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목되는 안철수·손학규·박원순 행보안·손, 대선때 친노에 밀려손학규, 서울시장 선거 박원순 도와… 안철수도 박원순에 서울시장 양보安 신당 창당 숙고속… 孫 재단 발족 '몸풀기'朴 "신당 합류는 소설"

안철수 무소속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거에 우군이었다. 안 의원은 무소속, 손 전 대표와 박 시장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그런 공식적인 '호적'을 떠나 세 사람은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혀 있다.

안 의원의 여의도 입성, 친노(친 노무현)계의 입지 약화로 인해 세 사람이 향후 야권의 지형 변화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상황의 추이에 따라서는 세 사람, 특히 안 의원과 손 전 대표가 야권 재편을 주도할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친노로 대변되는 민주당의 주류와 안 의원, 손 전 대표는 결국 함께 갈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시민사회단체 출신인 박 시장 역시 친노와는 결이 다르기 때문에 안 의원이나 손 전 대표와 앞으로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동병상련·우호관계

지난해 안 의원이 무소속 대선후보로 나섰다 뜻을 접은 직후 손 전 대표는 안 의원을 개인적으로 만나 위로했다. 친노에 밀렸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동병상련의 처지가 된 것이다.

손학규. 사진=연합뉴스
안 의원은 대선 당일이었던 지난해 12월19일 미국으로 날아갔고, 손 전 대표는 올해 1월15일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밖에서' 두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의견을 나눴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던 이유다.

안 의원과 손 전 대표는 '이념적'으로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두 사람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노동이 중심이 되는 대의민주주의'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도 궤를 같이 한다.

안 의원은 지난 3월 미국에서 돌아올 때 "최장집 교수의 <노동 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이라는 책을 감명 있게 읽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는 대표적인 손 전 대표의 후견인이다. 최 교수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손 전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손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고문을 맡기도 했다.

손 전 대표와 박 시장도 인연이 깊다. 손 전 대표가 당을 이끌던 2011년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렸고, 그에 앞서 민주당과 박 시장 측은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다.

민주당은 야권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박영선 후보가 패하자 깨끗이 승복하고 박 시장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박 시장이 지난해 무소속 신분을 정리하고 민주당에 입당한 것도 도움에 대한 답례 차원이었다.

박 시장에게 안 의원은 '은인'이다. 당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실시됐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여야 후보를 통틀어 압도적 1위를 달렸지만 박 시장에게 양보의 미덕을 발휘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50이 5에게 양보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안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50%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던 반면 박 시장은 5%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박원순'을 있게 한 은인이 안 의원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인연으로 두 사람은 고비 때마다 독대 자리를 마련해 속 깊은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협력·경쟁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진부한 격언이 아니더라도 세 사람이 끝까지, 적어도 차기 대선까지 함께 갈 거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필요한 부분에서는 협력하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 때문이다.

여의도 입성과 함께 단숨에 야권의 주축으로 떠오른 안 의원은 신당 창당을 숙고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지난 28일 광주 MBC에 출연해 "대선 과정에서 조직과 세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에 그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신당 창당이 하나의 옵션(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유학 중인 손 전 대표는 오는 7월10일쯤 귀국할 예정이다. 손 전 대표가 돌아오면 안 의원과 손을 잡고 야권 재편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가능성도 엿보인다.

지난 4월9일 동아시아미래재단의 발족을 손 전 대표의 '몸풀기'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재단은 손 전 대표의 정책 싱크탱크다.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4월 중에 작은딸의 출산 관계로 일시 귀국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던 터라 당초 계획대로 7월에 돌아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천명한 박 시장은 민주당의 혁신을 요구하면서도 안 의원의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제도권에 진입한 안 의원에 대한 박 시장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시장은 지난 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여러 번 졌기 때문에 위기가 깊다.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민주당의 정치적 혁신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고 민주당의 쇄신을 주문했다.

박 시장은 이어 "사람이 정치를 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이 어려운 결단인데, 하물며 신당을 창당한다든지, 이런 것들은 안철수 의원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안철수 신당'의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건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강동원 탈당… '안철수 신당' 신호탄?

내년 지방선거 예비 후보
민주-신당 사이 고심중

최경호기자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이 탈당 의사를 밝혔다. 강 의원은 4월24일 재보선 전부터 진보정의당 탈당과 함께 '안철수 진영' 합류 의사를 비쳐왔던 터라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진보정의당 관계자도 "강동원 의원이 직접 조준호 대표를 찾아와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탈당과 함께 민주당과는 대립각을 세우겠다는 뜻을 종종 얘기했다는 점에서 안철수 의원 쪽 합류를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의 탈당 그리고 '안철수 진영' 합류 가능성을 두고 정가에서는 현실적으로 진보정의당 간판으로는 차기 총선에서 승산이 적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역구가 남원ㆍ순창이라는 점에서 강 의원의 탈당이 '안철수 신당'의 신호탄으로도 읽히고 있다. 강 의원은 1985년 민주화추진협의회 김대중 공동의장의 비서를 시작으로 지난 19대 총선 때 야권통합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다.

강 의원은 야권 단일후보로 남원ㆍ순창에서 당선됐으나 총선 후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진보정의당으로 몸을 옮겼다.

강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신당과 무관하게 탈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무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진행 상황을 주시하고 지연 민심 봐가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에서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후보와 경쟁했을 때도 안 의원은 호남에서 유독 높은 지지를 받았다.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민주당은 안 의원의 일거수일투족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일부 예비후보들은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전남지사 유력 예비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는 A씨도 '안철수 신당' 참여 의사를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A씨 측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 후보로 나선다면 민주당 후보와 경쟁한다 해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는 10월 재보선 때 호남 지역에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출마자들이 대거 나선다면 민주당 후보들로서는 굉장히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대선 패배 후 지리멸렬한 책임론 공방, 계파 갈등 같은 것이 계속되면서 민주당 스스로 안철수 의원에게 복귀와 신당 창당의 명분을 제공한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