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그룹, 불법 증여 세무조사 새정부 첫 사례 불명예김상헌 ㈜동서 회장과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성제개발 지분 아들들에 증여한 시점서 내부거래 91%로 급증오너 일가엔 거액 현금배당 돌아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동서식품 사옥에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쳤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불법 재산 증여 의혹을 두고서다.

새 정부의 경제 민주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국세청이 양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국세청은 불공정 거래를 통한 불법 증여에 제동을 걸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동서그룹은 새 정부 들어 첫 불법증여 특별세무조사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성제개발에 일감 몰아주기

동서그룹은 주력사인 동서식품과 동서식품에 포장재와 차(茶)를 납품하면서 지주사 역할도 겸하는 ㈜동서 등 9개 계열사로 이뤄져 있는 회사다. 주력사인 동서식품은 지난해 1조5,600억원을, ㈜동서는 4,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서그룹은 창업주 김재명 명예회장의 두 아들이 이끌고 있다. 장남 김상헌 회장은 동서그룹을, 차남 김석수 회장은 동서식품을 맡아 경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동서의 지분을 각각 24.63%, 19.99% 보유한 1, 2대 주주다.

국세청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회사는 성제개발이다. 1986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이 건설사는 김상헌 회장의 아들인 김종희 ㈜동서 상무를 비롯한 친인척 3명이 지분 56.9%를 갖고 있다. 나머지 43.09%는 ㈜동서가 보유하고 있다.

성제개발의 매출 상당부분은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성제개발의 내부거래 비율은 ▲2010년 91%(총매출 137억원-내부거래 124억원) ▲2011년 94%(189억원-178억원) ▲2012년 44%(138억원-60억원) 등이었다. 2012년 내부거래율이 감소한 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부정적 사회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증여 시기에 내부거래 급증

국세청은 성제개발이 계열사와 거래를 늘린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실 성제개발의 내부거래 비율이 급증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05년만 해도 내부거래율은 35% 정도에 불과했다. 이듬해인 2006년에도 20%, 2007년 45%, 2008년 33%, 2009년 54% 수준에 머물렀다.

문제는 내부거래 비중이 90%대까지 뛴 시점이 대주주간 지분 이동과 맞물린다는 점이다. 김상헌 회장은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자신의 성제개발 지분 32.98%를 모두 김 상무에게 증여했다. 김석수 회장도 같은 시기 자신의 보유 지분 23.93%를 아들인 동욱ㆍ현준씨에게 나눠줬다.

이를 통해 동서그룹 오너일가는 쏠쏠한 현금 배당을 챙겼다. 성제개발은 2010년 순이익 12억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10억원을, 2011년에는 순이익 22억원의 68%인 15억원을 대주주 등에게 지급했다.

성제개발은 2012년도에도 순이익의 88%인 7억5,000만원 배당을 결정한 상태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정당한 과세가 이뤄졌는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동서식품 자금 흐름도 추적

국세청은 또 배당성향이 높은 계열사인 동서식품의 자금흐름을 함께 추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식품은 최근 10년간 50%씩 지분을 가진 미국의 크래푸트푸드와 동서에 9,800억원을 배당했다.

이 기간 동서 지분을 70% 보유한 회장일가에 돌아간 배당금이 3,000억원을 상회한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동서식품 제품을 수출하는 ㈜동서의 해외 거래에 대해서도 중점 점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해 동서그룹은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서그룹 관계자는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세무조사를 한 번 받았기 때문에 이번 조사는 정기조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세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