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선 등급' 불이익 없지만 이미지 ↓'양호 등급' 이상 기업… 공정위 조사 1년 면제삼성전자 등 '함박웃음'현대홈쇼핑 등 8곳… "대기업 줄세우기" 불만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는 지난 5월27일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23차 동반성장위원회'에서 74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2012년 동반성장 지수'를 발표했다. 동반위 제공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동반성장 지수를 발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당초 동반성장 지수는 대기업의 실명 공개와 평가기준을 두고 일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기업의 동반성장 의지를 이끌어내는 장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발표로 대기업들은 희비가 교차됐다. 최상위인 '우수' 등급에 포함된 기업들은 입이 귀에 걸린 모양새다. 정부 차원의 '당근'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최하위인 '개선'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동반위가 불이익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기업 이미지 하락 등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해서다.

최고등급 9곳… 최하위 8곳

동반위가 지난 5월27일 대기업 74곳의 동반성장 지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최고등급을 받은 기업은 모두 9곳.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S·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포스코·SK텔레콤·SK종합화학·SK C&C 등 9곳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 기업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양호 이상의 등급을 받은 기업에는 정부에서 다양한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먼저 우수 등급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 분야 직권ㆍ서면 실태조사를, 양호 등급 기업은 하도급 분야 서면 실태조사를 1년간 면제받는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술개발관리지침을 기개정하여 사업별로 우수 또는 양호등급 기업에게 가점 부여하고, 기획재정부는 공공입찰참가자격심사시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국세청도 우수등급 기업에게는 모범납세자 선정시 우대(납세담보 5억원 한도 면제, 대출금리) 혜택을 준다.

반면, 최하위인 '개선' 등급을 받아 울상을 짓고 있는 기업은 모두 8곳. 코오롱글로벌·현대홈쇼핑·현대백화점·홈플러스·CJ오쇼핑·KCC·LS산전·STX중공업 등이 바로 그곳이다. 표면상으론 이들 기업에겐 불이익은 없다. 그러나 실명이 거론된 만큼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칭하는 등 동반성장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부담이다. 자칫 정권에 눈밖에 날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번에 하위등급을 받은 기업들이 저마다 대책마련에 고심을 하고 있는 이유다.

실적-체감도평가 50:50

그렇다면 동반지수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산출됐을까. 동반위에 따르면 지난해과 동일하게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 실적평가'와 동반위가 시행하는 '중소기업 동반성장 체감도 평가'를 같은 비율로 합산했다.

실적평가는 대기업의 협력사에 대한 자금지원과 지원실적 등 협약내용의 충실도(30점) 및 이행도(70점)를 평가했다. 하도급법을 위반하거나 임직원이 비리를 저지르는 등 동반성장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감점을 주고 동반성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가점을 부여했다.

체감도 평가는 ▲거래관계(납품단가·결제수단·기술탈취 여부 등, 40점) ▲협력(자금·연구개발·판로 등 분야에서 대기업과 협력, 30점) ▲동반성장체제(경영진과 실무자의 동반성장 의식 수준 등, 30점) 등 3개 항목에 대한 설문조사로 구성됐다.

동반지수 발표 확대 예고

동반지수 발표 이후 개선 등급에 포함된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개선등급에 포함된 한 회사 관계자는 "실명공개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재계에선 동반지수 발표가 '대기업 줄 세우기'라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에도 동반위는 동반성장지수 발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동반성장지수 발표 이후 대기업들은 협력사와의 소통채널을 마련하고 금융 기술 등을 지원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따라서 동반위는 평가대상 기업 수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오는 2014년에는 109개로 늘리고 일부 1차 협력사도 포함할 방침이다. 또 대기업뿐 아니라 1차 협력사들도 평가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1차 협력사와 2,3차 협력사의 상생도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한편, 앞서 동반위는 평가대상 기업 수를 작년 56곳에서 올해 74곳으로 늘렸다. 기존의 56개 기업에서 협력기업 수가 극히 적어 사실상 평가가 어려운 3개사를 제외하고 2011년 매출 상위 250개 대기업 가운데 21개사를 추가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