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종도 카지노 '이상기류'사전심사제 개정 둘러싸고 산자부-문화부 첨예한 대립 사업 자체 무산 가능성도정부,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 개정 안전장치 없이 문턱만 낮아져 외국인 투자자 먹튀 등 우려

영종도 카지노 입찰을 둘러싸고 참여주체 간의 논란이 뜨겁다. 카지노가 들어설 영종도 조감도. 주간한국 자료사진
영종도 카지노 입찰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인천시, 외국인 투자자 등 주체들마다 카지노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달라 각자의 간극을 메우기 어려운 까닭이다. 사전심사제의 불합리성, 외국인 투자자의 먹튀 가능성 및 부도덕성 등 수많은 논란을 잠재우고 영종도가 한국의 라스베이거스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종도 카지노 논란에 빠지다

영종도 카지노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며 외국 기업의 카지노 설립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부터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제자유구역 카지노 개설 허가에 필요한 선행 투자비용을 3억 달러에서 5,000만 달러로 크게 낮췄다. 실제 투자액이 없이도 5,000만 달러를 유치하고 사업계획서를 내면 카지노 운영 적합성을 서류만으로 평가, 사전심사 통보서를 발급해줄 수 있게 바꾼 것이다.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단되다시피 한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 지구의 개발 활기를 되살리기 위한 노림수로 읽힌다.

현재 영종도에 카지노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곳은 미국계 거대 카지노 자본인 시저스엔터테인먼트 및 중국계 부동산 재벌 리포의 합작법인인 LOCZ(리포앤시저스)와 일본계 오카다 홀딩스의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 두 곳이다. 양사는 지난 1월과 2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사전심사를 청구하며 영종도 카지노 사업에 뛰어들었다. LOCZ는 영종도 미단시티에,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는 영종하늘도시와 IBC-Ⅱ 지역에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양사에 대한 사전심사는 서류 보완 등을 이유로 기한이 연장, 이달 말까지 미뤄졌지만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다. 주무부처로서 기존 국내 업계의 반발 및 카지노 난립 우려에 대한 반대 입장 등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문화부의 새 수장인 유진룡 장관마저 영종도 카지노에 사전심사제에 대한 신중론을 펼치고 나선 상태라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사전심사제 문제 많아

영종도 카지노 설립을 두고 정부 부처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은 '사전심사제'다. 이는 경제자유구역에서 실제 투자 없이 서류 심사만으로 허가에 대한 적합 여부를 정부에서 공인하는 제도로 주무 부처인 산자부와 문화부 간에 적잖은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산자부는 심사 및 허가 주체인 문화부가 투자이행 조건 등 법적 명확성을 분명히 해달라고 요청하자 사전심사제를 시행령이 아니라 경제자유구역법에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행 중인 카지노 사전심사제의 경우 민원사무처리법을 준용하고 있다. 문화부는 현재와 같이 희망 업체가 신청하면 이를 심사하는 구조가 아니라 관광진흥법에서처럼 정부가 먼저 카지노의 수요를 판단하고 이에 필요한 사업자 수와 허가 지역을 정한 뒤 공모를 통해 심사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이 돼야 한다는 논리다.

법 개정에는 두 부처간 컨센서스가 있으나, 현재 신청한 업체의 심사에 대해서는 양 부처 간 의견이 갈린다. 산자부는 법 개정과 별개로 심사를 하는 게 맞다는 주장이고, 문화부는 법 개정의 취지, 실효성을 감안해 신중하고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전심사제는 수시 청구, 수시 심사토록 돼있어 정부의 중ㆍ장기적인 카지노 정책 수립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때문에 문화부는 "실제 실물투자가 이뤄지고 나면 허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산자부가 앞서 문화부의 법 개정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회를 거치지 않기 위해 법 개정이 아닌 국무회의에서의 시행령 개정을 선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카지노 사업 진입 장벽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됐다.

일각에서는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사전심사제 완화가 진행된 까닭에 외국인 투자자의 먹튀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문제점도 많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류심사만으로 카지노를 허가해주는 '사실상의 허가제'라 실제 투자여력이 없는 부실기업들이나 투기자본의 유입가능성이 커진다는 내용이다. 또한, 전국의 경제자유구역들이 카지노 사업을 하겠다고 난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만족하지 않고 오픈 카지노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최근 론스타의 ISD 제소와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물론 한미FTA의 ISD 분야에는 카지노 사업이 포함돼있지 않다. 그러나 사전심사를 받을 때 관광사업을 포함해 심사를 받기 때문에 ISD 제소 가능성이 완전히 없지 않은 데다 중국, 일본 등 여타 국가의 자본의 경우 아예 그러한 제재책조차 없다. 당초 사업계획서와 다른 진행으로 허가를 취소하거나 규정을 보완할 경우, 이를 부당한 처우로 인식, ISD에 제소한다면 이후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자격 논란 잠재울까?

카지노 사업권을 갖고 있는 업체들의 '자격'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LOCZ는 심각한 정도의 재무위기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저스엔터테인먼트는 2012년 220억 달러에 이르는 채무조정 협상 결과, 단기부도 위험에서는 간신히 벗어났으나 총부채가 283억 달러(약 31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자비용으로만 매년 21억 달러가 소요되고 있으며 영업적자의 지속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저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미국증권거래소에 제출한 10-K 리포트에서 과도한 채무와 그에 따른 이자비용으로 자금조달과 산업 및 경기 대응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자비용을 위한 충분한 현금창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가치를 보존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무디스, S&P, 피치 등에서 산정한 신용등급도 Caa1, B-, CCC로 투자부적격 기업으로 판명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부실기업으로 먹튀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부도덕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뉴욕타임즈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마닐라에 카지노 사업을 위한 예비허가를 따낸 바 있는 오카다 카즈오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 회장은 필리핀 공무원에게 11만 달러 상당의 부정향응을 제공, 해외반부패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상태다. 또한, 오카다 회장은 필리핀 공무원과 로비스트에게 4,000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더욱 민감한 사안은 오카다 회장이 일본의 극우 정치단체인 유신회 후원자라는 점이다.(아사히신문 보도) 유신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최근 "군인이 전쟁 나갔을 때 휴식을 취하려면 위안부는 필수적"이라는 망언을 내뱉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바 있다. 자칫 영종도 카지노 설립 문제가 국민적 저항으로 비화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