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통신대 교직원 수당 부당지급 감사원 적발매년 1천억 기성회비 걷어 매달 100만원 직원 수당직원 평균수당 국공립 1위… 학생 장학금 수혜율은 38%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전경
학생들 복지에 사용돼야 할 비용 직원들 호주머니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통대)의 도넘은 직원 밥그릇 챙기기가 세간의 눈총을 받고 있다. 시설 확충 및 운영 등 학생들의 복지에 사용돼야 할 기성회비로 직원들의 배를 불린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현재 조남철 방통대 총장에 대한 징계를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요구한 상태다.

시설비 줄고 인건비 천정부지

국민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설립된 방통대는 국비로 운영된다. 지난 6년간 적게는 350억~400여억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방통대는 이외에 기성회비 명목으로 매학기 33만7,000원 정도를 걷고 있다. 방통대의 재학생이 12~16만명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800억원을 웃도는 기성회비가 조성되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기성회비 수입은 813억원 규모였다.

기성회비는 1963년 옛 문교부 훈령에 따라 학교 시설 확충ㆍ운영에 사용하도록 마련됐다. 이후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관행적으로 운영돼 오다 법적 근거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남철 총장
그동안 방통대의 기성회비는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제는 지난 2007년부터 재학생이 감소세인 반면 인건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07년 240억원이던 인건비는 2011년 331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시설보완과 확충에 사용돼야 할 기성회비 대부분이 인건비로 빠져나가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성회에서 봉급을 받는 기성회직에게 각종 봉급 외 수당을 신설해 과다하게 지급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만들어진 봉급 외 수당만 12가지에 달한다는 내부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비에서 봉급을 받는 교수나 일반 공무원도 매달 76만~125만원에 달하는 기성회수당이 돌아갔다. 기성회가 대학 교직원들의 ‘저금통’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인건비 비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반면 시설비는 지난 2007년 416억원에서 2011년 120억원으로 대폭 감소됐다. 당연히 학생들을 위한 시설 확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은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후문이다.

실제 학생들은 교내에 스터디룸 등 시설부족으로 유료로 장소를 얻어서 공부를 하는 등 시설부족으로 인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학생들은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해 시설 보완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반려됐다. 자금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해 방통대 관계자는 “2010년부터 대학본부와 대전충남지역대학, 전북지역대학 신축 등 시설 사업을 실시하여 3개년간 기성회회계에서 681억원, 국고에서 206억원의 시설비를 집행했다”며 “지난 1월 대전충남지역대학, 2월에는 전북지역대학 건물을 완공하는 등 학습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만 운영 실태 ‘적나라’

결국 과도한 ‘제 식구 챙기기’가 기성회비 방만 운영 논란을 부른 형국. 잡음이 끊이지 않자 감사원은 지난해 11월12일부터 한 달에 걸쳐 방통대를 대상으로 기관운영감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방통대의 방만한 기성회비 운영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방통대는 2011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41억2,400만원의 기성회비를 교직원 수당으로 전용했다. 국립대학 비국고회계 관리규정에 따르면 업무에 대한 보수와 연구보조비 외 명목으로 기성회비를 쓸 수 없다.

앞서 방통대는 전임 총장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교직원들에게 연구촉진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61억여원을 줬다가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에 적발돼 시정을 요구받은 바 있다. 이에 조남철 방통대 총장은 교과부에 해당 수당을 폐지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실제론 다른 보조비를 같은 금액만큼 늘리는 방식으로 2011∼2012년 41억여원을 부당 지급했다. 편법을 동원해 직원들의 ‘밥그릇’을 챙긴 것이다. 전임 총장의 공약사항을 폐지하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된다는 게 그 이유였다.

또 2011년 방통대 교직원의 평균 수당이 1,761만원으로 40개 국립대학 중 1위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513만원을 지급한 최하위 대학에 비해 3.4배 큰 규모다. 방통대는 45분짜리 강의를 한 번 녹화하면 3년 내내 방송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강의하지 않아도 수업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어 근무 부담이 훨씬 적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반면 방통대 학생들의 교내 장학금 수혜율은 38%에 불과했다. 교직원들에게 급여보조성 인건비를 많이 지급하고 있는 다른 국립대 학생들의 교내 장학금 수혜율 65~116% 비해 현저히 낮은 규모다.

이밖에 방통대 총장이 장학금, 교육비, 시설비 용도로만 쓸 수 있는 학교발전기금으로 지역대학장들에게 보직수당 8,000여만원을 주거나, 학보사 예산에서 자신의 판공비 명목으로 2,300만원을 받은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방통대는 기성회비로 교직원들의 경제적 손해를 보전하기보다는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을 더 확대하고 기성회비 재정에 여유가 있다면 기성회비를 인하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은 “연구촉진장려금과 행정개선연구비를 폐지한 것처럼 하고 해당 금액만큼을 연구보조비로 인상해 교직원에게 지급한 것은 감독관청인 교과부 장관의 감사 지적에 반하는 기망행위”라며 조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을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방통대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발표한 장학금 수혜율은 ‘인원대비 수혜율’의 방식에 의해 계산된 것”이라며 “실제 수혜율은 국립대 평균보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대 측은 감사원 처분결과에 대해서 재심청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총장에 집중된 권한 원인

이처럼 방통대에서 기성회비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이유와 관련, 학교 안팎에선 기성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관 짓는 시선이 많다. 총장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면서 기성회비 운영이 불투명해 졌다는 것이다.

이는 기성회 회칙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기성회 규약 제5조에는 기성회의 사업계획은 총장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기성회비 사용 여부를 총장이 결정하는 셈이다. 또 규약 제 9조에 따르면 회의 의결에 있어서는 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총장의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돼 있는 것이다.

결국 총장에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는 구조.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총장 뜻대로 주무를 수 있는 셈이다. 총장의 전횡을 막기 위해 감사 1인을 기성회 임원으로 규정,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개교 이래 40년 동안 총회를 통해 임원을 선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방통대 관계자는 “기성회비의 예산편성과 인건비 지급에 관해서는 기성회이사회의 심의ㆍ의결을 받도록 되어 있다”며 “감사원이 지적한 인건비 지급 역시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집행했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