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 재벌 내부거래 첫 감소작년 160조원, 총매출 12.81%… 1조 7000억원 감소주요그룹 '일감 몰아주기'서 '일감 나눠주기' 본격화삼성 금액·비중 큰폭 하락

30대 그룹의 내부거래 규모가 처음으로 감소했다. 감소폭도 1조7,000억원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그룹의 계열사간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은 160조1,000억원을 기록, 총 매출 1,250조1,000억원의 12.81%를 차지했다. 이는 2011 회계연도의 내부거래 금액 161조8,000억원에 비해 1%가 넘는 1조7,000억원이 감소한 수치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금액 기준)도 전년의 13.75%보다 0.94%p가 하락, 처음으로 금액과 비중이 동시에 줄어든 모양새가 됐다. 정치권, 시민단체의 경제민주화 압박에 주요 그룹들이 '일감 나눠주기'로 화답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2008년 101조6,000억원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뒤 2009년 108조4,000억원, 2010년 128조1,000억원, 2011년 161조8,0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급격히 증가해왔다.

재계 1위 삼성은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모두 크게 하락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의 내부거래 금액은 2011년 35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8조2,000억원으로 20.1%(7조1,000억원)가 감소하면서 내부거래 비중도 13.02%에서 9.01%로 전년 대비 4.01%p가 하락했다. 삼성의 내부거래 비중이 10% 미만으로 낮아진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의 경우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15.4%가 증가한 312조5,000억원을 기록, 체감 내부거래 감소율은 실제 하락율보다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30대 그룹 중 내부거래 비중 감소율이 가장 컸던 곳은 OCI였다. OCI는 내부거래 금액이 1조5,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19.7%에서 12.85%로 6.85%p나 하락했다. 이어 코오롱이 4.59%(14.31%→9.72%), KCC가 3.1%(13.22%→10.12%), 신세계가 2.06%(10.17%→8.11%), 한화가 1.1%(7.82%→6.73%)를 기록하는 등 전년보다 1%p 이상 하락했다

반면, 한진중공업은 전체 매출이 3조3,000억원에서 3조1,000억원으로 감소한데다 내부거래 금액이 1,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3.17%에서 13.26%로 10.09%p나 상승했다. 증가율 만을 따져보면 30대 그룹 중 1위였다. 이어 부영(7.95%→12.51%), 미래에셋(0.88%→2.96%), 금호아시아나(3.89%→5.77%), LS(11.57%→12.92%), 롯데(14.28%→15.47%), 대림(12.44%→13.55%), 동양(6.99%→8.01%) 등도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졌다.

조사대상 그룹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TX였고, 내부거래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SK였다. STX는 전체 매출 17조4,000억원의 27.6%인 4조8,000억원을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차지해 조사대상 그룹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SK가 22.7%, 현대차가 22.33%, 롯데가 15.47%, CJ가 15.02% 등의 순이었다.

반면, 현대의 내부거래 비중은 2.52%로 조사대상 그룹 중 가장 낮았고, 미래에셋(2.96%), 한진 (3.9%), 동부(3.95%), 동국제강(3.96%), GS(4%) 등은 상대적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낮은 편이었다.

내부거래 금액은 SK가 35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가 35조원, 삼성이 28조2,000억원, LG가 15조3,000억원 등을 기록해 4대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총 113조7,000억원에 달했다. 그밖에 롯데(8조5,000억원), 현대중공업(7조3,000억원), STX(4조8,000억원), LS(3조8,000억원), GS(2조8,000억원), 한화(2조5,000억원), CJ(2조4,000억원), 대림(2조1,000억원), 신세계(1조4,000억원), 두산(1조2,000억원), 금호아시아나와 코오롱(각 1조1,000억원) 등도 내부거래 금액이 1조원을 넘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