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정몽준도 잠재 후보안철수 신당이 최대 변수

택시업계 ‘현장 시장실’ 운영에 나선 박원순 서울 시장이 3일오후 서울 신촌로터리에서 택시를 탄 뒤 안전벨트를 매고 있다. 이날박시장은 택시문제 해법 모색을 위해 하루 종일 택시를 타고 다니며 택시근로자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연합뉴스
서울시장은 '소통령(小統領)'이다. 1,000만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장은 23조4,835억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서울시의 살림을 책임진다. 2013년 한 해 대한민국 예산은 324조원이다.

돌이켜보면 서울시장 한 명 때문에 정국이 심하게 요동쳤고 오늘날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서울시장직에서 전격 사퇴했고, 이어진 10월26일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나경원 전 의원)가 지면서 당은 휘청거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하자 여당 내부적으로 거센 책임론이 일었고, 홍준표 대표는 당권을 잡은 지 불과 5개월 만에 낙마했다. 홍 전 대표의 사퇴는 박근혜 위원장 등장에 공간을 제공했고 이후 박 위원장은 대선후보를 거쳐 대통령에까지 올랐다. 오 전 시장이 자리를 지켰다면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지방선거가 딱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방권력을 꿈꾸는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소통령'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는 벌써부터 여야 간 치열한 물밑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무소속으로 당선됐다가 지난해 민주당에 입당한 박원순 시장은 일찌감치 "민주당 간판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했고, 새누리당은 탈환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에서는 여러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경원, 원희룡, 오세훈, 정몽준, 조윤선, 김황식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직간접적으로 (출마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홍 사무총장은 '김황식 서울시장 여당 후보'에 대해서는 "(출신) 지방으로만 따지면 호남 후보를 공천하면 제일 좋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이어 '안대희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서는 "좋은 카드"라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홍 사무총장은 자천타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들을 열거하면서도 승산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았다. 홍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이 '저런 '저런 훌륭한 사람을 모셔왔구나' 하는 아이콘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로는 박원순 시장의 인기를 덮은 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홍 사무총장의 '우려'처럼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은 장점이 확실한 반면 단점도 뚜렷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민주당 리더 1순위로 꼽히는 박 시장을 누르려면 보다 강력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1년 보궐선거 때 출마했다 낙선한 나경원 전 의원은 높은 대중성과 함께 '동정표'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후보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다만 사학재벌의 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는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2011년 일찌감치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원조 소장파' 원희룡 전 의원은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은 못 된다는 점, 당내 기반이 강하지 못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보궐선거 유발자'인 오세훈 전 시장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재선에 성공했을 만큼 탄탄한 지지층과 높은 인지도, 정치인으로서 호감 가는 인상 등은 장점이지만 "서울시장으로서 무책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지난 18대 노원병 국회의원을 지냈던 홍정욱 전 의원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홍 전 의원 측은 "출마 생각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등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홍 전 의원은 2011년 여야가 격돌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자 19대 총선 불출마를 천명하며 '소신의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다. 젊은 정치인에다 소신 이미지ㆍ깔끔한 외모가 어우러져 박 시장의 대항마로 적격이라는 평이다.

광주 출신인 김황식 전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로 여당표와 호남표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 정권 때 인사라는 점과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홍 사무총장이 거론했던 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 홍정욱전 의원, 김황식 전 총리와 함께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잠재적인'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분류된다.

조 장관은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 지난해 19대 총선 때 서울 종로 출마를 희망했으나 친박계 거물인 홍사덕 전 의원에게 밀리는 바람에 공천을 받지 못했다.

조 장관은 그러나 대선캠프에서 대변인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큰 신임을 얻었고, 새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에까지 발탁됐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당대표를 지낸 정몽준 7선 의원의 등판론도 제기된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 의원 입장에서도 서울시장을 지내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단. 당선된다 하더라도 임기(2014년 7월1일~2018년 6월30일) 중에 대선(2017년)이 있기 때문에 도중하차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처럼 여권에서는 거물급 인사들이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조용하기만 하다. 현직인 박 시장이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재선 도전 의지를 다지고 있는 터라 예비후보들은 수면 아래서 관망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안철수 신당도 큰 변수다. 민주당과 선을 긋고 있긴 하지만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야권에 속한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안 의원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단일화 등 '교통정리'를 이룬다면 여당과 재미있는 1대1 승부가 펼쳐지겠지만, 양측이 끝내 '치킨게임'을 벌인다면 공도동망(共倒同亡)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1년밖에 안 남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1년이나 남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현재로서는 박원순 시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이지만 당내 다크호스, 안철수 신당과의 관계 설정 등을 고려하면 지금 승패를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