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파트너 '아메리카'를 잡아라!보유량 한정 중동시대 저물고미주가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수입량 확보 및 중남미 국가와 네트워크 강화 필요신재생에너지 등서 파생될 비즈니스 기회 포착 투자 늘려야


석유자원의 독점으로 오랫동안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고 있던 중동이 힘을 잃고 있는 반면, 미주가 새로운 에너지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로 에너지를 수입해 쓰는 우리나라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소의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에너지 패권의 이동: 중동에서 미주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략 대책을 모색했다.

글로벌 에너지 패권은 이동 중

김화년 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패권이 점진적으로 중동에서 미주로 이동하는 데는 북미와 중남미의 석유생산 증가와 에너지 효율성 향상의 영향이 크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OPEC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중심이지만 점차 중동의 역할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셰일혁명(Shale Revolution)'으로 불리는 비전통에너지 개발이 확대되면서 석유 및 가스 생산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은 이르면 2017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석유 생산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이 되면 미국은 하루에 1,1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해 1,060만 배럴을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크게 제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석유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 캐나다 또한 오일샌드 등의 비전통에너지 개발로 석유 생산이 증가할 전망이다. 캐나다의 2011년~2030년 석유 생산량은 연간 2.4%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개발 석유자원이 많은 중남미의 생산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의 경우 해양석유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연간 4.9% 증산하여 세계 6위 산유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베네수엘라는 오리노코 지역의 초중질유를 중심으로 연간 4.9%의 증산이 예상된다.

이처럼 에너지 기술 경쟁력이 강화되는 미주에 비해 중동의 에너지 지배력은 크게 약화되고 있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데 반해 석유 생산이 소폭 증가에 그쳐 수출 여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까닭이다. 실제로 2030년까지 석유 생산량이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를 제외하면 중동의 석유 생산은 오히려 감소할 전망이다.

미주 에너지 개발 경쟁력은 어디에?

그렇다면 중동을 제치고 에너지 패권을 장악할 것으로 점쳐지는 미주가 지니고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김화년 연구원은 미주가 비전통에너지, 해양석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전통에너지부터 살펴보면, 미국의 셰일가스와 타이트오일, 캐나다의 오일샌드, 중남미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 등이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주에는 전 세계 셰일가스의 47.7%가 매장돼있으며 미국(2위), 캐나다(7위) 등 10대 셰일가스 매장국 중 5개국이 몰려있다. 또한 캐나다에는 전 세계 오일샌드의 71.6%가 매장돼 있으며 생산량이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미국의 타이트오일 생산량 비중도 크게 증가, 2025년에는 전체 원유의 38.7%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만과 브라질 연안에 매장된 해양석유도 미주의 에너지 경쟁력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미주는 2010년에 이미 전 세계 해양석유 생산의 39%를 담당했었다. 시추ㆍ안전 등 개발기술에서 우위에 있는 데다 향후 중남미의 해양 개발을 위한 투자가 집중될 예정이라 그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 및 생산력 증가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꼽힌다. 재정위기로 투자가 위축돼있는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회복 속도가 빠른 미국이나 주목받는 신흥국이 다수 포진한 중남미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헤게모니가 강화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브라질은 2010년에 이미 전력 생산의 85%를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는 강국이며 미국 또한, 2010년~2030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을 연평균 2.1%씩 늘릴 계획이다.

에너지 패권 변화의 대응책은?

에너지 패권이 중동에서 미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우선 미주의 비전통에너지, 해양석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서 파생되는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비전통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철강재나 해양석유 개발에 필요한 부유식 시추ㆍ이동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중동 중심의 에너지 수입 환경에서 벗어나 미주 에너지 자원을 확보, 수입처 다변화에 힘써야 한다.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위한 석유, 가스 수출규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에너지 자원을 한국으로 수입하기도 쉬워질 예정이라 이 같은 호기를 놓치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미주의 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 생산 증가 및 비용 절감 효과로 인한 미주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맞서 직접 투자를 통한 값싼 원료 확보, 중남미 국가와의 네트워크 강화 등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