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사전적 의미로 '어떤 사람의 공업적 발명품에 대해 그 사람 또는 그 사람의 승계자에게 독점할 권리를 법적으로 부여하는 행정행위'를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수없이 특허청의 문을 넘나들고 있다. 이중에는 머지않은 미래에 히트상품, 첨단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아이디어 제품들은 물론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을 만큼 황당무계한 기술이나 상품화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아이템들도 다수 존재한다.

■ 여성운전자 위한 치한 퇴치 에어백
보조석에 난입하면 버튼 눌러 펑!

여성 운전자들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기부터 납치, 강도 등 강력범죄까지 그 양상도 다양하다. 지난 1996년 이런 현실을 예감한 듯 대우전자(현 동부대우전자)가 여성운전자들의 안전을 지켜줄 제품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름 하여 치한 퇴치 에어백. 명칭에서 어느 정도 감지되듯 이 아이템은 치한 퇴치 장치로 활용 가능한 조수석용 에어백이다. 범죄자들 대다수가 차량의 문이 잠기지 않은 틈을 타서 보조석에 뛰어들어 위협한다는 점, 그리고 에어백의 분출 압력이 무방비의 사람에게는 상해를 입힐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즉 범죄자가 난입했을 때 운전자는 핸들 부위에 마련된 버튼을 눌러 강제로 보조석 에어백을 터뜨릴 수 있다. 그러면 에어백의 공격을 받은 범죄자가 일시적 무방비 상태에 빠지게 돼 차량 밖으로 안전하게 탈출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게 대우 측의 설명이다.언뜻 이 아이템은 여성뿐만 아니라 범죄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모든 운전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하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어 보인다. 범죄자가 자신의 차량에 설치해 악용한다면 안전도구가 아닌 범죄도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지한 듯 대우전자는 소리 소문 없이 출원을 취하했다.

■ 음향부적
사주 입력하면 필요한 음향 송출

적은 과학적 시각에서 보면 실제적 효용성이 없는 주술적 도구지만 21세기에 이르러서도 개인적 믿음, 또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부적을 소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지난 2003년 IT 혁명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운세사이트 '해피앤굿'이 부적과 IT 기술을 접목한 신개념 부적 서비스를 특허 출원했다.'소리를 이용한 부적 서비스'로 명명된 이 아이템은 종이가 아닌 소리로 들려주는 온라인 부적이다. 제작과 보관이 불편한 종이 부적의 한계를 개선한 이른바 귀로 듣는 부적이라 할 수 있다. 이용자가 자신의 사주를 입력하면 음향오행에 의거해 어떤 기운이 부족한지를 파악, 해당 기운을 북돋을 음향을 송출하는 방식이다.음향은 크게 바람, 비, 파도와 같은 자연의 소리와 목탁, 음악 등의 인공 음으로 이뤄져 있는데 휴대폰 벨 소리나 통화 연결 음으로 활용하면 한층 내적인 기운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게 출원인의 설명이다.발상은 창의적이었지만 '해피앤굿'은 특허청의 심사 도중 출원을 철회했다. 유료서비스로서의 상용성이 낮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부적은 의약품처럼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심리 효과에 의존하는 물건이어서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음향으로는 종이 부적의 힘(?)을 따라잡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 배란일 진단 속옷
팬티에 특수 시약… 청결 포기해야

부부에게 있어 임신은 사랑의 결실이자 최고의 기쁨이다. 이를 위해 여성들은 가임기간 중 부부관계를 맺고자 전문의나 배란일 테스트기를 통해 정확한 배란일을 찾으려 애쓴다. 2005년 부산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여성들이 병원이나 약국을 찾는 불편함 없이 손쉽게 배란일과 임신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속옷을 개발, 실용신안을 출원했다.이 속옷은 팬티 내부에 소변 속 특정 호르몬에 반응하는 특수 시약을 처리한 1회용 패드가 내장돼 있다. 먼저 임신 진단에는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면 생성되는 융모성선자극호르몬(hCG), 배란일 진단은 hCG와 함께 난포의 에스트로겐에 반응하는 시약 패드가 쓰인다. 임신 테스트기나 배란일 테스트기와 동일한 진단 방식이다. 배란일 또는 임신 진단 패드를 삽입한 채 착용하면 저녁때쯤 진단결과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일견 효용성이 있어 보이지만 이 아이템은 상용화를 저해하는 치명적 한계가 하나있다. 착용자가 소변을 본 뒤 요도에 남아있는 잔뇨를 활용해 진단이 이뤄진다는 부분이다. 팬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청결은 일정부분 포기해야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인지 2006년 실용신안 등록이 이뤄졌지만 출원인의 등록료 불납으로 지금은 권리가 소멸된 상태다.

■ 익사 방지 수륙양용 텐트
바닥에 에어매트… 뒤집어지면?

여름이면 전국 방방곡곡의 계곡과 강변에는 형형색색의 텐트들이 펼쳐진다. 문제는 야영 중 갑작스런 폭우로 강물이 범람해 아까운 인명이 희생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 2004년 경기 안성의 조 모씨는 이런 수마의 기습에서 생명을 지켜줄 '수륙양용 텐트'라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 특허 획득에 도전했다.이 텐트의 특징은 바닥이 에어매트로 제작되어 있다는 점이다. 서랍 모양의 사각 에어매트 위에 텐트를 올려놓은 모습이라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물 위에 가라앉지 않고 떠오른다.출원인은 출원서에서 "이 텐트를 이용하면 수면 중 강물이 범람해도 익사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며 "평상시에는 지면에서 올라오는 냉기나 습기를 막아줘 보온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 텐트가 정말 예기치 못한 강물의 급습에서 사용자의 안전을 담보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잔잔한 물에서라면 그대로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범람한 강물, 즉 급류에서는 떠오르기 전에 뒤집어 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텐트를 믿고 단잠을 청하느니 차라리 구명조끼를 구비해 놓는 편이 더 안전해 보이기까지 한다.출원인 역시 상용화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는지 특허청의 등록 결정 후 3년간 권리를 유지하다가 특허료 납부를 멈춰 스스로 권리를 포기했다.

■ 하늘을 나는 자전거
비닐 날개?… 얼마나 밟아야 뜰까

영화 'ET'에서 주인공이 외계인인 ET를 자전거에 태우고 하늘을 나는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그런데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하늘을 나는 자전거의 개발이 가능하다면 믿을 수 있을까.지난 2008년 서울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자신이 그런 자전거를 만들 수 있다며 특허를 출원했다. 자전거에 방수처리 된 가벼운 직포, 또는 비닐로 만든 특수 날개를 부착함으로써 비행이 가능하도록 개조할 수 있다는 것.구체적 제작법은 이렇다. 먼저 자전거에 항공기와 유사한 주날개와 꼬리날개를 부착한다. 이후 앞쪽에 페달이나 배터리로 구동되는 소형 프로펠러를 추가한다. 이게 전부다.이제 자전거에 올라타 페달을 돌리면 하늘을 날 것이라는 게 출원인의 주장이다. 단지 자전거가 이륙하려면 상당한 속력이 필요하므로 이륙 시에는 자동차를 이용해 끌어당겨 줄 것을 권장한다.설명을 가만히 뜯어보면 초기버전의 인간동력항공기(HPA)를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전거형 HPA는 지금도 고도의 항공역학 기술과 첨단 신소재가 접목돼야만 잠시라도 뜰 수 있다. 이론만 안 다고 뚝딱뚝딱 만들어서 될 물건이 아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