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어로즈-홍성은 회장 '주주 지위 공방' 2라운드 돌입하나대한상사중재원 지난해 '주식 양도'결정히어로즈 "홍 회장 주주 권리 포기 현금으로 갚을 것"홍성은 회장 "도와줬더니 구단 변심 경영 관여할 생각 없어"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
주주 지위와 관련해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과 의 공방이 지난해 마무리됐음에도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넥센과 홍 회장 간의 다툼이 2라운드로 들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양측 분쟁의 핵심은 홍 회장의 히어로즈 주주 지위 인정 여부다.

홍 회장은 2008년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던 히어로즈 구단에 20억원을 건넸다. 이후 이를 두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홍 회장은 그 돈이 지분 양수를 전제로 한 투자였다며 주식의 40%를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고, 히어로즈 구단 측은 그 돈이 단순 대출금이라고 맞섰다.

대한상사중재원 중재 판정부는 히어로즈 구단이 제기한 홍성은 회장 주주 지위 부인 신청에 대해 "히어로즈 구단의 본신청을 각하하고 히어로즈 구단은 홍 회장에게 발행의 액면금 5,000원인 기명식 보통주식 16만4,000주를 양도하라"고 지난해 12월 18일 결정했다.

중재 판정부가 양도하라고 한 16만4,000주는 히어로즈 구단이 발행한 41만 주의 40%다.

분쟁의 핵심 다른 기준

히어로즈는 홍 회장의 주장에 반발하며 지난 5월 대한상사중재원에 홍 회장의 주주 지위를 부인하는 중재신청을 제기했다. 중재원의 판단에 대해 대체적으로 히어로즈 측이 완패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히어로즈는 중재원의 판단을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12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상사중재원으로부터 홍 회장의 넥센 히어로즈 주주지위가 최종적으로 부인됐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히어로즈가 중재판정부의 판정을 수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히어로즈는 홍 회장이 주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재원이 홍 회장의 투자금에 대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구단 내 지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히어로즈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아니라고 했다는 것이다.

히어로즈 구단은 주식을 양도하라는 중재원의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홍 회장 측은 중재 도중 주주 지위 부인에 대한 반대 신청을 주식 양도 청구 신청으로 바꿨다. 주주 지위 부인 신청에 대한 중재원의 각하 판정은 홍 회장 측이 주주 권리를 포기했기 때문에 내려진 것"이라며 "주주가 아니니 주식을 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히어로즈 구단은 "원금에 이자를 더해 현금으로 갚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이 주식 양도 불가를 외치는 것은 구단 실소유권과 운영 때문이다. 2011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넥센 주식 41만 주 중 이장석 사장이 66.83%(27만4,000주)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돼 있다. 나머지는 남궁종환 부사장, 조태룡 단장, 차길진 구단주대행 등 4명이 나눠 갖고 있다.

히어로즈 구단이 중재원의 판정에 따라 주식 40%를 넘기면 홍 회장은 구단 경영에 참여하게 될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최대주주가 돼 주인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은 히어로즈 구단이 지분 40% 이전 판정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을 통해 중재 판정을 강제 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의 판정은 법원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어 강제력과 구속력을 가지기 때문에 강제집행 할 경우 히어로즈 측은 다소 불리한 입장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타협할 생각 없어

히어로즈 구단은 홍 회장 측의 입장에 대해 "대한상사중재원이 언급한 주식 양도는 강제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구단 관계자는 "법률전문가들은 주식 양도의 경우 넥센 히어로즈의 이사회 등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법률적으로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주식양도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단 측은 "홍 회장 측이 주식양도 문제를 제외한 사안에 대해서 명확한 의향을 밝히고 (투자금 상환에 대한) 협의를 요청한다면 협상에 임할 예정"이라면서도 "그 외 다른 사항에 대해 요구할 경우 일체 응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히어로즈 구단은 이장석 대표이사가 총 발행주식의 66.83%(2012년 6월 감사보고서 기준)를 소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박지환(24.39%) 씨, 3대 주주는 남궁종환씨다.

히어로즈 측의 방침에 대해 홍 회장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홍 회장은 "진실에 대한 논의 이전에 내가 이런 일에 휘말린 자체가 매우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진정성의 가치를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급할 때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어떻게 이리 다를 수 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 회장에 따르면 주식 취득 등과 같은 조건이 없이 자금난에 처한 히어로즈에 단순히 돈을 건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홍 회장은 "어려웠을 때 앞도 뒤도 안 돌아보고 무조건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사람들이 이제 상황이 좀 나아지니까 그 돈의 성격을 탈바꿈시키는 것은 도덕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업은 절대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초심을 지키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양심을 속이면 돈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히어로즈는 프로야구단 운영을 위한 자금 조달 차원, 즉 대여금이며 주식 양도 계약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히어로즈 측은 "중재판정부는 홍 회장을 구단의 주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며 "홍 회장의 자금을 투자금이라는 성격으로 해석했다면 당연히 그의 주주 지위를 인정했을 텐데, 실제로는 주주 지위를 부인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주주가 아닌 홍 회장에게 주식을 교부할 이유가 없다는 게 히어로즈 측의 주장이다.

히어로즈는 이어 "중재원에서 홍 회장의 주주 지위를 부인한 만큼 주식교부는 물론 주주로 경영에 참가시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은 아직도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 회장 측은 "히어로즈의 주장은 중재원 판정에도 따르지 않겠다는 상식 밖의 행동"이라며 "중재원의 판정은 단심재로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으며 심지어 판정 내용을 왜곡해 언론 등에 전파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판결문 표지에는 "이 중재판정에 관하여서는 적법한 관할권이 세계 각국의 어느 나라에서도 그 확인 또는 집행이 가능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홍 회장은 "나는 당초 투자를 할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구단의 경영에는 일절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혀 왔고 실제로 관여한 적도 없다"며 "그런데 히어로즈는 내 투자금을 받아 구단을 살려놓고 이제와 나에게 '당신은 주주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