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마트의 '슈퍼갑' 행태 논란저렴한 가격 업자 부담 커 상향 세금계산서 요구해비자금ㆍ탈세 의심돼 24시간 편의점도 궁지동네슈퍼 퇴출 때까지 막무가내 할인행사 지속

광주광역시 일대에 50여 개 점포를 거느린 중견기업 영암마트. 주간한국 자료사진
프랜차이즈 마트(중형마트)인 영암마트를 운영하는 김성진 대표의 다른 이름은 '기부천사'다. 지역발전을 위해 각종 후원과 지역사회 환원 등을 아끼지 않아 붙은 별명이다. 그 결과 올해 초에는 광주 북구 구민상 지역경제부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에겐 또 다른 평가가 따른다. 상생은 뒷전, 소상공인들에게 횡포를 일삼는 '슈퍼갑(甲)'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납품거래처와 도매중개인, 소형마트 등 광주지역 유통가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다.

단가 후려치기 부지기수

영암마트는 광주광역시 일대에 50여개 점포를 거느린 중견기업이다. 영암마트의 전신은 김성진 대표가 1993년 광주 북구 용봉동에 8평 규모로 문을 연 '영암농산물야채직매장'이다. 조그만 골목가게가 십수년만에 수백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이 회사가 승승장구한 비결은 '저렴한 가격'이다. 대형마트보다 가격을 낮추자 소비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맨땅에서 중견기업을 일군 성공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영암마트의 '저렴한 가격' 으로 인해 광주지역 유통업계가 적잖은 피해를 보고 있다.

납품거래처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른바 '단가 후려치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영암마트는 특히 새점포 오픈세일을 준비하면서 납품처와 거래 없이 낮게 책정한 전단지를 배포한 뒤 그 이하의 가격을 강요하는 게 다반사로 알려졌다. 그마저도 결제금액 중 10% 정도를 삭감해 집행한다는 게 업자들의 설명이다.

상당히 불합리한 조건이지만 유통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납품을 할 수밖에 없다. 한 유통업자는 "영암마트가 '거래 중단'을 앞세워 압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만일 거래가 끊길 경우 영세한 납품업자들로선 생계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유통 업자는 "영암마트는 오픈행사의 경품비용을 납품처의 결제대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안을 거부하는 납품거래처에는 대금결제를 미루는 등 우회적인 압박이 가해진다고 덧붙였다.

영암마트는 납품처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상향된 세금계산서를 요구하는 일도 빈번했다. 800만원어치의 물건을 사들이고 1,000만원짜리 세금계산서를 받는 식이다. 비자금 조성 및 탈세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청과물 사재기해 중개인 피해

야채와 청과물 도매중개인들도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경매를 진행할 때 영암마트가 시세보다 웃돈을 주고 전량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서다. 야채와 청과물은 생산량이 한정돼 있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중간업자들은 일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야채와 청과물 독점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이어진다. 영암마트에서 야채나 청과물을 할인해서 판매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웃돈을 주고 매입해온 까닭에 기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세한 슈퍼마켓도 생계를 압박 받고 있다. 영세한 매장 인근에 새로 매장을 개장해 수개월간 할인행사를 진행해 소상공인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영암마트 주변에 슈퍼마켓이 생길 경우도 마찬가지다.

24시간 편의점도 궁지에 내몰렸다. 영암마트가 24시간을 운영하며 저렴한 가격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편의점으로선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광주지역에서 GS25나 세븐일레븐, CU 등을 운영하는 가맹점주의 시름은 날로 깊어가고 있다.

심지어 영암마트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영암마트'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2,700만~3,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낸다. 그리고 신규 오픈 이후 6개월간 가맹점주는 권한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영암마트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들은 오픈 행사 비용을 고스란히 떠맡게 된다. 차량이나 상품권 등 경품비용부터 각종 사은품 비용이 대부분 가맹점주 몫이다. 여기에 주류나 담배 등 일부를 제외한 전품목에 할인행사를 진행해 마진율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이로 인해 가맹점주는 수익은커녕 적자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규 점포를 위해 영암마트 본사는 각 마트에서 10만원씩을 '보험금' 명목으로 걷어 신규 점포에 지원하기도 한다. 손실 보전에 대한 부담마저도 다른 가맹점에 떠넘기는 셈이다.

신규 점포가 아니더라도 기존 마트 주변에 경쟁사가 생길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가맹점주의 권한이 영암마트 본사로 넘어가 타 마트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할인행사를 하는 것이다.

사정기관과의 유착 의혹

현재 광주지역 유통업계의 불만은 극에 달해있다. 유통업계에선 "영암마트의 횡포는 대기업보다 한술 더 뜬다", "영암마트 때문에 광주를 떠나고 싶다"는 등의 자조 섞인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4월엔 동네마트 주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고인은 2년여 전부터 광주지역에서 소형마트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마트로 인해 근근이 유지되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영암마트가 전횡에 가까운 경영을 하면서도 굳건히 영업을 해올 수 있던 배경은 뭘까. 광주지역 복수의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김 대표와 사정기관과의 유착을 의심한다. 뒤를 봐주는 세력 없이는 이런 식의 횡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한 유통업자는 "김 대표가 불만을 제기하는 유통업자들을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경찰과 검찰, 국세청 등에 연줄이 있다고 과시해 왔다"며 "영암마트가 막무가내식 운영 방식을 고수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