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집안 재정리, 음해세력에 강경 대응 방침… 여진 불가피할듯자총 비리 의혹 제기하던 한산개발 김영한 대표지난 21일 해임 의결… 한라그룹에 매각 건 놓고 자총과 의견 대립도

김영한(가운데) 한전산업개발 사장이 지난 19일 서울 서소문 한전산업개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동혁 자유총연맹 사무부총장이 참석하려 하자 회견장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인 출신 김 대표… 자리보전·이권 위해 사정기관에 허위 제보" 소문
언론 무책임한 보도와 경찰 먼지털기식 수사에 소송 등 강력한 대응 시사

경찰 조사로 논란에 휩싸인 한국자유총연맹(자총)이 본격적으로 집안정리에 나서면서 내분이 가라앉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총에 대한 경찰 수사는 거의 마무리 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자총 수사를 이달 안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로 본격화된 자총 내부의 균열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총이 그동안 자총을 음해한 세력에 대해 강경대응을 할 방침이어서 한동안 여진이 있을 전망이다.

자총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경찰 수사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임과 동시에 악의적인 음모에는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내부

한전산업개발 노조원들이 지난 19일 서울 서소문 한전산업개발에서 열린 김영한 사장 자유총연맹 관련 기자회견에 입장하려다 이를 막는 사측과 몸싸움을 하고 있다. 김사장은 "한라그룹에 회사를 매각하려했으나 최대주주인 자유총연맹의 일방적인 통첩으로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한전산업개발(한산개발)은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최대주주인 자총과 갈등을 빚어온 김영한 대표이사를 해임하기로 의결하고 신임 대표이사로 최준규(62) 한산개발 관리본부장을 선임했다.

김 대표는 작년 3월 대표이사직 연임이 결정돼 2015년 3월 28일까지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둔 상태에서 중도 하차하게 됐다. 이사회가 열린다는 사실이 이사들에게 통보됐으며 김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한산개발은 발전소 운영 및 정비업무를 하는 자총의 자회사로 자총이 31%, 한전 29%, 기타주주 40%로 지분이 구성돼 있다. 최 신임 대표이사는 1974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했고 한국남부발전 기획처장을 역임했다.

앞서 김 대표는 자총이 이사회를 통해 자신을 해임하려 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해 3월28일 열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3년 연임이 결정됐는데 지난해 5월 자유총연맹의 박창달 회장이 느닷없이 사임을 요구하는 등 상식과 순리에 맞지 않는 일을 자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자총은 이 자리에서 곧바로 반박기자회견을 갖고 "김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보전하기 위해 연맹을 협박ㆍ음해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김 대표는 "한라그룹에 회사를 매각하려 했으나 최대주주인 자유총연맹의 방해로 좌절됐다"고 폭로하면서 "매각 협상 결렬 후 한라그룹 책임자를 통해 알아본 결과 자유총연맹이 일방적으로 최후통첩을 보내 협상을 결렬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한산개발의 최대주주인 자총은 지난해 5월 지분 101만6,000주(31%)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만도, 한라건설 등으로 구성된 한라그룹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그러나 한라그룹은 9월에 한산개발 지분 취득을 위한 협상이 결렬돼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자총은 "회사 매각건은 한라그룹과 협상 중에 가격이 맞지 않아 결렬된 것"이라며 "이후 한라그룹이 가격을 재조정해 제시했지만 협상 기간이 종료된 상황이라 응하지 않은 것이지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자총은 "김 사장은 사업 다각화를 명분으로 전문성이 없는 자원개발사업 등에 과도한 투자를 해왔고 대한광물 입찰 비리 의혹, 자회사인 한산과 원일산업의 내부자거래, 비자금 조성에도 연루돼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싹부터 잘라라

자총의 내분은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 조금씩 불거졌다. 당시 자총 주변에서는 김 대표가 한산개발 대표 연임을 위해 박 총재를 협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동시에 자총과 관련된 여러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자총은 이 같은 소문이 나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사실과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연임을 앞두고 자총의 비리 의혹을 여기저기 제기하고 다닌다는 말도 들렸다. 이에 대해 자총과 김 대표는 모두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최근 자총과 관련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김 대표가 자총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다닌 인물이 아니냐는 소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 대표가 한산개발 사장직을 연임하면서 자총의 비리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으나 최근 자총이 김 대표를 해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다시 비리 의혹이 수면위로 부상한 배경에서다.

자총 내부에서는 "김 대표와 국정원 출신 A씨가 악성루머를 퍼뜨리고 다닌다"거나 "김 대표, A씨 두 사람이 자리보전과 이권을 위해 사정기관에 허위사실을 제보했다" 등의 이야기가 파다했다.

자총의 한 관계자는 "외부에서 자총을 음해하고 다니는 이들이 누군지 우리는 파악하고 있다"며 "A씨 등은 자총에 몸담고 있다가 나간 사람으로 자총에 있을 당시 자총에서 추진하는 공익사업에 이권개입을 하려다 제지 당하자 불만을 품고 자총을 나간 뒤 온갖 음해공작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자총은 이들의 음해가 전혀 사실무근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침묵하는 대응으로 일관했다"며 "그 결과 최근 일부 언론은 이들의 말만 듣고 무책임한 보도를 했고, 경찰은 도를 넘은 먼지털기식 수사를 했다. 이제 더 이상 악의적 음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김 대표의 해임도 자총의 이 같은 방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총은 언론인 출신인 김 대표가 여러 언론과 사정기관 등에 루머를 흘린 이들 중 한 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자총은 자총의 여러 비리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총에 따르면 경찰조사와 무관한 내용을 마치 경찰에서 수사해 혐의가 드러났다는 식으로 보도해 자총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한편 경찰은 자총 직원들의 국고보조금 전용과 횡령 등의 혐의를 포착하고 10개월간 수사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자총 직원들이 용도가 제한된 1억원 안팎의 국고보조금을 장학금 등으로 불법 전용하고, 일부 직원들이 수천만원 상당의 공금을 유용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경찰은 자총 전현직 직원들로부터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 왔으며 계좌 추적과 직원 소환조사 등을 통해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총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전용 의혹에 대해 "사업이 바뀔 때마다 모두 행정안전부에 분기별로 승인 요청을 했던 부분"이라고 해명하고 "일부에서는 자총이 심각한 비리를 저질러 경찰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약 그렇다면 경찰이 10개월 동안 수사할 필요도 없이 금방 혐의가 드러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자유총연맹 수사 적절하게 처리했다"

공금 빼돌려진 정황 포착 수사 착수
수억대 기부금 회계처리 안된 의혹도

송응철기자

한국자유총연맹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살펴보면 자총이 국고 예산을 전횡하고 있다고 한다. 돈이 엉뚱하게 쓰이거나 거액의 기부금이 정상 회계 처리되지 않고 비자금화 되는 등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4년 동안 자총 공금 수십억원이 불투명하게 집행되거나 빼돌려진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부분을 캐기 위해 계좌 추적과 자총 관련자 진술 등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아 경찰은 정황증거들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총 경리과 직원 등의 개인 계좌로 관리된 억대의 뭉칫돈을 발견하고 자금 흐름 파악에 수사력을 모았다. 수사 초기 경찰은 여러 정황들에 비춰 의혹들이 상당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자총 예산은 매년 본부 예산만 연 100억원 규모이고 여기에 10억원 이상의 국고 지원금을 받는다. 경찰이 확보한 제보와 내부 문건 등에 따르면 2011년 국고 예산 13억6000여만원 중 4억7000만원이 다른 곳에 사용됐다. 국고 1억원이 지원된 '내 고장 Hero Korean 찾기' 사업의 경우 5700만원이 자총 홍보영상 제작과 장학금 명목으로 쓰였다.

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낸 7억2000여만원의 기부금 등 매년 자총에 들어오는 수억원대의 기부금이 제대로 회계 처리되지 않은 의혹도 있다. 경찰은 억대의 뭉칫돈이 자총 임직원 여러 명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뒤 현금으로 인출되거나 제3의 계좌로 빠져나간 사실을 포착했다. 2010년 자총 회계장부에는 기부금 수입이 2억9500여만원만 잡혀 있다.

자총은 불법 정치개입 혐의도 받고 있다.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총 측은 당시 선거운동은 자총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자총의 회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것이고 자총이 이와 관련해 아무런 참여나 지지의사를 표명한 적도 없고 물밑에서 도운 적도 없다는 것이다.

자총의 한 관계자는 "자유총연맹의 회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들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치 활동을 하는 게 무슨 연맹의 조직적인 정치개입인 것처럼 확대 포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도 다 있고 당사자 증언도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이미 경찰도 다 조사해 특별한 내용이 없는 걸로 마무리 한 것인데 다시 문제 삼는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