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눈 가리고 상생?정부 경제민주화 강조 속 지난해 계열사 내부거래율 전년대비 1.28%p 증가"계열사 지원사격 강화에 극장 매점 직영 전환은보여주기식 대책 불과"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유원실업' 등 일감 몰아주기로 구설에 오른 회사들의 직영 전환을 선언한 롯데그룹이 다른계열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을 일제히 높여 논란이 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져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다른 몇몇 기업들의 내부거래율도 오르긴 했지만 그 중에서도 롯데그룹이 단연 최고였다.

일감 몰아주기는 그간 롯데그룹의 고질병으로 지적돼 왔다. 그런 롯데그룹이 최근 새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맞춰 논란이 됐던 극장 매점사업을 직영전환 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확인 결과, 눈밖에 있는 계열사의 내부거래는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의 매점사업 직영전환이 정부 '눈치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그룹 내부거래 비중 증가

대기업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줄고 있다. 새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를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1년 내부거래 금액 16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60조1,000억원으로 1조7,000억원이 감소했다.

반면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진 곳도 있다. 10대 그룹 가운데선 현대기아차ㆍSKㆍ롯데ㆍGSㆍ두산 등 5곳이다. 이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많이 높아진 건 롯데그룹이다. 지난해 14.19%에서 15.47%로 1.28% 상승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물의를 빚은 회사는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유원실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주요 매출처인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직영 전환하기로 했다. 일단 논란은 해소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룹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구설에 오른 회사 외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롯데그룹 계열사는 상당수다. 이들 회사가 내부거래 비중을 높이면서 매점사업 직영전환의 효과를 상쇄했다는 평가다.

자생력 의심 되는 회사 많아

내부거래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종합 도매업체인 롯데상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조77억원의 매출 가운데 68%에 해당하는 6,873억원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2011년 65%(매출 9,994억원-내부거래 6,510억원)보다 증가한 규모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SI)업체인 롯데정보통신도 그룹의 전격적인 지원사격을 받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85%(5,124억원-4,360억원). 역시 2011년 79%(4,626억원- 3,786억원)보다 늘어난 수치다.

광고 대행업체인 대홍기획의 매출 대부분도 그룹 계열사에서 나왔다. 대홍기획의 지난해내부거래율은 71%(3,485억원-2,475억원)로 2011년 67%(2,321억원-2,030억원)에 비해 올라갔다.

인터넷쇼핑몰인 롯데닷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롯데닷컴은 2011년 66%(1,746억원-1,155억원)에서 75%(1,940억원-1,463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임대업체인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한 술 더 뜬다. 2010년 1억원, 2011년 12억원의 매출 100%가 모두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일감 몰아주기는 롯데 고질병

일감 몰아주기는 롯데그룹의 고질병이다.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은 ATM기기를 계열사 롯데알미늄을 통해 구매하는 편법으로 롯데알미늄에 41억원의 이익을 남기게 부당지원해 공정위로부터 6억4,900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당시 공정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부당지원을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롯데에 대한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대기업 집단이 별다른 역할이 없는 계열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해주는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행위를 적발ㆍ제재한 첫 사례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2000년 2월과 8월, 2005년 5월에도 부당 내부거래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롯데쇼핑, 호텔롯데,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호남석유화학, 코리아세븐 등도 공정위로부터 계열사간 부당 내부거래 행위로 조사를 받았다.

따라서 롯데의 일감 몰아주기는 새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와 관련, 척결 대상 1호로 거론됐다. 이에 롯데그룹이 내린 특단의 조치가 바로 매점사업에서 손을 뗀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정부 눈치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뒤로는 다른 계열사들의 내부거래율을 계속해서 높여온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세간의 관심 밖에 있는 계열사들에 대한 지원사격은 강화하면서 논란이 된 사업만 접는 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며 "롯데그룹은 고질병인 일감 몰아주기를 차단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벌그룹 절반 동반성장 기반 다졌다


OCI, 내부거래 금액 7000억원·비중 6.85%p 감소

송응철기자

최근 재벌닷컴 조사결과 30대 재벌그룹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개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하락폭이 큰 그룹은 OCI다. 내부거래 금액이 1조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19.7%에서 12.85%로 6.85%나 하락했다.

삼성도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크게 하락했다. 삼성 내부거래 금액이 35조3,000억원(2011년)에서 지난해 28조2,000억원으로 20.1%가 감소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13.02%에서 9.01%로 전년 대비 4.01% 하락했다.

이밖에 코오롱이 4.59%, KCC가 3.1%p, 신세계가 2.06%p, 한화가 1.1%p를 각각 내부거래 비중이 줄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1% 이하로 하락한 곳은 SKㆍLGㆍ동국제강ㆍ동부ㆍ대성ㆍ영풍ㆍ현대ㆍ효성ㆍ현대중공업 등이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