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국가대표 피겨 코치의 해외전훈 행태꿈나무 신청자 받아 캐나다로 해외전훈 떠나옵션·식비 명목 추가 요구 자녀 2명에 2억 들어문제 항의 땐 체벌·주먹질 결국 부모가 검찰에 고소

김연아가 3월17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프리 경기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농구 승부조작 사건에 이어 수영의 박태환 보상금 미지급 논란까지 체육계가 뒤숭숭하다. 이런 가운데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오랜만에 축제 분위기로 들떠 있다.

하지만 최근 피겨계에 불미스러운 문제가 불거져 뒷말이 무성하다. '피겨 여왕' 김연아를 말할 때 두 가지가 이야기가 단골처럼 등장한다. 하나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악바리 근성이고 또 하나는 국내 피겨계의 열악한 현실이다.

김연아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피겨계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선수관리 측면에서 더욱 그러해 보인다.

최근 한 피겨 선수의 부모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피겨코치가 교습비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고 해외연수 중에 폭력까지 휘둘러 피겨꿈나무의 미래가 산산이 부서졌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불안한 징조와 비극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자녀 2명을 둔 학부모 A씨는 지난해 충격적인 일을 겪고 분노에 떨어야 했다. 이 일로 A씨는 자녀들의 피겨 교육을 접으려 하고 있다.

그 고소장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국가대표 출신인 B코치는 피겨 꿈나무들을 해외에서 교육시켜야 한다며 신청자를 받아 해외 훈련을 추진했다. 이는 피겨협회와 무관하게 개인레슨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B코치는 학생들을 이끌고 캐나다로 떠났다. 초반에는 현지 적응 훈련을 순조롭게 진행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슴 설레는 해외 훈련은 점점 악몽으로 변해갔다.

B코치는 훈련 내용에 각종 옵션을 추가해 연수비용을 추가로 요구했다. 또 특별 식비 등 각종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청구했다. A씨가 두 자녀의 연수비용으로 낸 돈은 2억원에 이른다.

상당한 훈련비를 지불했음에도 훈련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생들이 자율 훈련을 하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현지 코치 섭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학생들에게 식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이 항의하면서 더 큰 문제가 발생했다.

B코치는 급기야 학생들을 숙소에 감금하는가 하면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학생들에게 벌을 주거나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다. A씨의 자녀들도 B씨의 폭행에 치를 떨어야 했다. 이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A씨는 강력히 항의하며 지불된 훈련비 일체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B코치는 돌려줄 이유가 없다며 거부했다.

"마음의 상처가 더 문제"

A씨가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하자 B코치는 비열한 본성을 드러냈다. B코치는 "만약 이 문제를 확대하면 당신 자녀들이 피겨계에서 활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B코치는 현지에서 학생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부분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절대 폭행한 사실이 없고 간단히 얼차려를 준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A씨는 아이들이 폭행당한 흔적을 사진을 촬영해 두었다며 이를 법정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A씨의 자녀들은 피겨를 계속 배우고 싶어하지만 A씨는 B코치의 협박이 마음에 걸려 자녀들에게 피겨를 그만두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한다.

B코치의 행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는 과거에도 학생들을 레슨하면서 제대로 레슨을 하지 않고 돈을 뜯어내 문제가 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외 훈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거의 준비를 하지 않고 학생들을 해외로 이끈 정황이 적지 않다. 말하자면 훈련이 목적이 아니라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해외 훈련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이야기다.

A씨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꿈이 부서진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피겨계는 아직 교육 문제에 있어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않고 특정인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레슨을 받아야 하는 구조인데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연아 "피겨계 더 많은 지원 절실해요"



일반인과 함께 연습하다 부상 잦아
선수 전용 아이스링크 최우선 과제

'피겨여왕' 김연아(23)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218.31점으로 우승하면서 잠시 침체의 길을 걷던 한국 피겨계가 다시 활력을 얻고 있다.

김연아의 우승과 함께 피겨계의 열악한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김연아도 피겨계에 더 많이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지난 3월 20일 귀국 직후 기자회견에서 걱정이 많았지만 좋은 성과를 냈다며 말문을 연 김연아는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줘 힘을 얻었고 정말 잘 됐다"며 "혼자만의 힘으로는 (정상권 선수가) 될 수 없다. 가족, 코치, 트레이너 등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한 선수를 성공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선수와 주변인들의 합작품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연아는 이어 "내 어린 시절보다는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피겨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다"면서도 "훈련할 수 있는 아이스링크가 많이 없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개장해서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선수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춘 링크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김연아의 우승으로 피겨계는 고무적이지만 일각에서는 피겨계가 김연아에게만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 국가에는 3장의 올림픽 티켓이 주어졌다. 하지만 김연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고 '포스트 김연아' 발굴이 시급한 과제다.

특히 시니어 무대에 인재 발굴이 요원하다. 김해진은 ISU 공인 개인 최고점이 149.71점이다. 박소연은 144.77점이다. 2012~2013 주니어 그랑프리 4차 시리즈에서 얻은 성적이다.

하지만 김해진의 경우 발목, 무릎 등에 부상을 입어 향후 컨디션 조절이 힘든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김해진의 부상 이면에는 피겨 전용 훈련장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김해진의 첫 부상은 일반인들과 선수들이 섞여 연습 중이던 링크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수술을 한 뒤에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등 시련 속에서 살고 있다.

박소연 역시 일반 선수 신분이면 몇 곳 없는 일반 아이스링크장을 사용해야 한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대관하는 것은 둘째치고 야간 훈련이 탓에 피로감과 그로 인한 부상 위험이 불안하다.

국가대표가 될 경우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연습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아이스하키, 쇼트트랙과 시간을 나눠 써야 한다. 체육계 차원의 지원을 더욱 늘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윤지환기자 jh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