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과땐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직격탄 맞을수도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여야 공감프랜차이즈법 개정안과 갑 횡포 근절 위한'대리점 거래의 공정화 법률'도 통과 가능성 높아독점 규제법도 강화 예상… '일감 몰아주기' 대기업 타깃될듯

경제민주화 법안을 본격적으로 다룰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재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온도 차가 있긴 하지만 정작 어떤 법안이 통과돼 자사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전망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실제로 일부 법안의 경우 재계에 수십조원의 피해를 입히거나 특정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가능성을 담고 있다. 재계의 시선이 온통 6월 임시국회에 쏠려 있는 이유다.

여야 간 미묘한 온도차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가 5월 26일 국회에서 진행한 공동 브리핑에 따르면 6월 임시국회는 6월 3일부터 7월 2일까지 30일 동안 열린다.

여야 모두 6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다루는데 집중하기로 합의했다. 5월 26일 열린 공동브리핑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경제ㆍ사회적 약자 보호, 정치 쇄신 과제 중 여야 간 공감대가 이뤄지는 부분은 우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또한 "경제민주화, 복지증진, 권력기관 개혁, 정치 쇄신 등에서 일정한 성과가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 법안에 집중하기로 동의했음에도 각론에서는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을(乙)을 위한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새누리당은 '경제를 살리는 경제민주화 입법'을 제시하며 약간 후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 새누리당 간사 박민식 의원이 주최한 '끝장토론, 일감 몰아주기 핵심 쟁점' 토론회가 5월 24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노대래(맨오른쪽) 공정거래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6월 임시국회 전략은 경제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경제민주화 입법을 진행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경제민주화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도 신경 써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여기에는 6월 임시국회에서의 경제민주화 법안 완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재계의 입김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를 최대한 지연시켜 아예 폐기하게 되거나 적어도 대비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에서 사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눈앞

경제민주화 법안의 시기 및 구체성에 대해 입장 차이가 있지만 일부 법안의 경우 여야 간에 어느 정도 합의가 끝난 상태다. 특히 4월 임시국회 막바지에 처리가 불발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는 모양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71조(고발)에 따르면 검찰은 대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그동안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불공정행위 등 대기업이 일으킨 각종 사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아예 면죄부를 주며 불공정거래조장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19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 공정위가 처벌한 사건은 6만165건이지만 고발건수는 529건(0.9%)에 불과했다.

이 같은 비판이 거세지자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4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 전체회의로 넘겼다.

감사원장, 중소기업청장, 조달청장 등이 요청할 경우,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바뀐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함께 계류된 FIU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처리를 놓고 여야가 막판 이견을 보이며 덩달아 처리가 보류됐다. 그러나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진 터라 6월 임시국회에서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는 재계 전체에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치고 공정거래법의 그물을 완전히 피해가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 데다 여타 정부기관을 이용한 정부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에 개정되는 방안이 피해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 제3자가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권을 아예 폐지하는 것이 아닌 것만으로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프랜차이즈·유통업계 휘청

6월 임시국회 때 처리 가능성이 높은 법안에는 이른바 프랜차이즈법으로 불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있다. 가맹점주에 대한 가맹본부의 부당한 요구를 막기 위한 프랜차이즈법 또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와 마찬가지로 4월 임시국회 당시 처리가 보류, 6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여야 간 합의를 마친 상태다.

프랜차이즈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으로는 가맹점 영업지역 보호 강행규정 삭제, 가맹계약서 공정위 등록, 심야영업 강행 금지, 부당한 점포환경개선ㆍ광고비용 강요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해당 개정안이 예정대로 통과될 경우 SPC, 뚜레쥬르 등 빵집과 BGF리테일(CU), GS리테일(GS 25) 등 편의점 등 동반성장 이슈로 가뜩이나 압박을 받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의 타격이 적지 않게 예상된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급속히 떠오른 '갑의 횡포'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여러 경제민주화 법안 중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으로 꼽힌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제출한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은 '밀어내기' 등 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 손해의 3배 범위 안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한편 표준 대리점 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남양유업 방지법'이 발의됐다는 소식에 업계 전체가 발칵 뒤집힌 상태다. 불공정 행위의 기준이 너무 모호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제재가 가해질 경우 유통업체들로서는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한 우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남양유업 사태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업계 특성상 '밀어내기'가 전혀 없을 수는 없다"며 "무분별한 규제가 이어질 경우 (유통업계) 본사는 물론 대리점까지 함께 고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차, GS 일감 몰아주기 못하나

4월 임시국회 당시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만 계류된 채 6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다소의 입장 차이는 있지만 여야 모두 관련 문제를 빨리 처리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 법안 통과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은 4월 임시국회 당시 법적 안정성 논란을 겪으며 상당 부분 후퇴한 상태다.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곳은 직접 증거가 없어도 총수가 관여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추정하겠다는 이른바 '30%룰'이 사실상 철회됐고 현행법 23조 1항의 '현저히 유리한 조건'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그러나 여전히 기준 자체가 워낙 애매해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데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현재진행형이라 대기업들의 부담도 여전한 상황이다.

주요 대기업 중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이 통과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쇳물부터 완성차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일찌감치 완성한 현대차그룹이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삼우, 현대오토에버, 현대머티리얼, 서림개발, 이노션 등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필두로 '허씨일가'가 계열사 대부분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데다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GS그룹 또한 큰 타격이 예상된다. 총수일가 지분이 100%에 달하는 대다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STS로지스틱스, 보헌개발 등을 비롯해 GS네오텍, 엔씨타스, 승산 등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의 파도를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 밖에 삼성그룹에서는 총수일가가 45.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율이 44.5%에 이르는 삼성에버랜드가, SK그룹에서는 총수일가가 48.5%의 지분을 지니고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율이 65.1% 수준인 SK C&C가, LG그룹에서는 총수일가가 2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내부거래 비율이 53.2%에 달하는 (주)LG가 각각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의 주요 타깃으로 지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배구조 뒤흔들 금융사 지배구조법

6월 임시국회에서 다룰 법안 중 재계에서 가장 큰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것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은행권에 국한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카드ㆍ보험ㆍ증권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하는 해당 법안의 통과를 국회에 요청한 상태다. 이른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으로 통하는 법안은 비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금융회사 이사회의 책임성ㆍ독립성 강화, 임원 연봉공개, 최고경영자 리스크 축소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통과되면 비은행권 대주주들도 주기적으로 자격을 심사받게 되며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등 51개 법률에서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의결권이 제한되고 불이행 시 6개월 내 보유주식을 처분해야만 한다. 또한 주요 집행 임원 임면 시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해 최고경영자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를 규제하고 자체적인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마련, 공시해야만 한다.

대기업 중 해당 법안에 대해 가장 부담을 느낄 곳으로는 총수가 배임ㆍ횡령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다 비은행권 계열사를 보유한 SK, 한화 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에는 SK증권이,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생명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등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생명이 걸려있는 것이 부담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통과될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순환출자구조의 핵심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아예 그룹의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금산분리법도 6월 임시국회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이 발의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는 산업자본의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지분 보유한도를 9%에서 4%로 낮추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자본이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지분 4%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없는 터라 실질적인 파장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임금 재산정땐 최소 수조원 피해

여야와 노사 간 갈등이 첨예한 통상임금 기준 재산정 문제도 6월 임시국회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통상임금 산정기준에 상여금을 포함할지에 대한 여부가 달린 해당 사안에 대해 노동계는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퇴직금과 수당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 부담이 극대화될 수 있다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통상임금 산정기준에 현행 기본급뿐만 아니라 정기 상여금도 포함하도록 법제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병헌 원내대표 또한 취임 당시부터 강조한 내용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당시 만난 댄 애커슨 GM 회장을 만나 "통상임금 문제를 확실히 풀어가겠다"고 말한 이후 해당 사안은 노동계-재계만의 문제가 아닌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한 터라 어떤 식으로든 결론지어질 전망이다.

통상임금에 상여금이 포함될 경우 재계가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재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는 38조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노총은 5조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경우 양측의 중간 지점인 14조원을 제시하며 눈길을 끌었다. 의견이 갈리지만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는 셈이다.

저마다 대관업무 강화 중

6월 국회를 앞두고 재계는 대응전략 마련을 위한 사전정보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상당수 대기업이 홍보팀과는 별도로 대관팀을 꾸리고 있고 일부 대기업의 경우, 아예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대관팀으로 끌어들이며 경제민주화 법안 후폭풍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흥미로운 것은 과거 대관업무의 방향이 정부기관, 공무원들을 향해 있었다면 요즘에는 무게중심이 국회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복잡한 경제민주화 법안들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각 법안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중용하는 '맞춤형 전략'을 펼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 유통그룹의 대관업무 담당자는 "요즘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 기자회견이 하도 많아 얼마 전부터는 아예 여의도에서 살고 있다"며 "기업에서도 대관팀 업무 자체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하도 강해 우리로서도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