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노 재기 위해 등판론 vs 신중론 맞서"친노 적자가 PK에서 돌풍 일으켜야" 기대"패배땐 더이상 비빌 언덕 없게 될 수도…" 우려

곽상언
친노(친 노무현)는 위축돼 있다. 적어도 외견상은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 친노 인사들이 전면에 서서 지휘봉을 잡았지만 참패를 면치 못했다. 총선에서는 "무조건 과반 의석"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민주당은 128석에 그쳤고, 대선에서도 3.6% 차로 졌다. 두 번 모두 내용상 대패에 가까웠다.

친노의 기세에 눌려 잔뜩 움츠려 있던 비주류는 대선 후 일제히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대선 패배에 친노 핵심 인사들의 책임이 매우 크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급기야 대선평가보고서에서는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한명숙 이해찬 의원의 책임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한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해 각각 1ㆍ15 전당대회와 6ㆍ9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잡았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 오른 지 100일도 안 돼 물러났고, MB 정부 때 '조용히' 살다가 화려하게 복귀했던 이 전 대표도 지난해 11월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의 직격탄을 맞고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친노 진영 내부적으로 위기론이 대두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계파가 소멸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친노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다시 일어서려면 반드시 노풍(노무현 바람)이 불어야 하고, 그 진원지는 부산ㆍ경남(PK) 그리고 친노 핵심인사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가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42) 변호사의 등판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법과대학원을 나온 곽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 초 화촉을 밝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없이 위축된 친노가 다시 어깨를 펴려면 누군가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그리고 미풍이 아닌 돌풍을 만들려면 친노 적자(嫡子)가 PK에서 나서야 한다는 논리"라며 곽 변호사의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높게 봤다.

PK는 두말할 것 없이 여당의 텃밭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노풍이 강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했던 2002년에도 득표율이 30%를 넘지 못했다.

그렇다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 6ㆍ2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와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지난해 총선에서도 부산에서 '노무현의 비서실장'인 문재인 후보와 '노무현의 보좌관'이었던 조경태 후보가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해 배지를 달았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노로서는 대선 패배 후 크게 위축된 상황을 타개할 만한 '비장의 카드'가 절실하긴 하겠지만 곽 변호사가 과연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여야 간 1대1 대결로 맞서는 대선에 비해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는 인물이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당의 텃밭을 뒤엎을 만한 태풍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만일 곽 변호사마저 PK에 출마했다가 패한다면 친노는 더 이상 비빌 언덕이 없을 거라는 우려도 전제돼 있다.

사실 친노라고 다 같은 친노가 아니다. 흔히 결에 따라 성골, 진골, 육두품으로 나뉜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라면 성골 중의 성골이다. 그런 인사가 '데뷔전'에서 패한다는 것은 친노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직 시간이 있기 때문에 향후 여러 가능성을 놓고 논의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곽 변호사의 출마와 불출마를 놓고 찬반이 엇갈리는 것으로 안다"며 "곽 변호사는 친노의 핵심 인사이자 노 전 대통령이 각별히 아꼈던 사위인 만큼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역할을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