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재 대표변호사와는 고교·대학·사법시험 동기사건 맡기보다 자문 역할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퇴임 뒤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을 돕는 등 '동네 아저씨'로 변신해 화제가 됐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공식 서열 여섯 번째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에 이어 대한민국 넘버 6이다.

그래서 더 화제가 됐다. 김능환(62)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퇴임 직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부인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일하며 소박한 '동네 아저씨'로 변신한 것을 두고 "진정한 이 시대의 귀감"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른바 '전관예우'를 거부한 김 전 위원장에게는 대쪽 같은 선비를 의미하는 딸깍발이라는 애칭도 붙었다.

1951년 충북 진천에서 태어난 김 전 위원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7회 사법시험회에 합격했다. 김 전 위원장은 1980년 전주지법 판사와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서울가정법원, 서울지방법원 부장 판사를 거친 뒤 2006년에는 대법관에 임명됐으며, 2011년 2월부터 2년 간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재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5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아내의 가게를 도우며 소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라며 "당분간 공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이 부인의 편의점에서 일한 것도 어느덧 석 달 가까이 다 돼 간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 전 위원장의 로펌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동네 편의점은 노동 시간에 비해 실제 소득은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편으로는 김 전 위원장이 후배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김 전 위원장이 퇴임 후 '전공'을 살리지 않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김 전 위원장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변호사로 일하는 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는 곰곰이 따져볼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도 "김 전 위원장이 사회를 위해 일하고 싶다면 무료 변론 등 방법은 무수히 많다"며 "대법관에 중앙선거관리위원장까지 지냈던 분인데 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의 로펌행 가능성과 관련,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등이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위원장은 로펌으로 가더라도 사건을 맡기보다 법률 자문 역할을 하는 고문변호사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광장으로 갈 가능성이 좀더 커 보인다"면서 "광장의 대표변호사는 김 전 위원장과 절친한 친구인 김병재 변호사"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과 김 변호사는 인연이 남다르다. 두 사람은 경기고-서울 법대 동기일 뿐 아니라 사법시험(17회)도 같은 해에 합격했다. 또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에는 판사로 임용돼 나란히 법복을 입었다.

로펌행이 확정되면 김 전 위원장의 출사(出仕)도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월 퇴임 때도 "당분간 공직은 안 한다"고 선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됐었다. 여러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용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조무제 전 대법관,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이 유력 후보로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초대 국무총리는 지난해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게 돌아갔다.

33년간 검소한 공직생활 '청백리'

김능환은?
직위보전비 모아 직원들에게 선물하기도
노무현 전 대통령 "가장 뛰어난 법관" 극찬

최경호기자

지난해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는 "좀 서운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새누리당 등 여권에서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두고 한 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4월 19대 총선에서 친박계 현기환 전 의원에게 공천헌금 3억원을 전달한 혐의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현영희 의원을 같은 해 8월 검찰에 고발했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월에는 총선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홍사덕 전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선을 6일 앞둔 12월13일에는 박근혜 후보의 불법 선거운동 사무실로 의심되는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을 급습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 직후인 지난 1월 사의를 표했으나 후임 위원장이 정해질 때까지만 직분을 맡아 달라는 요구에 따라 3월 초까지 임무를 수행한 뒤 명예롭게 퇴임했다.

33년 간의 공직생활 동안 김 전 위원장은 청백리로 유명했다. 김 전 위원장은 겨울에 위원장실에만 난방이 켜져 있으면 "나만 특별대우 하지 말라"며 난방을 끄게 했고, 회식자리에서는 곧잘 개인 카드로 식대를 계산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김 전 위원장은 매달 직위보전비로 받은 400여만원을 모아 직원들 격려금으로 썼고 어버이날,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 뜻 깊은 날에도 직원들 선물부터 챙겼다.

김 전 위원장은 2006년 대법관 청문회 때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동네에 책방 하나 내고 이웃 사람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면서 살고 싶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김 전 위원장과 사법시험 동기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가장 뛰어난 법관"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