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 롯데쇼핑 전격 세무조사롯데 실질적 지주회사… MB정부 최대 수혜 기업전방위 수사 소문 무성

제2롯데월드 조감도
박근혜 정부 들어 기업사정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세청 등이 롯데가에 대해 본격 사정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지난 16일 롯데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 여러 관측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의 조사가 시작되자 "롯데가 이명박 정부 시절 최대 수혜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도 여러 전망이 나돌고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전 정권 비리와 관련해 검찰 등 사정기관으로부터 전방위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롯데에 대한 여러 관측이 제기된 것은 지난 2월부터다. 검찰뿐 아니라 공정위와 국세청 등 사정기관 전반에 걸쳐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가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치권에서는 "사정기관에서 MB정권의 수혜 기업들에 칼을 겨누고 있다. 롯데에 대한 수사는 4대강과 더불어 본격 사정 대상"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롯데는 MB정부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꼽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타워 건설허가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조진수 한양대 교수가 2009년 2월 3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제2롯데월드 모형 건축물과 비행기를 이용, 사고 위험성 등을 지적하고 있다. 주간한국 자료사진
롯데그룹 수사 배경

서울지방국세청은 16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잠실 롯데마트와 롯데시네마, 왕십리 롯데슈퍼 본사에 조사4국 직원 150명가량을 투입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특별 세무조사와 정기 세무조사 둘 다 벌인다. 롯데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가 2009년 9월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번 조사가 정기세무조사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수개월 전부터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기관의 본격조사 임박설이 나돌았고, MB정권 최대 사업인 제 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의혹을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관측이 파다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가 검찰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롯데쇼핑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점에서 총수 일가를 겨냥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세청은 올 초 롯데그룹 계열사인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 약 20억원을 추징했다. 여기에 롯데 계열사를 또 다시 이어 조사하는 것이어서 이번 조사를 예사롭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에선 국세청 조사가 검찰수사로 이어질 경우 MB정권 비리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MB정부 때 잠실 제2롯데월드 인허가 비리 의혹을 비롯해 부산롯데타운 신축허가, 맥주사업 진출,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면세점 지분 인수, 경남 김해관광유통단지 추가 개발 등 특혜의혹이 제기된 사업도 적지 않다.

롯데가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사정기관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다. 검찰과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사정기관의 칼날이 롯데, 푸르밀, 농심 등을 겨누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여러 위기를 넘겨온 롯데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들린다. 청와대가 롯데 사정을 기획하고 하명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하다.

특히 제 2롯데월드 신축허가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매 정부에서 거부돼 왔던 사업이다. 롯데는 허가를 받기 위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상당한 로비와 설득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사적인 이유로 허가는 문턱에서 좌절됐다.

MB-롯데 제2롯데월드 특혜

이와 관련해 MB정부 때부터 정치권에서는 롯데 타워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나돌았다. 롯데타워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다음 정권에서 이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야권에서 나왔다.

2008년 10월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제2롯데월드 건설을 둘러싸고 "안보를 포기한 특혜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최인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수조원에 이를 수십만명의 건축제한으로 인한 재산피해와 서울공항 활주로 이전비 600~800억원을 국민에 떠넘기면서까지 제2롯데월드 건설을 허가해 주고자 하는 저의가 정경유착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따졌다.

최 의원은 "공군이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 협의에 안 나서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뒤늦게 협의에 나선 뒤 허용 명분이 필요하니까 활주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며 "서울시는 공군과의 협의만 끝나면 건축위원회를 열어 건축허가를 내 줄 계획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는 애초부터 중앙정부 결정에 따른다고 밝혔다"며 "행정협의 조정을 통해서 국토해양부와 국방부가 방침을 정하면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제2롯데월드는 논란이 됐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재벌에게 제2롯데월드 건립을 허용해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불감증이 불러일으킨 안보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서종표 의원도 "세 차례 정부가 교체되는 14년 동안 국가 영공 방위를 위해 금지됐던 것을 이명박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긍정적 재검토를 표명한 것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이 나온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잠실 신천동에 짓고 있는 제 2롯데월드는 세계 최고층 높이인 123층으로 첨탑포함 555미터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군을 비롯해 재계에서는 이 건물 신축 사업은 정치 경제 안보 등 여러 면에서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한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지난 정부의 핵심 비리 의혹 가운데 하나로 롯데월드 제2 타워를 꼽고 있다. 현실적으로 허가를 내 줄 수 없는데도 허가가 났다는 게 그 이유다. 2011년 11월 경에는 제2롯데월드 신축 반대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소송은 원고측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7명이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가를 취소해달라"며 송파구청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사항 변경허가처분 취소소송을 지난 4월경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낼 때는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이익이 있어야 한다"며 "김씨 등이 침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은 공익보호의 결과를 국민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이고 간접적인 이익이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낼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또 "김씨 등의 주소는 인천과 부산 등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롯데건설이 송파구에 건설 중인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에 대해 "성남전술항공기지에 진출입하는 전술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주고, 건물과 전술항공기가 충돌할 위험이 있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2011년 중반경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소송의 결과는 김씨 등이 신축 건물과 관련된 직접 당사자이거나 직접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의 이유가 없다는 취지에서 내려진 판단이다. 따라서 직접 관계된 원고가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대의 이유와 허가의 이유

국방부는 당초 제 2 롯데월드 건설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MB정부의 강력한 압박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특히 공군은 강한 반발을 했으나 권력의 힘에 눌리고 말았다. 공군이 결사반대한 이유는 성남비행장 때문이다.

성남비행장은 김포비행장과 함께 북한으로 향하는 서부전선 최북단에 위치한 비행장이다. 또 유사시 대통령, 정부요인 탈출을 비롯해 서부지역 항공교통을 유지하는데 중추적인 시설이므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MB정부는 허가를 내 주면서 활주로 구조를 조금 바꾸면 별 문제는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활주로를 약간 옆으로 비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은 이 주장에 대해서도 어림없는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활주로를 3도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안전 확보가 어렵다. 기상악화를 비롯한 돌발 상황에서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주변 어느 정도 영역은 고도제한이 불가피하다. 높이가 555m 나 되는 거대한 마천루가 비행장 진입로상에 세워진다면 비행장 이용에 큰 지장과 위험이 발생한다.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높이를 200미터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2 롯데월드가 생김으로써 발생되는 문제는 크게 성남비행장이 갖는 전략적 측면, 그리고 이용에 있어서 생기는 직접적인 기능적 측면 둘로 나눠볼 수 있다.

MB정부 실세들을 비롯해 찬성론자들은 타워건설로 비행이 아예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들었다. 말하자면 고도제한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연방항공청의 경고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당시 한국 건교부(현 국토부) 항공안전본부는 제2 롯데 초고층 신축 허용 가능성 검토를 위해 항공 선진국인 미국연방항공청(AFS-420 소속) 항공 안전 특별 전문가 3명을 초빙했다. 이들은 2003년 10월23일 한국 군용기에 탑승해 성남공항 ㅅ자형 활주로 중 주 활주로(서편)를 이륙해 제2 롯데월드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같은 활주로로 착륙하는 절차(ILS RWY20)를 밟았다.

성남공군비행장 서편 활주로를 통해 비행 실험한 미국연방항공청은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연방항공청 전문가들의 현지 실사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성남공항 서편 주 활주로를 북쪽 방향에서 남쪽으로 착륙하는 군용기의 비정밀 접근(VOR/DME RWY 20) 과정에서 최종 접근 코스는 건축 예정인 제2 롯데월드 빌딩을 포함하게 된다. 활주로에서부터 호텔까지 짧은 거리는 착륙 때 현재의 '최저 강하고도'까지 강하를 허용하기 위한 단계 강하 픽스(Step Down Fix)의 설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차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초고층 호텔이 착륙 시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항공기 접근 각도를 현행보다 5도 가량 틀어야 한다."

이 대목은 국방부가 내놓은 '(서편 활주로는 그대로 두고) 동편 활주로 3도 변경으로 충분히 안전하다'는 주장이 권력자들과 기업의 '위험한 장난'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전문 기술진은 항공기가 이륙할 때 장애물 회피 구역을 벗어나 비교적 안전하다는 서편 활주로에 대해서조차 착륙 각도를 변경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편 활주로(190도)는 서편 주 활주로(200도)보다 10도나 제2롯데 초고층 방향으로 기울어 있으니 그 위험성이 훨씬 높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국방부는 '서편 주 활주로는 현재 상태로 그냥 두고 동편 보조 활주로만 3도 가량 손대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국방부는 별다른 전문 기관 조사나 항공 안전 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서편 활주로는 그냥 둔 채, 현재 각도 190도인 동편 활주로를 3도 틀어 193도로 바꾸면 제2 롯데월드를 신축하더라도 다른 계기 장비를 보강하므로 성남공항의 비행 안전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20년 가까이 국방부가 제 2 롯데월드 신축을 반대해온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군이 권력의 눈치를 본 것에 다름 아니다. 이에 일부에서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국가 안보를 포기한 당시 국방부 관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윤지환기자 jj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