사 선정건 중 최대 규모로 국내 내로라하는 MRO업체들이 대부분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며 "이는 KT커머스 MRO사업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우선 협상자인데 탈락 왜?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입찰과정에서 인터파크계열 MRO업체인 IMK가 배제된 것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MRO업계 선도업체인데다 해당 입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여타 경쟁업체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던 IMK가 떨어진 것이 석연찮다는 반응이다.

우선협상대상자란 경쟁입찰에 참여한 여러 업체 중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1차로 추려진 업체로 일정 기간 우선적으로 매각협상에 임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이 가장 좋은 조건을 이미 제시했다는 의미인 데다 배타적 협상기간 동안 발주기업과 제반 조건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어 최종낙찰자로 무리 없이 선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IMK의 입찰 탈락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은 "삼성가 유산소송 이후 깊어진 삼성-CJ그룹 간 갈등의 골이 이번 일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매각 후에도 '삼성 꼬리표'

IMK 본사
본래 삼성그룹의 MRO 계열사였던 IMK는 2011년 인터파크에 매각됐다.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에 부응하기 위해 삼성그룹이 자사 MRO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 입찰을 거쳐 인터파크에 넘긴 것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등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IMK 지분 48.7%를 인터파크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H&Q 제2호사모투자전문회사, 벤처기업협회 등에 넘겼다.

문제는 이미 인터파크 계열사로 들어간 지 1년이 넘었음에도 IMK가 여전히 삼성그룹의 그늘 아래 있다는 점이다. 삼성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다는 점, 고위 임원들 상당수가 삼성출신 인사들이라는 점, 삼성그룹의 IMK 보유지분이 10%가 넘는다는 점 등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인터파크는 IMK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5년간(2012~2016년) 총 9조9,000억원 상당의 삼성그룹 거래물량을 보장받았다. IMK에서 올해 목표로 제시한 2조5,000억원의 매출 중 80%가 넘는 2조500억원이 삼성그룹 물량일 정도다.

또한 박병주 IMK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해 임원 상당수가 삼성그룹 출신이다. 삼성에버랜드 출신의 박 사장과 안종환 전무(영업본부장), 삼성물산 출신의 조민준 상무(구매본부장)와 윤태산 상무(인프라사업부장), 삼성전자 출신의 김용성 상무(전자계열 사업부장)과 김정호 기타비상무이사 등 삼성그룹의 다양한 계열사 출신 인사들이 주요 직책에 포진해 있다.

인적, 사업적 관계가 여전히 깊은 만큼 IMK을 삼성그룹과 완전히 떼어놓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삼성가 유산소송 이후 삼성그룹과 불편한 관계가 된 CJ그룹이 자사 MRO업체 선정과정에서 IMK에 불이익을 줬다고 하는 일각의 지적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CJ그룹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같은 지적에 대해 CJ그룹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CJ그룹 측은 "IMK가 입찰과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맞다"며 "하지만 이후 협상 과정에서 물량, 시기, 부수적 서비스 등 당초 (IMK 측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입찰과정에서 배제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CJ그룹 측은 "삼성과의 불편한 관계가 이번 입찰에 미친 영향은 전혀 없다"며 "누가 어떤 의도로 이런 소문을 흘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CJ그룹 측의 설명에도 여전히 의혹은 남는다. IMK는 웅진홀딩스 이전에 CJ그룹의 MRO를 전담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LG그룹계열 MRO업체인 서브원과 업계 1, 2위를 다투는 업체다. 경험도 능력도 있는 데다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업체가 2년간 400억원 규모의 입찰을 따내기 위해 무리한 조건을 내세우다가 결국 탈락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협상대상자에까지 올랐다가 탈락할 경우 시장 선도사업자로서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고 이후 응찰에도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점도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IMK 측은 "서로 조건들이 안 맞았을 수는 있지만 선도업체인데 설마 능력이 부족했겠느냐"며 "우리는 잘 모르니 정확한 경위는 CJ그룹 측에 알아봐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