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접대 의혹 수사 파문동영상, 제보 뒷받침 못해"국기문란 사건" 분노… 수사 책임자들 초긴장MB정권 비리 연루인사 검찰 내사 소문도

건설업자 윤모씨의 '성접대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 인근에 있는 윤씨의 별장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경찰의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 수사가 한계에 부딪힌 모양새다. 경찰은 성접대 의혹의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동영상이 제보내용을 뒷받침하지 못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해당 영상을 보내 판독을 의뢰했으나 등장인물의 신원을 규명하는데 사실상 실패했다. 당초 고위인사들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경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분명하지 않다는 국과수의 판단이 나옴에 따라 이번 파문과 관련해 '경찰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청와대는 세간의 소문대로 동영상에 등장한 인물이 실제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숨죽여 기다렸다. 하지만 김 전 차관이라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자 안도와 더불어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에 의한 국기문란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안하무인격인 경찰의 수사행태를 절대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경찰주변에서는 심상치 않은 말이 들린다. 경찰 인사개편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신임 청장에게 인사존안카드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보고 있다.

요란한 빈수레 무서운 대가

청와대는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부실로 경찰에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내용을 실제수사 진행 사항과 다르게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사건과 관련해 각종 의혹과 소문만 무성할 뿐 실체가 전혀 없는 사건 때문에 정부의 핵심실세로 거론되는 현직 법무부 차관이 낙마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도 치명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경찰 내부와 주변에서 끊임없이 여러 소문이 생산되고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경찰 내부의 누군가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카더라식'소문을 언론 등에 흘리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시각이다. "경찰 내부에 특정 세력이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청와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권과 청와대는 이를 경찰수사의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경찰 고위직과 주요부서의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곧 경찰에 성접대 수사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 핵심 수사 진영 인력을 대거 교체함과 동시에 MB정부 때 신설된 경찰범죄정보팀을 수술대 위에 올리거나 아예 해체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존안카드' 마련을 경찰청장에 지시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번 성접대 의혹사건을 수사한 수사담당과 수사를 지시한 지휘라인이 통째로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단 존안카드가 아니더라도 성접대 의혹 수사라인 교체는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현직 차관의 옷을 벗기고 여론을 들썩이게 한 대형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한데다 현재 경찰이 입수한 정황증거들로는 성접대 의혹을 증명하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찰 주변에서는 "사건의 대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전의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사건과 관련된 뚜렷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아 관련자들을 소환조차 못하고 있다. 또 루머에 휩싸이거나 성접대 관련자로 거론되는 일부 인사들은 경찰 수사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곧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경찰 내부에서는 인사와 관련된 여러 추측과 관측이 나돌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인사들을 살펴보면 성접대 의혹사건과 관련, 청와대 보고라인 교체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의 실무라인과 보고라인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또 경찰의 핵심 수사라인과 주요 경찰서에 대한 인사도 검토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경찰 내부 인사들 중 언론과 접촉해 수사 정보를 흘린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A씨와 수사방향을 지시한 B씨 그리고 범죄정보 라인에 들어있는 K씨 등을 6월까지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는 A씨에 대해서는 반드시 옷을 벗기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파악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보안을 중시하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청와대는 A씨가 언론사 관계자 또는 외부 인사와 접촉해 내부 정보를 어떻게 흘렸는지 경로를 추적 중이다.

수사의 한계와 향후 전망

현재 경찰이 수사하는 내용은 정황만 수두룩할 뿐 형사법상 위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이 사건은 50대 여성사업가 권모씨가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52)을 경찰에 고소고발하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재 성접대 의혹 뿐만 아니라 권씨의 고소고발 내용조차도 사실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태다.

또 동영상에 등장하는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조차도 현행법상 쉽지 않다. 사생활 문제는 윤리와 도덕 문제일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는 적다.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은 대부분 출연자들의 신원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씨의 진술 가운데 아직 사실로 입증된 부분이 거의 없다.

일부에서는 경찰 수사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몰래카메라에 성접대 장면이 촬영됐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법적 처벌이 힘든데도 경찰이 동영상과 권씨의 진술만으로 수사를 키운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장면이 몰카에 찍혔다 해도 이것만으론 증거능력이 없는 몰카이기 때문에 기소가 어렵다. 성접대와 관련된 다른 증거, 즉 자백이나 피해자가 제공한 증거 등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검찰 주변에서 이번 경찰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다.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은데도 무리하게 수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심지어 처벌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인 목적에서 수사를 추진했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은 아직 경찰에 나가 조사를 받은 적 없다. 하지만 권씨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용 중에는 권씨와의 채무관계를 설명하는 것과 함께 동영상과 성접대에 대한 반박도 적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의 한 주변인사는 "윤 회장이 이번 일에 대해 무척 억울해 하고 있다"며 "권씨의 주장이 일부 공개되면서 마치 자신이 파렴치한 잡범인 것처럼 몰리고 있어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일부에서는 차에서 발견된 CD를 두고 동영상이라고 밝혔지만 윤 회장은 그 CD가 단순 음악CD라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경찰에 "CD는 동영상이 아니라 단순 음악 CD"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