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2차 명단 공개"불법 아닌데 '탈세' 매도"한진해운·SK 등 진화속 불법자금 나올라 '촉각'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뉴스타파가 지난 5월27일 밝힌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김주영기자
뉴스타파가 지난 5월27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운 7명을 추가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22일 1차 발표 당시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 회장, 장남 등 재벌가가 등장한 데 이어 굵직한 재벌이 다시 등장하자 재계는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투자로 선은 그었지만 혹여 불법적인 자금거래 등이 포착될 경우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계는 페이퍼컴퍼니 명단 공개가 정상적인 기업 명의의 조세피난처 투자에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까지 연루

지난 5월22일 5명의 명단을 공개한 데 이어 7명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와 관련된 재계 인사는 12명으로 늘었다. 명단에는 최 회장과 같은 회사의 조용민 전 대표,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부부,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차 사장이 포함됐다.

뉴스타파는 이날 2차 발표에 이어 3차 발표를 하는 등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20명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파장이 좀처럼 쉽게 가라앉기 힘들다는 얘기다. 또 뉴스타파가 갖고 있는 245명은 1차 분석의 결과다. 국세청은 재벌기업과 오너, 임원들의 명단이 계속 발표되는 만큼 과세 및 해외 송금자료 검토 등을 위한 역외탈세 수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재계가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 자체는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의 비자금 수사의 칼날이 매서운 상황에서 '페이퍼컴퍼니 설립=탈세, 비자금 조성'으로 매도되고 국세청의 조사도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계 당혹 속 진화 나서

추가 명단이 공개되자 한진해운 등 관련 기업들은 총수 및 임원 개인 명의의 투자로 정상적인 법인투자와는 구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은 외국 기업과의 합작이나 해외 부동산투자 등의 과정에서 설립ㆍ청산 절차가 복잡하지 않은 페이퍼컴퍼니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벌닷컴에 따르면 자산 1조원 이상의 국내 24개 그룹이 케이맨제도ㆍ버진아일랜드ㆍ파나마ㆍ마셜제도 등 9개 조세피난처에 125개의 해외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분위기는 정상적인 기업 명의의 조세피난처 투자까지 탈세로 매도되는 실정이다.

때문에 2차 발표 직후 관련 기업들은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고 있다. 최은영 회장이 명단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회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와 무관한 개인 명의의 투자"라며 "특별한 필요성이 없어 2011년 11월에 이 회사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주주 명부에서도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사장 개인 명의로 돼 있고 한진해운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 역시 개인 목적의 투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룹 관계자는 "조 전 부회장의 경우 2000년 9월 SK에서 퇴임했다"며 "조 전 부회장 본인도 개인 목적의 투자라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대표가 친구의 부탁을 받고 개인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설명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우선 황용득 사장이 부동산 매각으로 235만달러의 이익이 생겼다는 부분이 오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매각대금일 뿐 매각차익은 아니라는 것이다. 콘도 구입은 직원 복지, 거래처 접대 등을 위해 구입했고 당시 국내 법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이 까다로워 황 사장 개인 명의로 매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뒤 해외 부동산 취득이 자유로워지면서 개인 명의에서 한화재팬 명의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2005년 해당 법인을 설립한 적이 없고 법인과는 거래내역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철균기자ㆍ임지훈기자ㆍ양사록기자 fusionc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