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처벌이든 피할 수 있을 것"… 착각… '성 일탈' 파멸 무덤 팠다'변양균-신정아' '린다김 사건' 등…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 불러극단적 모험 즐기는 성향… 성스캔들 야기하는 양날의 검권력자 성추문에 관대한 한국 풍토도 문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김형태 의원 제수 성폭행 미수 의혹… 결국 새누리당 탈당
강용석 전 의원 성희롱 발언 연루
잇단 금배지 추문

두 명의 '윤씨'가 성추문으로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방미 중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을 불러온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이다.

특히 윤 전 대변인 사건은 사안의 중대성에다 사상 초유의 일로 국내외적으로 파장이 이만저만 아니다.

성 스캔들은 동서고금을 망라한 현상으로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그중에서도 권력, 정치권과 관련된 성추문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권력과 성추문의 함의를 살펴봤다.

금배지들의 추문

김형태 의원. 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성추문 사건은 자주 금배지들과 연루된다. 가장 최근의 성 추문 사건은 공교롭게도 윤창중 전 대변인이 한 언론 칼럼에서 언급한 현역 의원인 무소속 김형태 의원 성추문이다.

김 의원은 지난해 4ㆍ11 총선 당시 제수(弟嫂) 성폭행 미수 의혹에 휩싸인 끝에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윤 전 대변인은 칼럼에서 김 의원 사건을 겨냥해 '새누리당을 색(色)누리당'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 의원 사건의 핵심은 김 의원이 KBS에 재직 중이던 2002년 죽은 친동생의 부인 최모씨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남편이 사망한 후 두 아들과 부산에서 살던 중 2002년 아들의 장학금 문제를 의논하자며 김 의원이 상경을 요청해 오피스텔에서 만났는데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이런 주장에 대해 극구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 해당 사실을 인정하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결국 김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했다. 이 일로 새누리당은 '성누리당'이라는 불편한 꼬리표를 안게 됐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
은 2010년 7월 아나운서 지망 여대생들 앞에서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곤욕을 치렀다. 그는 직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명됐으며 모욕ㆍ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돼 1ㆍ2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앞서 은 2006년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당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전 의원은 성추행 뒤 "술에 취해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해 국민을 다시 한번 경악하게 했다. 재판에 넘겨진 최 전 의원은 1심에서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에 선고유예를 받았다.

민주당 소속이던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는 2002년 2월 집무실에서 직능단체 여성 간부를 성추행한 혐의로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서 성희롱 판정을 받았다. 우 전 지사는 불복하고 여성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냈으나 2006년 12월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정인숙 피살' 3공화국 발칵

지난 1970년에 발생한 '정인숙 피살 사건'은 3공화국 최대의 섹스 스캔들로 일컬어지며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3세이던 그의 아들 정성일을 두고 아버지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컸다.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
당시 개통된 지 얼마 안 된 강변도로에서 미모의 26세 여인 정인숙씨가 차에 탄 채 총에 맞은 변사체로 발견됐고 함께 타고 있던 그의 오빠가 총을 쏜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

그런데 정씨의 소지품에서 20여명의 고위층 인사들의 명함이 발견되면서 이 미스터리한 죽음과 관련한 갖가지 소문들이 나돌았다. 정성일씨는 청년이 된 후 당시 국무총리였던 정일권씨가 아버지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

그 밖의 사건들

2007년에는 '변양균-신정아 사건'이라는 대형 성 스캔들이 터진 바 있다.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통하던 신정아는 광주 비엔날레 공동감독을 맡는 등 승승장구 했다.

그러나 예일대 학력이 위조라는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당시 청와대 실세였던 변양균 전 정책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성추문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의혹이 제기된 직후 청와대는 변 전 실장의 해명에 일방적으로 의존해 그를 강력하게 엄호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이 밝혀지자 신뢰성에 타격을 입는 부메랑을 맞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세간에선 청와대의 내부 검증 시스템과 위기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투명한 정부, 깨끗한 정부 등 도덕성을 가장 큰 자랑으로 여겨 왔던 참여정부는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일은 참여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속칭 '린다 김 로비사건' 역시 '신정아-변양균 사건'과 비슷한 성 스캔들이다. 린다 김은 1996년 국방부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이었던 '백두사업'과 관련해 당시 이양호 국방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를 상대로 로비를 벌인 재미 로비스트다.

문제는 2000년 이 전 장관이 린다 김에게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모든 것을 감싸고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며 "아무쪼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연서를 보낸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이 사건은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일으켰다.

더욱이 이 전 장관이 "린다 김과 서울의 호텔에서 2차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밝혀 '린다 김 사건'은 섹스 스캔들로 번졌다. 이 사건에는 전직 장관, 국회 국방위원장 등 정권의 실세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민정부 전체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겼다.

말이 빚은 실수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2003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김희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남의 집 여자가 우리 집 안방에 들어와 있으면 날 좀 주물러 달라고 앉아 있는 거지"라고 말했다. 당시 김 의원이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것을 비아냥거린 말로 결국 여성부로부터 성희롱이라는 결정을 받았다.

도를 넘는 성적 농담은 다반사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2011년 한 특강에서 역사 속 관리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예를 들며 "춘향전은 변 사또가 춘향이를 따먹으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말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도 2010년 걸그룹 이야기를 하던 도중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만 찾는다고 하더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07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언론의 연재만화를 주제로 이야기하다 "요새 조철봉(주인공)이는 옛날에는 하루에 세 번씩도 하더니 요새는 한 번도 안 하대. 요즘은 철봉이 아니라 낙지가 됐어"라고 말했다.

부·권력 가진 남성 향한 유혹

성 스캔들의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그 결말만은 한결같다. 그럼에도 권력자들이 섹스의 늪에 쉽게 빠지게 되는 까닭은 뭘까. 전문가들은 권력 자체의 속성과 성 스캔들에 관대한 한국 사회의 풍토를 일탈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특권으로 의식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처벌이든 모두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착각은 정치인들이 성 스캔들 등 일탈에 무감각해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또 권력자들은 대체적으로 극단적인 모험을 서슴없이 감행하는 성향이 강하다.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크게 성공한 사회지도급 공인과 정치인들이 가진 필수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탈은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이 성 스캔들을 야기하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는 분석이 있다.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많은 유혹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유혹이 많은 환경이 권력자들을 혼외정사의 유혹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부와 권력을 지닌 남성을 유혹해 직장 등에서 출세하는 것을 지칭하는 '소파 승진'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권력자의 성 스캔들을 너그럽게 봐주는 한국의 풍조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계속되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의 성추문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처벌과 재발방지에 소홀한 점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세계 권력자들의 성 스캔들은?

동서고금 막론한 공통현상

정치인의 성 스캔들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공통 현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먼저 미국의 경우 역대 42명 대통령 가운데 15명이 각종 염문을 뿌리며 성 스캔들에 이름을 올렸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은 매리 기본스라는 이웃집 여인과 혼외관계를 한동안 지속했으며,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토머스 제퍼슨 전 대통령은 흑인 노예와의 사이에서 6명의 자식까지 낳았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도 당대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를 비롯해 수많은 여인들과의 염문에 휩싸인 바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르윈스키라는 백악관 직원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스캔들로 1998년 당시 탄핵위기까지 몰렸다.

프랑스 정치권의 고질병도 성 스캔들이다. 대표적 인물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전 총재다. 프랑스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던 칸은 2011년 호텔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체포돼 IMF 수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1994년 숨겨놓은 딸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2007년 취임 직후 11년간 살아온 부인 세실리아와 이혼하고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모델 카를라 브루니와 재혼했다.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도 호화 저택에서 여성들과 난잡한 파티를 즐기는가 하면, 17살짜리 미성년 댄서와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실비오 총리는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또 이스라엘의 모세 카차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 중이던 2006년10명의 여성을 성폭행ㆍ성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아 사퇴 압박을 받았다. 터키에서는 우파 정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의 총선후보 10명은 혼외정사를 벌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줄줄이 낙마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