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현금 동원력' 최고한진 2년 연속 3지표(유동·자기자본·부채비율) 모두 '꼴찌'10대 그룹 83개 계열사… 유동ㆍ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은 크게 하락SK, 17곳 유동비율 하락삼성, 2곳만 자기자본비율↓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대그룹은 재무건전성 측면에서 대체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은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왼쪽)과 SK그룹 서린동 사옥(가운데),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오른쪽). 주간한국 자료사진
10대 그룹은 지난해 유동비율,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등 주요 재무건전성 지표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 저마다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했기 때문으로 읽힌다. <주간한국>이 자산순위 상위 10대 그룹 소속의 83개 상장계열사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대 그룹은 유동비율(10.8%p↑)과 자기자본비율(2.3%p↑)이 대폭 상승한 반면, 부채비율(7.2%p↓)은 크게 하락했다.

10대 그룹 중 2011년과 비교해 유동비율이 하락한 곳은 SK그룹, 포스코그룹, 한진그룹, 한화그룹 등 4개였다. 그러나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그룹 등의 유동비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이를 만회했다.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 곳은 한진그룹, 한화그룹 등 2개였고 부채비율이 올라간 곳도 마찬가지로 위의 2개 그룹뿐이었다. 대체적으로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이는 자기자본비율과 부채비율의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 유동비율↑

10대 그룹 중 유동비율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삼성그룹이었다. 삼성그룹은 2011년 129.4% 수준이었던 유동비율을 지난해 152.3%까지 끌어올렸다.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유동자산이 39조4,963억원에서 43조9,523억으로 크게 늘어난 것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차지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유동비율은 지난 1년 동안 21.5%p(86.4%→107.8%)나 늘어났다. 현대차그룹(16.5%p, 127.2%→143.7%), LG그룹(8.5%p, 95.7%→104.1%)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유동비율의 하락폭이 가장 컸던 곳은 한화그룹이었다. 한화그룹의 유동비율은 2011년 88.0%에서 지난해 77.8%로 10.2%p나 떨어졌다. 2010년~2011년 유동비율이 가장 크게 상승했던 한화그룹은 당시 20%p 가까이 끌어올렸던 유동비율을 지난해 절반가량 깎아 먹은 셈이 됐다. 그밖에 한진그룹, 포스코그룹의 유동비율도 지난 1년간 하락했다.

10대 그룹 중 유동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포스코그룹이었다. 포스코그룹의 유동비율은 192.3%로 10대 그룹 평균(125.6%)보다 무려 66.7%p나 높았다. 반면, 유동비율이 가장 낮았던 한진그룹은 포스코그룹의 4분의 1수준(49.9%)에 불과했다. 10대 그룹에서 유동비율 선두와 꼴찌를 차지한 포스코그룹, 한진그룹 모두 지난해 유동비율이 하락해 흥미를 끌었다.

10대 그룹 모두 지난해 자기자본비율이 소폭으로 변화했다. 그 중 지난 1년간 자기자본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포스코그룹이었다. 2011년 63.5% 수준이었던 포스코그룹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68.2%로 4.7%p 늘어났다.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며 주식발행초과금을 2,575억원 늘린 대우인터내셔널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3.6%p, 56.0%→59.6%)과 삼성그룹(3.2%p, 63.8%→67.0%)이 3%대의 적은 폭으로 뒤를 이었다.

한진그룹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15.0%까지 떨어졌다. 2010년~2011년 24.5%에서 17.8%까지 떨어졌던 자기자본비율이 또다시 2.8%p 하락하며 바닥 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10대 그룹에서는 한진그룹 이외에 한화그룹만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경험했다. 한화그룹의 자기자본비율은 2011년 49.1%에서 지난해 48.7%로 0.4%p 감소했다.

10대 그룹 중 부채비율이 상승한 곳도 한진그룹과 한화그룹뿐이었다. 특히 한진그룹의 부채비율은 1년 동안 무려 104.5%p(460.7%→565.2%)나 치솟았다. 2010년~2011년 150%p가 넘게 올랐던 것과 연이은 가파른 상승이다. 한진그룹은 201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유동비율, 자기자본비율,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에서 모두 최하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겪었다.

SKㆍLG 유동비율 하락 많아

유동비율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로 나눈 비율이다. 기업의 단기부채상환능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현금동원력이 좋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동자산 및 유동부채를 공시하지 않는 삼성카드를 제외한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82개사 중 2011년과 비교해 유동비율이 하락한 곳은 총 33개사였다.

10대 그룹 중 유동비율 하락 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SK그룹이었다. SK그룹 총 17개 상장계열사 중 무려 10개사의 유동비율이 하락했다. 그 중 눈에 띄게 유동비율이 하락한 계열사들은 SKC(109.5%→65.4%), SK텔레콤(88.4%→59.6%), SK이노베이션(448.1%→311.2%) 등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해 회사채 발행과 건물매각, 보유주식처분 등 연이은 유동성 확보에도 결국 유동비율이 대폭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LG그룹과 GS그룹은 유동비율 하락 계열사를 각각 4개사씩 보유, 2위 그룹을 형성했다. LG그룹에서는 LG전자(91.9%→90.3%), LG이노텍(113.8%→104.7%), LG생활건강(93.6%→62.5%), LG생명과학(225.3%→209.8%)의 유동비율이 하락했다. 이 중 LG생활건강은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사채 등이 크게 늘어나며 유동부채가 증가, 유동비율 악화로 이어졌다. GS그룹에서는 (주)GS(25.4%→11.2%), 코스모화학(84.5%→79.5%), 삼양통상(461.6%→432.0%), 코스모신소재(63.0%→45.6%) 등 주로 비중이 작은 계열사들의 유동비율이 하락한 까닭에 그룹 전체의 유동비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10대 그룹 중 전체 대비 유동비율 하락 계열사의 비중이 높았던 대표적인 곳은 한진그룹이었다. 한진그룹은 총 5개 상장계열사 중 한진해운, (주)한진, 한국공항 등 3개사의 유동비율이 하락했다. 특히 한진해운의 경우 유동비율이 91.1%에서 48.5%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만 해도 1조6,767억원에 달한다.

39개사 자기자본비율 하락

10대 그룹 83개 상장계열사 중 절반 가까운 39개사의 자기자본비율이 지난해 하락했다. 자기자본비율은 총자산 중에서 직접적인 금융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기업이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로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경영 안정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4개 상장계열사 중 제일모직(66.1%→61.6%)과 삼성SDI(75.8%→73.5%) 등 2개사의 자기자본비율만이 떨어졌다. 2010~2011년 11개사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다만, 삼성SDI의 경우 2년 연속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롯데그룹에서도 롯데쇼핑(57.9%→57.2%)과 현대정보기술(34.7%→32.7%)만 자기자본비율이 소폭 하락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 계열사를 단 한 곳도 보유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 계열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도 역시 SK그룹이었다. SK그룹은 17개 상장계열사 중 10개사의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했다. 그 중 지주회사 격인 SK C&C의 하락폭이 눈에 띄게 컸다. 2011년 36.2% 수준이었던 SK C&C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28.9%까지 떨어졌다.

10대 그룹 전체 상장계열사 중 자기자본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LG그룹의 지투알과 삼성그룹의 크레듀로 무려 97.4%, 91.9%나 된다. 자산의 대부분을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등 자본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자기자본비율 하위그룹에는 한진그룹의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자리 잡았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2012년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1.5%, 12.5%로 10대 그룹 평균(58.2%)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대한항공 부채비율 가장↑

자본구성의 건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되는 부채비율은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 중 부채가 어느 정도 차지하고 있는가를 나타낸다.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불건전하므로 지불능력이 문제가 된다.

부채는 자기자본과 더불어 총자산을 구성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부채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은 역의 상관관계를 지닌다.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지난 1년간 부채비율이 높아진 곳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 곳과 완전히 일치했다.

유동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은 떨어지고 부채비율마저 높아지면서 총체적인 재무불안을 겪은 상장계열사는 83개 상장계열사 중 25개사로 전체의 30%에 달했다. SK그룹이 7개사로 가장 많았고 LG그룹(4개사), 포스코그룹, GS그룹(이상 3개사)가 뒤를 이었다.

10대 그룹 상장계열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무려 771.1%에 달했다. 비행기 구매 비용 비중이 큰 항공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레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발표대로 지주회사 체제로의 변화를 위해 한진칼홀딩스(가칭)을 인적분할할 경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금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밖에 성진지오텍(484.2%), 현대종합상사(330.4%) 등도 부채비율이 높은 계열사로 꼽힌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