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압수수색 이어 국민·농협·우리銀 등도 사정 대상으로 거론돼정치권 실세 금고 역할 의혹… 사실 드러날지 정관계 촉각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수사관들이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검찰은 기업 대출금리를 전산 조작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외환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김주영기자
박근혜 정부가 금융기관에 대해 본격적으로 새판 짜기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중에서는 금융기관이 개편에 앞서 줄줄이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금융권에는 "정권이 바뀌면 사정기관이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무자비한 사정의 칼날을 휘두를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됐다. 거론되는 은행은 외환, 국민, 농협, 우리은행 등이다.

이 소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화 되는 분위기다. 사정의 칼은 외환은행을 가장 먼저 겨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최운식)는 지난 3월 19일 오전 10시 중소기업의 가산금리를 전산시스템을 통해 조작해 181억원 규모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외환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오후 5시까지 총 7시간에 걸쳐 기업마케팅부, 개인마케팅부, 여신기획실, 인사부 등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확보된 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 임직원들을 불러 경위 등을 조사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 조사는 금감원이 수사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5일 외환은행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을 때인 2007년~2008년 중에 총여신이익율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해 중소기업의 3,089곳과 체결한 4,308개 계좌에 대해 6,308회에 걸쳐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해 181억 2,800만원의 대출이자를 과다 수취한 사실을 적발했다.

검찰이 은행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권에 대한 여러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권 검찰 수사 확산될까

금융권 주변에서는 금감원 조치 직후 검찰이 수사에 신속하게 착수한 배경을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손실을 입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한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정부가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에 서기 위해 신속하게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동시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검찰 수사가 타 은행, 타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 섞인 추측도 나온다. 사정기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관측을 살펴보면 검찰은 국민은행도 살피고 있다. 국민은행이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이자율을 조절한 정황이 있어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도 사정 대상으로 거론된다. 농협과 관련해서는 최근 사정기관에 진정서와 각종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역시 대출 등 여러 부분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MB정부 시절 전산망 다운 사태에 대해서도 검찰 등 사정기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도 사정권에 들어 있다. 우리은행이 특정 기업과 인사들에 특혜를 준 정황이 포착돼 관련 내용을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특정 인사와 특정 회사에 특혜를 준 정황이 있다는 첩보가 접수돼 사실여부를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정황은 드러나지 않아 당장 본격조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A은행이 외환 다음 타깃

금융권 일각에서 "A은행을 사정기관이 본격적으로 손 볼 것"이라는 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정권에서 이 은행과 관련해 불거졌던 여러 의혹들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정권의 핵심 실세들이 A은행을 통해 정치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함께 해외로 이 은행이 알 수 없는 자금을 빼돌렸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지 정관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 은행과 관련해 검찰 뿐 아니라 다른 사정기관에서도 살피고 있다. 금감원은 A은행 회장의 비자금 조성 또는 정치자금 관리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은행을 조사하고 있는 곳은 금감원의 금융투자검사국이다. 통상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 역할은 은행검사국에서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투자국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은 내부 자금의 흐름을 살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투자검사국은 금융투자에 대한 모든 것을 감독한다. 이곳에서 A은행에 대한 조사를 한다는 것은 A은행 자금의 국내외 투자에 대한 모든 것을 살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내부 자금 중 일부분이 부당하게 투자금으로 쓰였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금융권 일부에서는 "A은행과 연결된 MB정권 실세들의 자금을 추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치권과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금투국의 조사 내용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A은행의 금감원 검찰 조사가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그 칼끝이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