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을'의 반란에 '슈퍼갑' 긴장부당행위 관련 정보 수집접촉 늘리고 정책 연대'길들이기'에 적극 나서

민주당은 최근 '을지키기 경제민주화위원회' 회의를 여는 등 갑을관계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을 개선하기 위해 시민단체와 정책 연대를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손용석기자
재계가 떨고 있다. 가뜩이나 '갑'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의 새 선장을 맡은 김한길 신임대표마저 '을을 위한 정당'을 표방하며 본격적으로 경제민주화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나선 까닭이다.

특히 김 대표가 재계와 상극인 시민단체들과 연대, 본격적으로 재계 파헤치기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재계의 부담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역시 시민단체들을 앞세워 재계 길들이기에 나선 상태라 '시련의 계절'을 재계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시민단체와 스킨십 늘려

새롭게 민주당을 이끌게 된 김한길 대표는 최근 시민단체와의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특히, 요새 논란이 되고 있는 갑을관계 관련 행사에는 시민단체와의 접촉을 위해서라도 되도록 얼굴을 비추려 한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7일 열린 '재벌ㆍ대기업 불공정ㆍ횡포 피해사례 발표회'에 참석, "박근혜 대통령이 비대위원장 시절부터 약속한 경제민주화는 '경제가 어려우니깐 대기업의 발목을 잡지 말라'라는 논리에 밀리고 있는 것 같다"며 "나를 포함한 민주당이 경제민주화 실현에 앞장설 것"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최근 민주당이 '을지키기 경제민주화위원회'의 첫 회의를 열고 갑을관계 불공정 거래 관행 등을 청취하기 위해 남양유업편의점주협의회 대표단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와의 정책 연대 방향을 논의한 것도 김 대표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알려져 있다. 민주당 소식통에 따르면 김 대표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과 연대해 대기업들에 대한 개인의 피해 사례 접수에 나선 상태다. 이는 최근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남양유업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김 대표가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갑을관계 변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경제민주화 입법 과정에서 '과잉입법' 논란을 낳았던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와 연대해 삼성SDS, 현대글로비스, SK C&C 등 주요 대기업을 타깃으로 삼고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이익환수를 추진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협조체제 구축

시민단체와의 스킨십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김한길 대표만이 아니다. 박근혜정부 또한 시민단체와 연계해 재계를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새 정부는 직접 기업을 손보기보다는 일정부분 시민단체와 손잡고 '경제민주화'공약을 실천해 나간다는 것이다. 청와대, 또는 관련 부처가 직접 나설 경우 정부가 재계를 길들이려 한다는 오해와 기업의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시민단체를 앞세워 소기의 목적을 이룬다는 전략이다.

가령 시민단체들이 본연의 업무에 따라 비리에 연루됐거나 그러한 의혹이 있는 기업들을 문제삼을 경우, 정부의 사정기관은 문제의 기업을 손볼 수 있는 명분이 있다.

특히 4대강사업이나 저축은행사건 등 MB정부 시절 불법 시비가 잇따르고 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사건들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는 후문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정부에서 확보한 정보를 시민단체와 공유해 기업을 압박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박근혜정부에 이어 김한길 대표까지 시민사회와 손잡고 기업 손보기에 나설 태세를 보이면서 궁지에 몰린 재계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치권, 사정기관의 움직임에만 집중해왔던 대기업들이 이제 시민단체의 행보에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민주당은 몰라도 청와대가 시민단체와 손을 잡는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바 없다"면서도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 때문에 (대기업들도) 어쩔 수 없이 시민단체의 동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