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정몽준도 잠재 후보안철수 신당이 최대 변수
돌이켜보면 서울시장 한 명 때문에 정국이 심하게 요동쳤고 오늘날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8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서울시장직에서 전격 사퇴했고, 이어진 10월26일 보궐선거에서 여당 후보(나경원 전 의원)가 지면서 당은 휘청거렸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하자 여당 내부적으로 거센 책임론이 일었고, 홍준표 대표는 당권을 잡은 지 불과 5개월 만에 낙마했다. 홍 전 대표의 사퇴는 박근혜 위원장 등장에 공간을 제공했고 이후 박 위원장은 대선후보를 거쳐 대통령에까지 올랐다. 오 전 시장이 자리를 지켰다면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모를 일이다.
지방선거가 딱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방권력을 꿈꾸는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소통령'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는 벌써부터 여야 간 치열한 물밑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무소속으로 당선됐다가 지난해 민주당에 입당한 박원순 시장은 일찌감치 "민주당 간판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공언했고, 새누리당은 탈환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에서는 여러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홍 사무총장은 자천타천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들을 열거하면서도 승산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았다. 홍 사무총장은 "새누리당이 '저런 '저런 훌륭한 사람을 모셔왔구나' 하는 아이콘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로는 박원순 시장의 인기를 덮은 만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홍 사무총장의 '우려'처럼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은 장점이 확실한 반면 단점도 뚜렷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민주당 리더 1순위로 꼽히는 박 시장을 누르려면 보다 강력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1년 보궐선거 때 출마했다 낙선한 나경원 전 의원은 높은 대중성과 함께 '동정표'를 얻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후보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다만 사학재벌의 딸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는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2011년 일찌감치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원조 소장파' 원희룡 전 의원은 깨끗하고 참신한 이미지가 돋보인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편은 못 된다는 점, 당내 기반이 강하지 못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난 18대 노원병 국회의원을 지냈던 홍정욱 전 의원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홍 전 의원 측은 "출마 생각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등판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홍 전 의원은 2011년 여야가 격돌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자 19대 총선 불출마를 천명하며 '소신의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다. 젊은 정치인에다 소신 이미지ㆍ깔끔한 외모가 어우러져 박 시장의 대항마로 적격이라는 평이다.
광주 출신인 김황식 전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자리에 올랐던 인물로 여당표와 호남표를 동시에 아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 정권 때 인사라는 점과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홍 사무총장이 거론했던 나경원 원희룡 전 의원, 오세훈 전 시장, 홍정욱전 의원, 김황식 전 총리와 함께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잠재적인'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분류된다.
조 장관은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 지난해 19대 총선 때 서울 종로 출마를 희망했으나 친박계 거물인 홍사덕 전 의원에게 밀리는 바람에 공천을 받지 못했다.
조 장관은 그러나 대선캠프에서 대변인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큰 신임을 얻었고, 새 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에까지 발탁됐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당대표를 지낸 정몽준 7선 의원의 등판론도 제기된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 의원 입장에서도 서울시장을 지내는 것이 나쁠 게 없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단. 당선된다 하더라도 임기(2014년 7월1일~2018년 6월30일) 중에 대선(2017년)이 있기 때문에 도중하차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처럼 여권에서는 거물급 인사들이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조용하기만 하다. 현직인 박 시장이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재선 도전 의지를 다지고 있는 터라 예비후보들은 수면 아래서 관망으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안철수 신당도 큰 변수다. 민주당과 선을 긋고 있긴 하지만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야권에 속한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안 의원 스스로 그렇게 말했다.
민주당과 안 의원 측이 단일화 등 '교통정리'를 이룬다면 여당과 재미있는 1대1 승부가 펼쳐지겠지만, 양측이 끝내 '치킨게임'을 벌인다면 공도동망(共倒同亡)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1년밖에 안 남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1년이나 남았다고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현재로서는 박원순 시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보이지만 당내 다크호스, 안철수 신당과의 관계 설정 등을 고려하면 지금 승패를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