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긴장시키는 불매운동남양유업 막말 파문… 주요 편의점까지 나서물티슈·새우깡 등 유아용품·먹거리 '단골'일본과의 관계 악화땐 니콘·유니클로 등 불매

남양유업이 최근 '밀어내기식 영업'과 '막말 파문' 등으로 촉발된 불매운동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양유업이 최근 '밀어내기식 영업'과 '막말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주가는 연일 급락하고, 이에 더해 검찰의 수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서운 건 따로 있다. 바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장 매출이 감소하는 것 외에도 기업 이미지 하락 등 유ㆍ무상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최대 식품회사이던 유키지루시유업은 2001년 수입산을 자국산으로 위장해 판매하다 적발돼 불매운동으로 번지면서 회사 문을 닫은 바 있다.

따라서 불매운동은 기업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 중 하나다. 기업들이 이를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벌어진 불매운동의 사례와 그 변천사를 살펴봤다.

식료품ㆍ유아용품 주로 발생

불매운동이 촉발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갈래로 압축된다. 품질 결함이나 국가 관계,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 등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제품 결함으로 인한 불매운동의 경우 유아용품이나 식료품 부문에서 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와 자영업단체가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개최에 반발, 지난 3월 1일부터 일본 제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실제 2005년 유한킴벌리 물티슈에 대한 불매운동이 발생한 바 있다. 한 시민단체가 물티슈 안전검정기준 적합여부 시험 결과 하기스 물티슈에서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210ppm이 검출됐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는 기준보다 7배나 높은 수치이다.

유한킴벌리는 사태진압에 나섰다. 미국식품의약청(FDA)이 인정하는 안전기준을 확보해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지만 소비자가 원할 경우 교환해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불 규정 및 손해배상 수준이 상식밖에 머물렀다.

그러자 주부들은 하기스 게시판을 점령, 물티슈와 기저귀의 전량 반품 및 환불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다 급기야 온라인을 통해 불매운동을 벌이면서 유한킴벌리는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 일로 50%가 넘던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반토막이 났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CJ에 대해 한 환경단체가 불매 운동을 선언했다. CJ가 자사 냉동식품에 과다 섭취할 경우 건강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진 아질산나트륨을 다량 사용하면서도 '무 보존료' 상품으로 광고한 사실이 그 배경이었다.

특히 이런 식품이 학생들 급식에도 다량 사용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은 더욱 커졌다. 급식 관련 계열사인 CJ푸드시스템은 자사의 급식 식단에 '파스타비엔나볶음', '햄버거스테이크' 등 아질산나트륨을 다량 함유한 육가공품을 1주일에 2회 이상 제공했다.

이에 환경단체는 백설 설탕ㆍ식용유ㆍ밀가루, 햇반, 다시다, 해찬들 고추장, 비트, 건강음료 팻다운 등 CJ 계열사 제품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이 일로 CJ는 '깨끗한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농심도 2008년 쥐새우깡 사건에서 촉발된 불매운동으로 고초를 겪었다. 당시 새우깡에서 죽은 쥐 사체가 발견돼 논란이 됐다. 이후 농심이 소비자 신고를 받고도 문제 제품을 회수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농심에 대한 불매운동은 시민환경단체가 아닌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새우깡 농심, 불매운동한다'는 블로그가 등장했다. 또 다른 포털사이트에서도 '농심, 불매운동을 강력히 추진합니다'라는 농심 불매운동 서명도 시작됐다.

당시 이 일은 최악의 사태로까지 번지진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불매운동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이른바 '생쥐깡'은 이물질이나 유해물질 등 식품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함께 이름이 올려지며 아직도 농심을 괴롭히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입으로 들어가는 먹거리나 아기를 위해 사용되는 유아용품들은 소비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라며 "해당 분야에서 신뢰가 가장 강조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가 관계에 따라서도 촉발

국가 간의 관계에 따라서도 심심찮게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과 특히 그런 경우가 많았다. 먼저 2001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과소비추방 범국민운동본부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캠페인을 벌였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다. 일본 담배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등 일본 제품 화형식도 치렀다.

2005년에는 서울흥사단과 재경 독도향우회 등 시민단체가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과 왜곡된 일본 교과서 편찬에 항의해 후쇼사 교과서와 일본 제품 사진에 불매 스티커를 붙이는 행사를 했다. 같은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기술한 전자사전이 적발돼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2008년 일본 정부의 교과서 독도 영유권 표기결정으로 반일 감정이 치솟으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었다. 2011년에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불거지면서 한국담배판매인회중앙회가 일본 담배를 피우지 말자는 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지난 3월1일부터 6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이 80여개 직능단체와 60여개 소상공인ㆍ자영업단체, 시민단체와 함께 일본 제품을 일절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개최에 반발해서다.

이들은 '마일드세븐', '아사히맥주', '니콘', '유니클로', '토요타', '렉서스', '소니', '혼다' 등을 불매 대상에 포함해 운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는 건국 이래 최대규모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다.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난 적도 있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사건의 여파로 반미감정이 극에 달하면서다. 당시 민주노동당 춘천시선거대책본부는 여중생 장갑차사망사건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미국제품 불매운동'과 '미군 손님 받지 않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또 네티즌들로 구성된 사이버여중생범국민대책위원회도 미국 제품에 ▲맥도널드 햄버거 안먹기 ▲코카콜라 안마시기 ▲007영화 안보기 등 '안먹고 안보고 안쓰기'를 실천하는 '네티즌 미제품불매 3안운동'을 펼쳤다.

또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편파판정 시비 이후에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미국제품 불매운동 움직임이 활발했다. 당시 미국 제품을 사지 말자는 서명과 미제 불매운동 카페가 연이어 설립됐다. 당시 안톤 오노가 모델로 활동했던 나이키, 할인점 월마트, 외식업체 TGIF 등 모든 미국계 업체들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일각에서는 타국 제품 불매 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불매운동 대상 국가의 국민을 자극해 양국간 통상 마찰이 생길 수도 있다"며 "불매 운동으로 해당 문제가 국제적으로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 비윤리적 행보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보에 불매운동이 촉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막말파문'과 '밀어내기식 영업'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남양유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남양유업은 가맹 대리점주에게 폭언을 한 영업사원을 해고하고 공식 사과했지만, 불매운동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먼저 지난 8일 국내 주요 편의점인 CU·GS25·세븐일레븐이 남양제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여기에 개인 소매업자들도 앞 다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고, 네티즌들도 온라인상에서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 청원을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는 롯데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있었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는 롯데그룹의 골목상권 침해와 상생에 역행하는 행태를 비판하며 롯데그룹에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들어갔다.

전국 60만개 룸살롱과 단란주점 노래방 음식점에서는 롯데의 위스키 스카치블루와 소주 처음처럼, 아사히맥주를 팔지 않기로 했다. 또 생수와 칠성사이다, 실론티, 2% 등 음료수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동네슈퍼들도 롯데가 만든 과자와 아이스크림 등 제과류를 팔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시민단체 소속 회원과 가족들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를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불매운동에 참가하는 단체수만 80여개, 소속 자영업자는 200만명에 달했다.

한해 전인 2011년 피죤도 비윤리적인 행태로 불매운동을 초래했다. 이윤재 피죤 회장의 청부폭행을 시작으로 횡령‧배임 등 각종 불법행위가 쏟아져 나오면서다. 현재 이 회장은 불구속 기소돼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선 '피존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대형마트에서는 이 회사 제품을 팔지 말자는 청원운동도 진행됐다.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피죤의 시장점유율은 40%대에서 2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에 경제민주화 기조가 만연해 지면서 기업 윤리 문제와 관련한 불매운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라며 "기업들로선 긴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중심 '빠르고 강해졌다'


● 불매운동 변천사

송응철기자

불매운동도 시대에 따라 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먼저 과거 품질 문제로 인한 불매운동이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에 따른 경우가 많다. 이는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과거 시민단체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촉발된 데 비해 최근엔 온라인이 진원지가 된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당연히 과거에 비해 전파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일단 터지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2000년을 전후로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면서 불매운동의 시발점이 시민단체에서 네티즌으로 옮겨오고 있다"며 "온라인을 기반으로 운동이 진행되다 보니 확산 속도가 과거에 비해 매우 빨라졌다"고 말했다.

확산 속도만 빠른 게 아니다. 파괴력도 이전에 비해 강해졌다. 사실 과거 불매운동은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민단체가 목 놓아 외쳐도 소비자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진 못했다. 당연히 과거 불매운동은 기업들을 크게 긴장 시킬 정도는 아니었던 게 사실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의 주체로 바뀌면서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그에 따라 불매운동은 해당 기업의 단기 매출은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손상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은 불매운동의 불씨를 차단하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벌어질 경우 기업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품질ㆍ고객ㆍ기업 이미지 관리 등에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