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전대통령이 뿌린 씨앗 결실 맺었을 뿐대선 추락 민심의 질책… 기득권 내려놓은 뒤 국민에게 다가가야당내도 안철수 의원을 능가하는 인재 많아… 그들이 클 수있는 기회줘야세상이 숨 쉴 수있는 소박한 정치 하고 싶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제공
"느리게 가더라도 뒤로 가진 말아야"

조경태(45) 민주당 3선 의원(부산 사하을)은 '원조 친노'다. 조 의원은 부산대 토목공학과 3학년이던 1988년 총선 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 선거를 도운 것을 계기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이 많이 어려웠을 때 아무 대가 없이 헌신했다는 점에서 보면 조 의원은 '원조 친노'가 맞다. 조 의원은 '국회의원 노무현'의 보좌관을 지내면서 뚝심과 소신을 배웠고, 여의도에 입성한 뒤로도 그 원칙을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

조 의원은 부산 3선에 빛난다. 부산 사하을이 지역구인 조 의원은 만 28세이던 1996년 이곳에서 제15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4년 뒤인 2000년에도 패배의 쓴 잔을 들었다.

하지만 조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 지난해 4ㆍ11 총선까지 3차례 연속 승리하며 '작은 기적'을 일궜다. 5차례 총선을 치르는 동안 조 의원은 한 번도 민주당 명찰(열린우리당 포함)을 떼지 않았다. "무소속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지역주의"라는 게 조 의원의 지론이다.

조경태 의원이 지난 4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신경민 의원(17.99%)에 이어 2위(15.65%)로 최고위원에 뽑혔다. 부산 출신의 제1야당 선출직 최고위원 당선은 1993년 3월 노무현 최고위원 이후 처음이다.

부산 출신으로는 20년 만에 제1야당 선출직 최고위원에 오른 조 의원을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 의원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뿌린 씨앗이 결실을 맺었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당원, 대의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고 들었다. 당선을 예상했는지.

"시작할 때는 주위에서조차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그것은 내가 조직적 세가 약한 데다 특정 계파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나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 그런 염려를 했을 것이다. 현장에서 대의원들을 직접 만나 보니 '부산에도 민주당 3선 의원이 있구나'라는 반응이더라. 사실 어떤 분들은 내 지역구가 부산인지, 3선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유세를 통해 호응을 얻으면서 좋은 분위기를 예감했다."

-부산 출신으로는 20년 만에 선출직 최고위원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된 이후 처음으로 최고위원이 배출됐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 있는 승리라고 생각한다. 20년 전 노 전 대통령보다 등수가 좋았으니까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를 발전적으로 계승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웃음) 승리의 원동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서화합,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극복 노력이 아니었나 싶다. 그분들이 뿌린 씨앗이 이번에 최고위원이라는 결실로 맺어졌다고 생각한다."

-대선 패해 후 민주당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원인은 어디에 있고 해법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많은 신뢰와 믿음을 보내줬는데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에 비례해서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많은 국민들, 65% 정도가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가졌는데 민주당은 결국 부응하지 못했다. 현재 민주당의 낮은 지지율은 '우리가 이렇게 밀어줬는데 왜 너희는 해내지 못했느냐'는 질책의 연장선상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민주당이 잘하면 지지율은 회복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민주당은 겸허하게 반성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은 뒤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

-김한길 체제가 출범했다. 당내에 뿌리 깊은 계파 간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까.

"그동안 다소 무원칙적인 당 운영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당을 위해 헌신했던 당원들에게 기회를 주기보다 외부에서 온 사람들에게서 해법을 찾으려 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이라는 것은 열심히 땀 흘리는 당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안철수 의원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향후 민주당은 안 의원 측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한마디로 경쟁과 협력 관계 아니겠나. 안철수 의원은 새로운 정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분이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내에도 얼마든지 안 의원을 능가하는 인재가 많다고 본다. 당은 늘 준비하는 자세가 돼 있어야 하고 새로운 인재가 커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10월 재보선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어떻게 해야 다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가.

"먼저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끈기, 인내심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천천히 느리게 가지만 결코 뒤로 가지 않는다'는 링컨의 말처럼 민주당도 그렇게 해야 한다. 선거라는 게 그렇듯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지나치게 승리에 집착하다 보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질 수도 있고 대안 없는 정당이 될 수도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겼지만 정작 중요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는 패하지 않았는가."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 3선에 빛난다. 개인적인 포부와 비전을 듣고 싶다.

"거창한 구호나 비전 제시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소박한 정치를 하고 싶다. 정치가 소박해야 세상이 숨을 쉰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나가고 지켜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에게 행복과 편안함을 드리고 싶다. 결국 정치라는 것은 국민을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다. 정치가 국민을 가르치고 리드하는 시대는 지났다. 더 낮은 자세에서 국민을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

●조경태 의원은

▲출생: 1968년 1월10일 ▲출생지: 경남 고성 ▲가족관계: 부인 신미숙씨와 1녀 ▲병역: 보충역(상병 소집해제)

▲출신교: 신평초교-사하중-경남고-부산대 토목공학과-동 대학 박사

▲주요경력: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책보좌역,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위원장,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 연세대 토목ㆍ환경공학과 객원교수, 2011, 12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선정 우수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3선 의원(17~19대), 민주통합당 제18대 대선 예비후보, 민주당 최고위원

▲저서: <조경태의 누드정치> <지역주의는 없다> <조경태, 세상과의 소통>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