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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외손녀들 횡령의혹 일파만파

● 도 넘은 롯데일가의 전횡, 피해 중소상공인 해외도피까지
퇴직이후에도 월급 받아가… 타회사 비품까지 비용처리
롯데마트 갑질로 빚만 늘어… 파산 후 해외도피까지
  • 롯데백화점 본점. 주간한국 자료사진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공금횡령과 계열사인 롯데마트의 '갑질'로 큰 피해를 입은 중소상공인이 몇 년째 해외도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현재 해당 상공인으로부터 관련 자료들을 넘겨받은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롯데그룹의 부담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CJ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던 사정기관들의 다음 타깃으로 롯데그룹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져 나온 일이라 이번 사건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불공정 계약서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해당 사건은 피해자인 임모씨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손녀딸인 장혜선씨, 장선윤 블리스 대표와 (주)푸르베에 대한 기업양수도계약을 체결한 200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주식회사 씨앗'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주)푸르베는 장선윤 대표가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등에 과일을 납품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장 대표는 2002년 5월 퇴직하며 대표이사직을 언니인 장혜선씨에게 넘겼다. 장씨는 2003년 6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아오다 임씨와 기업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며 (주)푸르베에서 손을 뗐다.

문제는 임씨가 장씨 및 장 대표와 맺은 계약 자체가 불공정 계약서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기업양수도계약서'(이하 계약서)는 장씨 및 장 대표가 '갑'으로 임씨가 '을'로 규정된 불공정한 갑을계약서였다. 계약서에 따르면 '을'인 임씨는 (주)푸르베의 모든 부채(은행 부채 포함) 및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우발채무를 어떠한 전제조건도 달지 않고 인수해야만 했다. 이와 함께 금융권 채무에 대한 장씨의 연대보증은 해지됐다.

  • 갑을 간 불공정하게 맺어진 ‘기업양수도계약서’, ‘기업양수도계약서에 대한 보충계약서’
더 큰 문제는 계약서를 날인하는 즉시 임씨가 대표이사에 취임하도록 돼 있었음에도 유독 '감사'직에 대해서는 '갑'인 장씨 및 장 대표가 임명하는 자가 2004년 6월 말까지 수행하도록 한 점이다. '계약서'에 언급되지 않은 부분을 보충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기업양수도계약서에 대한 보충계약서'(이하 보충계약서)에 따르면 '감사'는 (주)푸르베의 자금 집행에 대한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직책이었다.

보충계약서에는 ▦'을'은 모든 대외 채권의 수금 금액을 감사가 지정해 관리하는 통장으로 입금한다 ▦'을'은 모든 자금 집행시마다 '갑' 또는 감사의 서면 결재를 받은 후에 집행해야 한다 ▦'을'은 매월 말일 회사의 다음 달 및 향후 3개월간의 자금계획서를 감사에게 제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말 그대로 장씨 및 장 대표가 지정한 감사가 (주)푸르베의 모든 자금 흐름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게 된 셈이다.

또한 보충계약서에는 '을'이 모든 자금 집행 시마다 1. (주)엠제이애드에 대한 부채 상환, 2 '갑'이 연대 보증한 금융기관 채무 상환, 3. 그 밖의 비용지급 및 채무상환의 우선순위에 근거해 집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주)엠제이애드는 장씨가 2000년 11월 설립한 광고회사다. 다시 말해 자금을 집행할 때마다 '갑'과 관련된 채무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주)푸르베의 주인이 임씨인지 아니면 여전히 장씨 및 장 대표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이처럼 불공정한 계약을 맺은 것에 대해 임씨는 "일단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에 과일을 납품하기 시작하면 그 이득이 매우 클 것이 예상되는 까닭에 불공정한 계약이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심사숙고하지 못했다"며 "대기업인 롯데그룹과 그 외손녀를 너무 믿은 것"이라며 자책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공금 빼돌려

자금 집행에 있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니게 된 '감사'직을 장혜선씨 및 장선윤 대표 측 사람으로 채운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임씨에 따르면 장씨 및 장 대표는 퇴임 이후에도 월급 명목으로 거액의 공금을 빼가고 자신들이 맡고 있는 또 다른 회사가 정리되자 남겨진 비품을 (주)푸르베 측에 비용 처리하는 등 횡포를 일삼았다.

2002년부터 롯데백화점 해외명품팀 팀장을 맡게 된 장 대표는 그 해 5월 장씨에게 대표이사를 넘기고 퇴임했음에도 2003년 6월까지 약 1년 1개월 동안 약 5,400만원 가량의 월급을 수령해갔다. 당시 장 대표는 (주)푸르베에서 어떠한 직책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임씨에 따르면 (주)푸르베 담당자가 당시 대표를 맡고 있었던 장씨에게 장 대표의 월급 수령에 대한 경위를 묻자 장씨는 "내 회사인데 그것도 마음대로 못하냐"며 도리어 타박했다.

부당한 월급을 수령한 것은 장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장씨는 (주)푸르베에 근무하지 않는 사람들을 회사 직원으로 등록, 월급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빼갔다. 검찰에 제출된 급여 인출 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2003년 4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장00, 최00, 최00 등 비근무자의 급여 명목으로 약 1억5,000만원이 인출됐다. 임씨는 "대표를 맡은 2003년 6월 이전의 자금 집행 내역은 (장씨 및 장 대표가) 넘겨주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고 그 이후에도 자금 집행의 모든 권한이 '감사'에 있어 관여할 수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또한 장씨는 2003년 6월 퇴임한 이후 자신이 경영하던 엠제이애드 계열사를 접으며 발생한 컴퓨터, 에어컨 등 비품과 차량 등을 (주)푸르베 측에 강매하기도 했다. 당시 대표였던 임씨와는 어떠한 상의도 없이 자신이 세운 '감사'의 권한을 빌어 (주)푸르베 통장에서 임의로 비용을 인출한 것이다. 이에 해당하는 비용만 해도 약 2,900만원 수준이었다. 임씨는 "여러 종류의 비품은 전혀 쓸 데가 없어 창고에 쌓아두었고 차량은 손해를 보고 매각해야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롯데마트 갑질로 결국 파산 후 도피

불공정 계약 때문에 자금 집행에 대한 권한조차 없었던 이름뿐인 대표였지만 임씨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롯데마트 및 롯데백화점에 제대로 납품이 시작되면 그간의 손해를 메꿀 수 있을 만큼 이익이 생길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임씨의 기대는 금세 사그라졌다. 대형마트 시장 후발주자로 수시로 가격행사를 진행했던 롯데마트의 횡포에 빚만 늘어난 것이다.

임씨에 따르면 한 달에 2~3주씩 가격행사를 진행했던 롯데마트는 행사 기간 동안 30~40% 할인된 가격으로 과일을 입고하도록 강요했다. 가격이 싼 만큼 납품물량은 평소의 5~10배로 늘어났고 이는 1주일에 5,000만원~1억원의 손실을 보는 구조로 이어졌다. 또한 (주)푸르베가 롯데마트에서 지급받아야 하는 과일대금에서 물류비(4.9%), 장려금(2%) 등이 공제, 피해가 확산됐다. 이 같은 내용은 임씨가 검찰에 제출한 각종 약정서에 여실히 담겨 있었다.

결국 (주)푸르베는 적자 손실로 2005년 12월 최종 부도 처리됐고 임씨 또한 해외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전횡이 한 중소상공인을 벼랑끝에 몰고간 셈이다. 현재 임씨는 관련 자료들을 검찰에 제출, 해당 사건이 서울북부지검에 배당된 상태다. 갑의 횡포에 대해 정치권ㆍ시민단체가 힘을 합세해 압박에 나선 상황이라 롯데그룹으로서도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구나 CJ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던 사정기관들의 다음 타깃으로 롯데그룹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 파장은 더욱 클 예정이다.

이에 롯데그룹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과거에 공정위에서 '혐의 없음'으로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이상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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