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여론조사 결과 보도후 당직자 중징계 파문연합뉴스 광주발 보도… 광주·전남 지역 천정배 전위원 차기 대표 1위당 안팎선… 내년 지방선거 '예비주자' 심기 건드렸다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제공
대선 패배 후 친노(친 노무현)와 비노(비 노무현)로 갈려 책임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민주통합당. 그런 민주당이 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된 후 주요 당직자에게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발단은 지난 3월26일 연합뉴스의 광주발(發) 보도. 이 매체는'광주ㆍ전남 안철수 신당 파괴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는 민주당 중앙당 전략기획위원회가 지난달 18일 광주(700명)와 전남(1,099명)의 시ㆍ도민을 상대로 유선전화를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실렸다.

광주에서는 응답자의 37.5%가 안철수 신당, 35.8%가 민주당, 전남에서는 42.7%가 민주당, 29.4%가 안철수 신당 후보를 찍겠다고 답했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지난해 대선 정국 때부터 광주와 전남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별히 문제 삼을 게 없었다.

'뇌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지역을 대표할 만한 정치인을 꼽아달라는 문항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광주에서는 천정배(25.0%) 강운태(21.5%) 이용섭(18.9%) 박지원(17.1%) 순으로, 전남에서는 천정배(28.0%) 박지원(24.8%) 주승용(13.7%) 이낙연(12.4%) 순으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대목은 비록 큰 차이는 없었다 하더라도 광주와 전남에서 천정배 전 의원이 모두 1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보도 직후 민주당은 "이는 당의 공식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제공된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보도 이틀 후인 3월28일 인사위원회(위원장 김영록 의원)를 열고 A국장에 대해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A국장이 결과를 유출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론조사 결과가 대외비였던 데다 A국장이 속한 부서에서 조사를 진행했다는 게 징계의 주된 이유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파문이 좀처럼 가시지 않자 민주당은 지난 3일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A국장에게 대기발령 2개월의 중징계를 통보했다. 한 번 징계를 내린 사안에 대해 수일 만에 수위를 높인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안팎에서는 천 전 의원이 광주와 전남에서 모두 1위로 나타난 것과 관련해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일부 '예비주자'들의 심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소식통은 "여론조사 자체만 보면 조작 같은 것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다만 대외비라는 내용이 외부, 특히 언론에 공개되자 당이 상당히 당혹스러워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민주당 분위기를 전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