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사 수장들, 새 정부발 '인사태풍' 에 좌불안석우리금융 이팔성 회장과 KDB 강만수 회장… 매끄러운 교체 예상사정기관 압박 분위기도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
금융지주사 수장들이 좌불안석이다. 새정부 출범에 따라 연쇄 인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MB 인맥으로 분류돼 온 회장들은 몸을 바짝 낮추고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다.

, , 등이 대표적인 MB 인맥들이다. 이 가운데 KDB금융지주나 우리금융지주는 매끄러운 수장 교체가 예상된다. 각각 국책은행, 정부가 대주주인 지주사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김 행사가 비교적 자유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KB금융지주는 다르다. 그래서 정부는 사정기관을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은 이를 '다치기 싫으면 제 발로 걸어 나가라'는 무언의 경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정부의 인선 기조는 '새 술은 새 부대에'다. 따라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직ㆍ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있는 장관급 정부기관장이나 공기업 사장들은 알아서 짐을 싸는 분위기다. 실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도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도 사의를 표한 상태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여기에 MB의 현대건설 인맥인 이지송 LH공사 사장이나 주강수 가스공사 사장, 정승일 지역난방공사 사장 등도 사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이미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도 도중하차를 선언했다.

새정부의 인선 기조의 가장 큰 걸림돌은 MB인맥으로 분류되는 금융지주회장들이다. 미소금융재단을 비롯해 금융기관장 인선 과정엔 대통령이 직접 입김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 회장직은 다르다. 주주총회를 통해 선출되기 때문이다.

MB인맥으로 통하는 금융지주 회장은 , , 등이 대표적이다. 강 회장은 MB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았을 만큼 대표적인 '친 MB그룹'으로 분류된다. 이 회장과 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려대 인맥이다.

따라서 이들 회장은 선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도 이런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그럼에도 해당 회장들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함께 지난 정권의 '금융 4대 천왕'으로 군림해왔다.

임기 만료 코앞, 정부 완강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현재 이들 회장의 임기는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어 회장은 오는 7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 회장과 강 회장도 내년 3월까지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수장 교체보다 임기를 끝까지 채우고 교체하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이들 회장들도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만일 MB정부와 함께 중도 퇴진할 경우 낙하산 인사였음을 자인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새 정부의 입장이 단호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MB인맥' 금융권 수장들은 자리를 보존하기 어려우리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올게 왔다'는 분위기

KDB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고 우리금융지주는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정부가 인사에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다. 업계에서 강 회장과 이 회장의 교체는 시간 문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KB금융지주다. 입김을 불어넣을 구실이 마땅치 않아서다. 따라서 정부는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을 동원해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인다. 실제 최근 국세청은 국민은행에 고강도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금융감독원도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종합감사를 진행 중이다.

금융권은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정기관을 통해 수장의 사임을 간접 압박해 왔고, 그 때마다 지주사 회장들은 직원들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이번도 과거와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B금융지주는 정기적인 감사나 조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는 6년 만에 하는 정기 조사이고, 금감원 역시 사전에 예고된 감사를 하고 있는 것뿐"이라며 "어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사정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은 신한ㆍ하나금융지주 수장은 인사 태풍에 휘말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비교적 정치색이 옅은 편"이라며 "금융권에선 임기 내 수장 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