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영그룹, 오너일가 배 불리기 논란계열사 중 매출 100%가 내부거래로 발생한 곳도 서로 밀어주며 사세 키워정부가 재벌기업 일감 몰아주기 차단에 강한 의지… 국세청 과세 시작

서울시 중구 서소문동에 위치한 부영그룹 본사 전경. 주간한국 자료사진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정부가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이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회사의 지배주주와 친족들 가운데 신고 대상 추정자 1만명에게 안내문을 발송, 7월부터 과세를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초긴장 상태인 기업이 있다. 다름 아닌 부영그룹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음에도 불구 계속해서 내부거래율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일감 몰아주기로 과징금을 받은 전력이 있어 더욱 그렇다.

내부거래 증가율 57.6% 달해

최근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고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22개 그룹 8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내부거래 증가율은 57.6%에 달했다. 특히 건설 계열사인 신록개발의 내부거래는 증가율은 전년도 대비 271%로 조사 대상 중 가장 높았다.

부영그룹의 일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다른 계열사인 부영CNI(52.8%)와 광명토건(40.1%) 역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로 인해 이들 계열사 3곳은 내부거래 증가율 'TOP 10'에 드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당연히 부영그룹에 대한 비판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부영그룹도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그럼에도 이를 외면한 채 내부거래에 골몰한 까닭은 뭘까. 재계는 부영그룹이 오너일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아들에 부인과 동생, 동서까지

실제 이번에 문제가 된 신록개발은 의 장남인 성훈씨가 지분 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매출은 각각 33억7,500만원, 26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2년 매출은 99억4,000만원으로 큰폭 상승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매출 100%가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는 점이다. 2010년은 부영CC, 2011년과 2012년은 부영주택과 거래를 통해 매출을 올렸다.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 없이는 사실상 자생력이 전무한 상황이다.

또다른 계열사인 부영CNI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정보통신업체인 이 회사 역시 매출 100%가 계열사에서 나와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지경이다. 하지만 그룹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어 매출액이 2009년 9억원에서 2010년 12억원, 2011년 14억, 2012년 22억원 등 이 회사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다.

물론 매출이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주목할 점은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이 회사는 성훈씨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75%는 이 회장과 부인 나길순 여사가 각각 35%씩 가지고 있다.

물론 아들만 지원해 준 게 아니다. 부인과 동생, 동서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동영토건이다. 건설업체인 이 회사는 이 회장의 동서인 이영권씨가 24.58%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549억7,000만원 중 64.4%에 해당하는 353억9,000만원을 동광주택, 부영주택 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거뒀다. 전년도 내부거래율 30%에서 무려 34% 가량 늘어난 수치다.

부영엔터테인먼트도 문제의 회사로 지목되고 있다. 이 회사는 이 회장의 부인 나길순씨(48%)와 동생 이신근 동광종합토건 회장(12%) 등 오너일가가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건물용 기계장비설치 업체이던 이 회사는 지난해 미디어 관련 업체를 흡수합병했다.

이 회사는 2011년 총 매출 137억6,300만원 가운데 99.86%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사실상 모든 매출이 내부에서. 2009년과 2010년에도 내부거래율은 100%에 달했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합병 등의 원인으로 많은 매출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정부 제재에 큰 파장 예상

부영그룹의 내부거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를 넘는 계열사 수가 10개나 되는데, 이들 기업이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사세를 키워왔다. 부영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 이유다.

실제 부영그룹은 부당 내부거래로 공정위의 철퇴를 맞은 전력이 있다. 2004년 공정위는 부영, 부영파이낸스, 동광주택산업 등 부영그룹 3개 계열사가 197억원 상당의 부당지원을 해온 사실을 적발해총 3억4,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내부거래는 그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바람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당시에 오히려 내부거래를 증가시켰다. 이른바 '순위권' 재벌그룹에 비해 사회적인 시선에서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부영그룹의 이런 행태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재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차단에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을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고, 국세청은 과세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부영그룹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규제 법안과 세금 문제가 얽혀 있어 어떻게든 내부거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영그룹처럼 내부거래가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에겐 큰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