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단계 사건 최고의 전문 검사, 편법수사 논란 재점화 조짐조희팔 사건 피해자들 "해당 검사가 결정적 증거 무시시간 끌다 조씨 해외 도피 및 사건 장기화 초래했다" 주장대구지검 특수부 직접 나섰지만 서울중앙지검서 재수사 요구

장기화되고 있는 수조원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 수사가 미미하지만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조희팔 사건 수사는 경찰이 진행해 왔으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검찰이 전담하고 있다.

검찰이 조씨의 행방을 본격적으로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조희팔 사건을 수사했던 이모 검사의 수사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검사는 '대한민국 최고의 다단계 전문 검사'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그의 수사 성과가 과연 제대로 평가된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 검사의 수사를 문제삼는 이들은 다름 아닌 다단계업체들의 피해자들이다. 이 검사가 수사한 피의자들이 수사를 문제삼는다면 그것은 당연한지 모른다. 하지만 이 검사가 처벌한 다단계 업체의 피해자들이 이 검사의 수사를 문제삼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문제제기는 검찰이 조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향후 조씨에 대한 검찰 수사 방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씨의 범행은 전국에 10여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 등으로 고수익을 낸다며 2004년부터 5년 동안 4만~5만명의 투자자를 끌어 모아 3조5,000억~4조원 규모의 돈을 가로챈 역대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범죄다.

검찰과 피해자 엇박자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이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의 파면을 요청해 논란이 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검찰이 조씨를 직접 수사하게 되면서 검찰이 과연 희대의 사기꾼을 구속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검찰수사에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조씨 사건 피해자들에 따르면 조씨 사건은 검찰의 초기 대응미비가 뼈아픈 사건이다. 초반에 제대로 수사했다면 조희팔 사건이 결코 장기화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피해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말하자면 당시 사건 담당 검사인 이 검사가 피해자들의 결정적인 제보를 소홀히 다룸에 따라 결과적으로 조씨와 그 일당이 해외로 유유히 빠져나가도록 돕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검사는 조씨 사건 이외에도 적지 않은 다단계 사건을 수사한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불법다단계 수사 전문가로 알려졌다. 그런 이 검사가 조씨 사건을 제대로 처리 못한 것을 두고 여러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조씨가 달아난 사건 초반 검찰 주변에서는 "이 검사가 조씨를 놓친 것이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다. 검찰 내부에 조희팔의 조력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과 이 검사는 이 의혹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으나 나중에 검찰 내부에도 조씨의 자금이 흘러 들어간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때문에 검찰의 조희팔 부실수사가 과연 실수였는지 의문이 따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희팔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김광준 검사 조희팔 자금 수수 파장에 이어 또 내부 문제를 다시 거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관련된 내부 문제가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검찰이 조씨 사건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단체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측은 조씨 사건의 장기화에 이 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바실련의 한 관계자는 "이 검사는 우리가 조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와 조희팔 조직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제공했는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며 "이 검사는 대한민국최고의 불법다단계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그의 수사 방식에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비단 바실련 측의 주장만은 아니다. 이 검사가 수사했던 다른 다단계 업체의 피해자들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중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이 검사는 피해자들에게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임을 강조하며 협조를 요구하지만 그의 수사 방식은 매우 문제가 많았다"며 "우리가 조사 받을 때 이 검사는 피의자 구속을 위해 피해자들에게 증언을 짜 맞추도록 했고, 재판 때 증언을 어떻게 할지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다단계 업체의 피해자도 이 검사의 수사를 문제 삼았다. 이 피해자는 "검찰이 조희팔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나섰지만 제대로 할지는 의심스럽다"며 "이 검사의 수사를 보면 제대로 수사할 지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피해자들에게 '피의자를 구속하도록 필요한 증언을 해주면 업체로부터 못 받은 돈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유혹한 뒤 피의자를 구속하고 수사가 끝나면 연락도 안 받고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피해자는 자신이 몸담았던 다단계 업체 사장이 구속되고 업체도 분해됐지만 아직도 돈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 직접 수사 성과 낼까

대구지검 특수부(김기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조씨의 자금을 관리한 혐의(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전직 대구경찰청 소속 경찰관 임모(45)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임씨 등은 2008년 8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조씨의 측근인 강모(51·중국도피)씨의 부탁을 받고 다단계 사기사건의 범죄수익금 6억원을 넘겨받은 뒤 한 상장기업의 주식을 사들여 범죄수익을 숨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숨긴 범죄수익금은 수사기관에 붙잡히기 직전 처분돼 특정되지 않은 계좌로 빼돌려졌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임씨 등의 범죄행위와 별도로 조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차명계좌에 범죄수익금 3억3,000여만원을 보관한 이모(37)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임씨는 조씨의 범죄수익을 숨긴 뒤 조씨 측과 사이가 틀어지자 경찰 수사에 협조했고, 이 때문에 조씨와 그 측근 등으로부터 협박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씨 등이 조씨의 측근 등으로부터 범죄수익금을 넘겨받아 숨긴 것이 확인된 만큼 조씨와 측근 강씨 등에 대해 추가로 기소 중지했다. 이에 앞서 조희팔 사건을 수사하던 대구 성서경찰서 소속 정모(38) 경사는 임씨가 조씨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자 임씨에 대한 조씨 측의 오해를 풀어주겠다며 중국으로 도피한 조씨 일당을 찾아가 골프접대와 향응 등을 제공받았다가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지난 1월 말쯤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 3만여명은 조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투자금 640억원을 원자재(고철) 수입사업에 빼돌렸다며 피해자들이 횡령·배임 혐의로 조씨를 고소한 사건을 조사부에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 사건을 경찰청과 대구지방경찰청 등에 수사지휘 해왔으나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검의 직접 수사를 요구했다. 지금까지 경찰을 수사 지휘해 조사하던 검찰은 사건고소장을 접수함에 따라 이를 조사부에 배당하고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피해자들은 "대구지방경찰청이 사건을 졸속 처리하고, 오히려 담당자가 중국으로 넘어가 수사정보를 넘겼다"며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검에 이 사건의 재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민사소송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으로 도주한 조씨는 2011년 12월 현지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사망 사실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소재를 추적 중이다. 조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광준 검사가 조씨 측근과 기업체, 사건 관계자로부터 10억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기도 했다.

편법수사 논란 이모 검사 일문일답
"피해자들의 증언 사실과 달라… 수사 절차와 시스템 이해 못해 오해"



검찰에서 다단계 수사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이모 검사는 최근 자신과 관련, 다단계 업체 피해자들 사이에서 여러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 검사는 <주간한국>과 전화통화에서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과 함께 "피해자들이 수사의 메커니즘과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오해"라고 해명했다. 다음은 이 검사와의 일문일답.

-다단계 피해자들 사이에서 이 검사와 관련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워낙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에 사건 수사를 두고 다른 의견을 내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수사 담당자로서 단언컨대 제대로 수사를 안 한 부분은 없다. 그리고 특정인들을 배려한 수사도 일절 하지 않았다."

-최근 한 다단계 업체 피해자들이 이 검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그분들이 무엇을 문제 삼는지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 수사는 경찰 광역수사대에서 수사를 하고 검찰로 송치한 사건이다. 기본적으로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검찰이 조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검찰에서 따로 더 보태거나 뺀 것은 없다. 경찰 수사 내용 그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해 처리한 것이다."

-과거 수사했던 다단계 업체 피해자들, 특히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 사이에서 이 검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다. 조희팔 사건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참 답답할 뿐이다. 대구에서 발생한 사건을 내가 부천에 근무할 때 피해자들이 사건을 알려왔다. 하지만 그 사건은 특수부에서 할 사안이 아니라 형사부 등에 고소ㆍ고발건으로 처리해야 할 건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하라고 했을 뿐이다. 절차가 있고 취급부서가 따로 있는데 내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후 내가 대구에 내려가게 됐을 때는 사건을 조사해 관련자들을 처벌했다."

-조사했던 다단계 피해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피의자를 사법처리하기 위해 증언을 짜맞추기하고 특정 증언을 요구하며 그렇게 해주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소리다. 과거 JU사건 조사 때도 그 피해자들이 그렇게 주장해 감찰조사를 받았는데 그때 이미 사실무근으로 결론 났다. 지금 여러 다단계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내용들도 비슷한 것 같은데, 이는 업체 조직 내부에서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또는 다른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본인이 수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적어도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그런 문제는 절대 없었다. 수사를 혼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다 보고 듣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수사가 가능하겠나. 수사 내용은 다 기록하게 돼 있는 것 아닌가? 또 지금까지 다단계 수사를 하다 보면 관련자들도 많고 내부 이해관계도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수사를 놓고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한다. 일부에서는 거짓말을 만들어 수사가 마치 청탁수사나 부실수사인 것처럼 포장하기도 하는데 그런 식으로 수사를 했다면 나는 지금까지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