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교 일진 영입한 '아리랑파' 범죄 재구성창원일대 세력확장 목적 중·고교생 13명 포섭… 일부는 실제범죄 가담조직원 이탈 막기 위해 손가락 절단야구방망이로 집단 폭행… 잔혹한 응징

조직을 결성해 각종 폭력과 불법을 저질러 온 경남 창원의 신흥 폭력조직 '아리랑파'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아리랑파는 일진 중고교생까지 끌어들여 세를 확장해 온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아리랑파는 창원을 무대로 오락실과 다방 등을 불법으로 운영하며 조직자금을 모으고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 '상명하복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등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법한 잔혹한 범행이 대수롭지 않게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적발된 아리랑파의 범행을 재구성해봤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지난 12일 중ㆍ고교 일진을 영입해 창원지역 일대에서 불법오락실과 티켓다방, 흥신소 등을 운영하며 상습적으로 폭력과 불법을 저지른 아리랑파 조직원 67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핵심 조직원인 두목과 부두목, 행동대장 등 7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반대파 조직원 보복 폭행

아리랑파는 2009년 와해됐던 조폭들이 다시 연합해 결상한 폭력조직이다. 아리랑파는 토박이 폭력조직인 북마산파, 깜상파, 구 오동동파, 신 오동동파가 와해된 틈을 타 창원 일대를 장악해나가기 시작했다.

창원을 무대로 세를 불려나가던 아리랑파는 조직 규모를 키우기 위해 최근에는 소위 '싸움짱'으로 불리는 일진을 끌어모았다. 아리랑파 조직원이 각 고등학교마다 입소문난 일진들을 회유해 포섭하고, 이 고등학교 일진들이 다시 중학교 일진들을 포섭해 아리랑파 조직원으로 관리하는 식이었다.

고등학생 일진들은 중학교 일진을 상대로 전단지 배포와 스마트폰 장물 매입 등 각종 심부름을 시키고 조직에 가입하도록 권유했다. 이렇게 결성된 아리랑파의 조직원은 두목을 포함해서 모두 70여 명에 달했다. 이 중 고등학생이 8명이고, 중학생은 5명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리랑파는 반대파보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 철없는 아이들을 꾀어냈다. 빠른시간 내에 세를 불리기 위해 사리 판단이 성인보다 안 되는 아이들을 현혹해 조직원으로 포섭한 것"이라며 "철없는 학생들이 조폭이 멋져 보인다는 이유로 겁 없이 따라가 흥신소나 티켓다방 전단지를 돌리고 주점이나 도박장을 청소하는 허드렛일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렇게 가입한 중고교생 일부는 강요에 의해 실제 범행에 가담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아리랑파가 조직원으로 끌어들인 중고교생 일진들은 합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행동강령 등을 교육받았다. 일진 학생들을 '조폭'으로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관리한 것. 두목 한씨 등은 조직에 반항하거나 이탈하면 강력한 '응징'을 일삼았다. 이뿐 아니라 반대파 조직원 등을 납치하고 감금해 폭력을 휘둘렀다. 조직원 김모씨 등 3명은 2010년 12월 조직원을 폭행했다는 이유로 반대파 조직원 김모씨를 야구방망이로 보복폭행했다. 이날 폭행으로 김씨는 양쪽 허벅지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행동강령은 '반항하거나 이탈하면 손가락을 자르고 팔다리를 부러뜨린다'는 내용이었다. 폭행은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조직 내 상명하복 체제 유지를 위해 조그마한 실수에도 야구방망이로 가격, 이탈을 하는 조직원도 생겨났다. 그러나 그때마다 붙잡혀서 야구방망이로 집단폭행을 벌였다.

한 조직원의 경우 합숙소에서 21시간 동안 감금당해서 집단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탈퇴할 경우 야구방망이 등을 이용해 팔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폭행했다. 조직 탈퇴를 위해서는 행동강령에 따라 팔 다리가 부러져야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입건된 조직원 중 한 명은 경찰 조사에서 "경찰에서 수사를 해 탈퇴할 수 있게 됐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의 잔혹함은 이 뿐 아니었다. 심지어 손가락을 잘라오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부두목 이모씨는 2009년 7월 조직원 석모씨가 행동대장에게 반항했다는 이유로 "1주일 안에 손가락을 잘라오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단지 조직 선배한테 대들었다는 이유로 석씨의 손가락을 망치로 내려쳐 절단, 부두목에게 제출했다. 이처럼 이들은 잔혹한 수법으로 조직원의 이탈을 막아왔다.

불법오락실·사채업 등 운영

아리랑파는 조직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동과 의창구 팔룡동을 중심으로 불법오락실과 티켓다방, 불법사채업소, 흥신소, 주점 등을 운영했다. 또 2011년 9월 대학생 신분증을 빼앗아 문서를 위조, 재학증명서 등을 발급받아 몰래 300만 원 상당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뒤 가로챘다. 한 피해 대학생은 "(아리랑파 조직원들이) 두 번 대출을 받아갔다. 경찰에 신고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협박해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조직원 홍모씨 등 5명은 지난해 6월 사채를 빌려가 돈을 제때 갚지 않은 피해자의 어머니를 찾아가 폭행하고 영업을 방해했다,

행동대장 등은 2012년 5월부터 12월까지 선이자 133%의 고금리 미등록 대부업을 운영해 1억 원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취해 조직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2012년 5월 의령군 의령읍 건축주를 협박해 8,300만 원 상당의 빌라 한 채를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피해 건축주는 "하도 난리를 쳐 내 일이 진행이 안 됐다. 울며 겨자먹기로 집 등기를 해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리랑파는 또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서 티켓다방을 운영해 번 2억 원 상당을 조직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

현재 전국의 폭력조직은 220여 개. 5,000명이 넘는 폭력배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폭력조직과 중고교 일진의 연결 관계가 확인된만큼 차단을 위해 힘쓸 방침이다. 경찰관계자는 "중고등학생들을 조직에서 영입하지 못하도록 학교와 경찰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겠지만 일진들을 관리하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