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경 압수수색에 '그림 로비' 의혹도檢 4대강 비리 본격 수사警 고위층 성접대 의혹에法, 前 부회장 징역형 선고3대 사법기관에 잇단 뭇매서종욱 사장 23일 사퇴"고가 그림 받았다" 의혹에… 대우건설 "관련 청탁 없어"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대우건설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대우건설에 5월은 잔인한 한 달이었다. 대형 악재가 쉴새 없이 이어진 때문이다. 그 시작은 4대강 사업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고위층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씨와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도 받았고, 전 부회장은 비자금 혐의로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검찰과 경찰, 법원 등 3대 사법기관이 모두 대우건설을 훑고 지나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의 사퇴에 '그림 로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5월 중순부터 불과 2주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대우건설은 지금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검찰 압수수색' 악재 시작

대우건설에 악재가 시작된 건 지난 5월15일. 본사에 검찰이 들이닥치면서다. 4대강 사업 비리 의혹 수사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이다. 이날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입찰 관련 서류 등 증거를 확보했다.

이날 검찰은 대우건설 외에도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 대기업 건설사 16곳과 설계회사 9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 입찰 과정에서 입찰 가격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종욱 前 사장
대우건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형사부에 배당돼 있는 대우건설의 4대강 비자금 의혹 수사까지 모두 특수부에 통합 배당할 것으로 알려진 때문이다. 수사가 사실상 대검 중수부 수사에 맞먹는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24일에는 경찰이 대우건설 본사를 발칵 뒤집어 놨다. 고위층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윤모씨가 2010년 강원도 춘천 골프장 공사 하청 일감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대우건설에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윤씨는 2008년 전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유력인사를 자신의 강원도 원주 별장으로 불러 성접대를 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협박하고 각종 사업과 수십 건의 고소사건에서 특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전 부사장 비자금 조성 구속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법원도 대우건설의 어깨에 짐을 얹었다. 이날 대구지법은 하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리베이트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대우건설 토목사업본부장 겸 부사장 구모씨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구씨는 2010년부터 대구건설 토목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하며 회사가 발주한 공사와 관련해 하도급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다른 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불과 열흘 사이 검찰과 경찰, 법원 등 3대 사법기관으로부터 뭇매를 맞은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5월23일에는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이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잖아도 어수선한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업계는 서 사장의 사퇴가 4대강이나 윤씨 관련 수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4대강 사업 관련 담합 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와 건설업자 윤모씨의 로비 사건 등 최근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기 위해 사표를 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수천만원대 그림 로비 의혹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경찰의 압수수색 결과 서 전 사장이 윤씨로부터 '그림 로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윤씨가 대우건설 전직 임원 출신인 브로커 장씨에게 돈을 전달했고 장씨가 고가의 그림을 서 전 사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의 그림은 유명 서양화가 박모씨의 소나무 그림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로부터 "윤씨에게 500만원을 받고 그림을 팔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실제 거래 가격은 수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대해 대우건설은 지난 5월29일 '그림 로비' 의혹이 불거진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윤중천 씨와 서종욱 전 사장은 일면식도 없을 뿐더러 그림로비를 받았다는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대우건설은 "2010년 4월께 서 전 사장이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대우건설 상무 출신의 OB 인사가 이번 미술품을 자택으로 배달해 놨다"며 "즉시 연락해 가져가라고 했으나 회수해 가지 않자, 서 전 사장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로 다음날 아침 총무팀장을 불러 돌려줄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대우건설은 "이후 서 전 사장에 대한 어떠한 청탁이나 민원이 없어 잊고 있었던 것"이라며 "당시 총무팀장은 미술품을 돌려주려고 수 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아 창고에 보관했고, 이후 인사이동으로 바뀐 총무팀장이 창고의 미술품을 발견하고 2011년 다른 임원방 통로에 걸어뒀다"고 밝혔다.

대우건설 의혹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그 결과에 따라 강한 휘발성을 지니고 있다. 여러 악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대우건설 내부 분위기는 초상집을 방불케 한다는 전언이다. 한 대우건설 직원은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악재가 터져 나오는 통에 직원들이 크게 낙담하고 있다"며 "일에서 거의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