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안그룹 '오너 리스크' 떠오른 내막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 개인 돈 대부업체 빌려주고 거액의 이자 챙겨 금융당국 '해임권고'등 논의박순석 신안그룹 대표도 불법대출 의혹 등 잇단 구설

의 차남인 박상훈씨가 신안저축은행 대표 시절 대부업체를 통해 이자놀음을 한 사실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박씨는 회사 간부들과 함께 가담해 수십억원의 자금을 사채업자에 제공했다. 사채업자의 돈 주머니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일로 재계에선 신안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급부상하고 있다. 박씨가 물의를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과거에도 주가조작으로 개미들을 울린 전력이 있다. 그의 아버지인 박 회장 역시 여러 범법행위로 구설에 오른 바 있어 신안그룹에 대한 세간의 시선이 따갑기만하다.

사채업자 돈 주머니 노릇

금융당국이 신안그룹 계열사인 신안저축은행 경영진의 사적 금전 대부 행태를 적발했다. 문제의 인물은 의 차남인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 그는 신안저축은행 대표 시절인 2010년을 전후로 개인 돈을 대부업체에 빌려주고 이자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신안저축은행 간부이던 신모씨와 정모씨도 숟가락을 얹었다. 이들 역시 높은 이자를 노리고 저축은행과 거래 중인 우량 대부업체에 직접 자기 돈을 맡겼다. 이들이 빌려준 돈은 30억~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
금융회사 임직원이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사금융을 주선하는 행위는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행위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신씨와 정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금융알선 혐의 등으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현재 금융당국은 박씨 등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놓고 논의를 벌이고 있다. 당국 내부에선 '해임권고' 등의 조치가 유력하게 거론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임권고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한 최고 수준의 제재다.

해임권고를 받게 될 경우 박씨는 향후 5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직을 맡을 수 없게 된다. 다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법령에 사적 금전 대부와 관련한 명시적 처벌규정이 없어 법률 검토를 면밀히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주가조작 전과도

박씨가 '말썽'을 일으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4년에는 창투사 대표 등과 구조조정전문회사를 통해 상장된 워크아웃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시세조종을 벌여 20일만에 35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다 검찰에 적발됐다.

박씨 일당은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증자참여 등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작전' 전담자에게 증자주식의 일부를 '실탄'으로 제공해 간접적으로 주가조작에 참여했다. 이 일로 박씨는 시세조종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투자자가 검찰에 구속된 첫 사례가 됐다.

특히 박씨는 63억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20%의 수익을 보장받기로 한 계약서까지 작성해 모두 12억3,000여만원의 이익을 챙겼다. 박씨는 10여억원의 개인 자금 외에도 친인척 및 신안캐피탈 등 계열사 2개사의 자금 50여억원을 대출해 투자했다.

한 재계관계자는 "재벌가에서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이들은 부족함이나 고생 없이 자란 탓에 손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박씨 역시 재벌가 2ㆍ3세들의 전형적인 나쁜 예"라고 분석했다.

아버지도 각종 범법행위로 구설

이번 일은 아버지인 박 회장으로선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 회장 스스로도 여러 차례 범법행위 등으로 구설수에 올라 주변에선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박 회장은 2001년 수십억원대의 내기골프를 치고 도박장을 개설한 혐의로 구속됐다. 하도급업체나 납품업체 대표 등 '경제적 약자'들을 그룹 계열사 골프장에 불러 놓고 강탈이나 다름없는 게임을 한 일로 2002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박 회장은 이듬해인 2003년 굿모닝시티 비리 의혹에 연루돼 검찰의 내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박 회장은 모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이나 굿모닝시티 분양사업과 관련한 건축계획심의, 부지확보 과정에서 자신과 평소 친분을 쌓아온 십여명의 정ㆍ관계 인사에게 직간접적으로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또 박 회장은 최근 그의 특수관계인들에게 불법대출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조사를 진행 중인 금융당국과 검찰에 따르면 신안저축은행은 법으로 금지된 대주주와 대주주 특수관계인 등에 대한 신용공여, 동일인 여신한도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신안저축은행에 대한 제재수위를 잠정 결정한 후 금융위 회의에서 최종 제재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중견그룹의 회장이 관여된 조직적 불법행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영업정지를 포함한 중징계가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와 아들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면서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며 "최근 재계에선 웬만한 재벌가 보다 오너리스크가 큰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안그룹은 신안종합건설을 비롯해 매출액 6,000억원을 육박하는 강관회사 휴스틸과 신안CC, 리베라CC 등 다수의 골프장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중견그룹이다. 금융계열사로는 신안저축은행 외에 바로투자증권, 신안캐피탈 등이 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