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노, 대진표 나온 뒤에 결집한다… 김한길과 1대1 대결땐 승부 안갯속12일 예비경선 후 단일화김한길 대세론에 혁신론 맞불이해찬·박지원 '키맨' 역할

김한길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운(戰雲)마저 감돈다. 민주통합당은 내달 4일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지난해 대선 패배 후부터 이어져온 친노(친 노무현) 대 비노(비 노무현)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면서 양측은 사활을 건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일 JTBC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의원과 당원 1,000명 중 34%가 김한길 의원이 차기 당대표로 가장 적합하다고 응답했다. 김 의원에 이어 추미애(15.4%) (14.0%) (10.4%) (7.0%) 이목희(3.6%) 의원 순이었다.

일반국민 1,000명 대상 조사에서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한길(32.4%) (8.2%) 추미애(8.1%) (7.3%) (6.8%) 이목희(2.1%) 의원 순서로 나타났다.

알려진 대로 김한길 의원은 비주류이고 나머지는 범주류에 속한다. 이목희 의원은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이 이끌었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멤버이고, 의원은 광주에 지역구를 둔 차기 광주시장 예비후보로 꼽힌다. 추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범주류로 편입됐다.

김 의원이 두 항목에서 모두 선두로 나섰지만 과반과는 확실하게 거리가 있었다. 산술적으로 범주류를 모두 더하면 절반을 가볍게 넘겼다. 김 의원이 막연한 대세론을 경계하며 비주류의 단결을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용섭
순조로운 비노

민주당은 8, 9일 당대표 후보 등록을 받은 뒤 12일 예비경선을 통해 본선 진출 선수 3명을 추린다. 예비후보가 난립하는 양상 속에서 서로 이견을 보이는 친노와 달리 비노 진영에서는 순조로운 단일화가 진행됐다.

어쩌면 단일화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일찌감치 '비주류=김한길' 공식이 성립됐다. 비주류 내부적으로도 한 꺼풀 벗기면 이해타산과 계파가 엇갈리지만 단일대오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김한길밖에 없다'는 인식이 오래 전부터 확산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비주류라고 해서 모두 김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김 의원을 제외하면 당대표 후보로 중량감 있는 인사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일단 김 의원에게 지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비주류의 대표선수'로 발탁된 김 의원은 친노 등 주류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잇달아 고배를 든 당이, 쇄신을 통해 거듭나려면 주류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넘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강기정
"총선과 대선을 주도했던 세력이 다시 당권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게 김 의원의 일관된 주장이다.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논리로 비주류의 표심을 모으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범주류 후보들의 단일화 추진을 또 다른 계파 패권주의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막강한 계파를 배경으로 하는 분들, 이제까지 당을 장악해왔던 계파의 여러분이 모여서 김한길만은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것 아니겠느냐"며 "혁신의 이름으로 가장 반혁신적인 말씀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 측은 전북 군산이 지역구로 고시 3관왕 출신의 김관영 초선 의원을 캠프 대변인으로 내정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후보 당내 경선 때 김두관 전 경남지사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었다.

김 의원 측은 경남지역에서 김 전 지사 측 조직 일부가 최근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며 반기는 기색이 역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당내 중진인 C 의원과 L 의원 등도 김 의원을 돕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험난한 친노

신계륜
비노와 달린 친노의 단일화는 험난하기만 하다. 범주류 측의 이목희 의원은 지난 3일까지 3차례 회동을 통해 연대 가능성을 타진했다. 그러나 네 사람이 생각을 한 데 모으는 데는 실패했다.

비주류의 책임론에 혁신론으로 맞불을 펴는 범주류 측 예비후보 4명은 전대를 잘 치르려면 범주류가 힘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또 단일화만 된다면 해볼 만하다는 데도 대체로 인식을 같이 한다.

하지만 예비경선 전에 단일화를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예비경선 후 단일화를 추진할 것인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원은 '선 등록 후 단일화' 쪽에, 이목희 의원은 '선 단일화 후 등록' 쪽에 무게를 둔다는 후문이다.

예비후보들 간 상호 역학관계도 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의원은 지역구가 같은 광주인 데다 내년 지방선거 때 광주시장 예비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 간에 미묘한 경쟁의식과 함께 입장차이가 나오는 이유다.

이목희 의원은 민평련에서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 했다. 신 의원은 민평련의 맏형 격이고, 이 의원은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핵심이었다. 두 사람 모두 친문(친 문재인)으로 분류된다.

출마를 고민하던 추미애 의원은 지난 5일 "계파 전대로 흐르고 있어 걱정이 앞선다. 계파 없이 정치해온 저로서는 계파라는 높은 장벽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서는 대진표가 나온 뒤 친노가 대거 결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은 되레 마이너스라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친노의 결집은 후보 등록 후, 경우에 따라 예비경선이 끝난 12일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다자간 대결에서 김한길 의원의 지지율은 잘해야 35%밖에 안 된다"면서 "친노가 무섭게 결집하면 단숨에 1위 자리를 빼앗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박이 키맨?

이해찬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많지 않다. 민주당 소식통은 "이번 전대에서도 이 전 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가 키맨(Key Man)"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전당대회 때 친노의 대표선수로 나서 당권을 잡았고 문재인 의원이 대선후보로 선출된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1월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국면에서 뜻하지 않게 당대표 자리에서 낙마했지만 발걸음까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대선 패배 후 잔뜩 몸을 낮추고 있는 이 전 대표이지만 당내 영향력은 작지 않다. 일각에서는 "소도(蘇塗)에서 은둔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이 전 대표를 경계하고 있다.

당대표 선거와 별개로 재보선 대진표가 확정됨에 따라 이 전 대표가 충남 부여ㆍ청양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청양은 이 전 대표의 고향으로 새누리당의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 민주당의 황인석 전 한국농어촌공사 부여ㆍ청양 지사장이 맞붙는다.

지난해 이 전 대표와 손을 잡았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친노는 전당대회 출마를 자제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는 평가절하도 있지만 "박 전 원내대표가 친노와 갈라섰다는 증거"라는 정반대의 해석도 있다.

친노와 동거 여부를 떠나 박 전 원내대표가 전대 때 단순히 '의원 1명'의 역할에 머물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 많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자신의 측근인 박기춘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당을 이끌고 있다.

당권에 도전하는 인사 중 박 전 원내대표의 지원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박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이미 전대를 겨냥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정황도 포착된다.

민주당 소식통은 "비노와 친노 간 1대1 대결로 전대가 치러진다면 승부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라며 "그러나 다자 구도로 전개된다면 아무래도 김한길 의원이 유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