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 민영화 향방 '촉각'인수자에 따라 득실 갈려 산은금융지주서 인수땐 대규모 인력 조정 불가피KB·IBK 중소형사 규모 사업구조 안겹쳐 피해 적어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우리투자증권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우리투자증권 내부가 뒤숭숭하다. 인수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최고의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는 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직원들이 민영화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며 적잖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다.

민영화 작업 구체화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을 6월 말까지 정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신 위원장은 취임 이후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그러나 구체 일정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부실이 시작된 건 2003년 '카드대란' 당시부터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실은 한층 깊어졌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정부는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경영이 안정되면서 2010년부터 민영화가 세 차례 시도됐으나 그때마다 좌절됐다.

문제는 우리금융지주의 '덩치'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총자산은 410조5,000억원, 자기자본은 18조7,000억원에 달한다. 계열사는 현재 12개이며, 향후 금호종금 인수를 마무리하면 13개로 늘어난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혈세' 회수는 안갯속인 상황.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매년 발생하는 채권 이자만도 2,800억원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인사청탁 등으로 기강이 약해지고, 금융기관 경쟁력도 떨어졌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새정부가 민영화에 속도를 내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실천을 위한 정부 재원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민영화를 유보하면서 올해 6조원의 세입에 구멍이 생긴 상황이다.

인수자, 산은 '울고'…KBㆍIBK '웃고'

우리금융지주 계열사들은 향후 민영화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서도 우리투자증권이 특히 그렇다. 인수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유독 득과 실이 극명히 갈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투자증권 내부에선 다양한 인수 시나리오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거론되는 금융회사 중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그룹을 인수하는 안을 최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경우 4위권 내의 KDB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쳐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점 중복과 유사한 사업구조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우리투자증권 한 직원은 "인수자를 두고 수많은 말들이 오고 가고 있지만 산은금융지주만은 안 된다는 반응은 한결같다"며 "산은금융지주와 한집으로 묶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지만 직원들의 불안함은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나 IBK투자증권의 인수를 최고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KB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비교적 중소형사여서 사업구조도 겹치지 않고 인력 구조조정도 거의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우리투자증권의 또 다른 직원은 "KB투자증권이나 IBK투자증권과 합쳐지게 되면 최고의 시너지가 예상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증권사로 발돋움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직원은 "최근의 경제상황과 저금리 기조 등을 고려할 때 이들 인수전에 선뜻 뛰어들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분할매각 시 혼란 가중

새 정부는 우리금융그룹에 대해 일괄매각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분할매각은 과정이 복잡하고 전 계열사를 민영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경쟁력이 없는 계열사는 매각이 안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안고 있어서다.

신제윤 위원장도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우리금융그룹에 대해 일괄매각 방식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매각방식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신 위원장이 청문회 이후 "일괄매각이든, 분할매각이든 전체적으로 살펴보겠다"며 열린 태도를 보인 때문이다.

분할매각 방식으로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우리투자증권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주인이 될 지 도저히 감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미 실적 악화로 한계에 몰린 증권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속속 등장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최근 매물로 거론되거나 매각을 심각하게 검토 중인 곳은 모두 7곳이다. 현재 공개 매각에 나서는 곳은 대주주가 사모펀드인(PEF)인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이다. 이외에 애플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한맥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도 매물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동양증권이나 현대증권 등 대형사들도 매물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모기업의 유동성 위기 등에 따른 것이다. 결국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주인 찾기에 한층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우리투자증권 한 직원은 "향후 민영화의 행방을 예단할 수 없어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직원들은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지 않을까 적잖이 우려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