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남 빠지고 장남-삼남 '2파전'조현문 "법률회사 포부"보유 주식 대량 매각후… 현준-현상 경쟁적 매입그룹내 핵심 보직… 장남 현준 일단 한발 앞서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의 후계구도가 재계의 뜨거운 이슈다. 그 시작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다. 그룹의 후계구도가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과 ㈜효성 부사장으로 좁혀지게 된 것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이후 벌어진 일이다. 조현문 부사장이 보유 주식을 매각한 지 불과 3일 만에 조현상 부사장이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후 조현준 사장도 경쟁적으로 주식 매입에 나섰다.

효성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선 경영권 승계 경쟁에 대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누가 효성그룹의 차기 대권을 거머쥘 지가 재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조현준-조현상으로 압축

효성그룹 오너가 3세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각자 주력 사업을 분담해 경영했다.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섬유PG장을, 차남인 조현문 부사장과 부사장이 각각 중공업PG장과 산업자재PG장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차남 조현문
효성그룹 후계구도에 이상기후가 포착된 건 지난 2월. 3세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던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다. 하버드 법대 박사 출신으로 세계적인 법률회사를 만들겠다는 오랜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룹을 떠나는 변이었다.

그리고 지난달 4일 보유 중이던 효성 지분 7.18% 중 6.84%(240만주)를 해외 기관투자가들에 매각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지분은 0.34%로 급감했다. 사실상 경영활동이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효성의 후계구도는 자연스레 장남과 삼남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그로부터 3일 뒤인 7일, 조현상 부사장이 돌연 ㈜효성의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조현상 부사장은 7일부터 12일까지 장내 매수를 통해 22만5,430주, 13일 7만7,556주를 사들여 지분을 8.76%까지 끌어올려 조현준 사장과의 격차를 1.5%로 벌렸다. 여기에 투입된 164억원은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조달했다.

이에 뒤질세라 조현준 사장도 ㈜효성의 지분을 경쟁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8억여원을 들여 효성 주식 1만5,100주를 장내에서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모두 23만7,281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7.93%로 올렸다. 여기에 쏟아 부은 돈은 124억원 역시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조성했다.

재계에선 장남과 삼남의 주식 매입 경쟁을 경영권 승계와 연결 짓는 시선이 많다. 두 사람이 앞서 2007년부터 지분율 경쟁을 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효성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삼남 조현상
효성그룹 관계자는 "조현문 전 부사장의 주식 매각에 따라 오너가의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석래 회장이 일일이 업무를 챙기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후계 경영 승계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조석래 회장이 78세의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계 확정은 머지않은 얘기다.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도 각각 45세와 42세로 여타 대기업 총수들이 처음 경영 최전선에 나온 나이에 비해 늦은 편이다.

장자 승계 시나리오 유력

조현상 부사장은 강력한 후계자 후보다. 타이어코드 등 자동차 부문에서 인수합병(M&A) 등을 성사시키고 실적을 호전시키는 등 눈부신 성과를 낸 때문이다. 그러나 효성그룹 안팎에선 장남을 주축으로 후계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먼저 효성이 전대에서 장남 승계 원칙을 적용한 게 첫 번째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세 아들에게 기업을 쪼개 나눠줬지만, 장남인 조석래 회장에 핵심 회사인 효성을 물려줬다. 차남과 삼남에겐 타이어와 조선이 각각 돌아갔다. 이를 두고 회사 안팎에선 보수적인 성향의 조석래 회장이 선대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회사 내부에서 장남이 승계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점도 조현준 사장의 후계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는다. 적통성을 위해서라도 장손이 사업을 물려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런 내부 기류를 조석래 회장도 마냥 무시하지는 못하리라는 게 회사 안팎의 견해다.

무엇보다 조석래 회장도 조현준 사장을 상당히 총애하고 있다고 한다. 조석래 회장이 장남을 '끔찍이' 생각한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이는 조현준 사장이 맡고 있는 사업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룹 내 핵심 보직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조현준 사장은 섬유PG장 외에도 효성그룹 주요 10여개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동시에 정보통신(IT)회사인 갤럭시아그룹의 실질적 오너이기도 하다. 효성그룹 내 '소그룹'으로 통하는 이 그룹엔 산하 계열사만 20여개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현준 사장은 또 그룹 전략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2012년 초에는 금융계열사인 효성캐피탈 이사로도 선임됐다. 후계자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조석래 회장의 의중이라는 점에서 조현준 사장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