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아들 용인 땅, 끊이지 않는 논란투자자 분쟁으로 사업 부진… 건설사에 토지 매각 후 잔금 담보 위해 수익권용인 땅 새 주인 '돈방석'… 관할 당국 "법적 문제 없어"

전두환 일가의 소유권이 설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른 바 있는 경기도 용인 수지구의 땅. 지난해 9월 한 건설업체가 매입, 현재 물류센터와 오피스텔 건설이 예정돼 있다. 사진은 건설 예정인 오피스텔의 조감도. 주간한국 자료사진
의 세금 환수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전 전 대통령의 차남인 재용씨다. 그가 '전두환 비자금'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재용씨가 주목을 받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 있다. 6,500평 규모의 용인 땅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재용씨를 비롯한 전두환일가의 소유권이 설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른 바 있는 지역이다.

이 땅에 얽힌 논란이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 물류집배송단지 개발 사업과 관련해 민간투자자들의 각종 소유권 분쟁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다. 특히 해묵은 분쟁이 최근까지도 이어지면서 해당 부지는 용인지역의 '애물단지'로 취급 받기도 했다.

논란은 지난해 9월 문제의 부지가 새 주인을 만나며 종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다. 25년간 지지부진해 온 물류집배송단지 사업이 주인이 바뀐 직후 기다렸다는 듯이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물류단지 25년간 지지부진

전두환 전 대통령
문제의 땅은 경기도 용인 동천구 수지동에 자리한 2만1,540㎡(6,500여평)다. 이곳은 물류집배송단지 중 일부로 1990년대 초반부터 산업통상자원부로 이름을 바꾼 지식경제부의 전신 상공자원부가 이곳에 개발을 추진해왔다.

그 직후 문제가 불거졌다. 민간의 투자가 이뤄지면서다. 투자자들의 소유권 분쟁이 이어지면서 개발사업이 착수되기도 전에 몸살을 앓기 시작한 것이다. 이 때문에 문제의 부지는 최근까지도 나대지 상태로 방치돼 왔다.

해당 부지는 물류집배송단지 사업을 추진했던 대한물류센터가 소유해 오다 2002년 건설업자 박모씨가 운영하는 늘푸른오스카빌에 매각됐다. 이후 늘푸른오스카빌은 이 토지를 물류집배송단지로 개발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다. 관할 당국으로부터 끝내 승인을 받아내지 못해서다.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에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사이 늘푸른오스카빌의 사세는 기울었고 2008년 결국 워크아웃 대상이 되고 말았다.

전두환 일가 수익권 설정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
이 땅에 의 차남 재용씨의 수익권이 설정된 것도 이 무렵이다. 이곳에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자 재용씨 외삼촌인 이창석씨의 수익권도 함께 설정돼 있었다. 두 사람의 수익권은 각각 840억원과 130억원 규모였다.

그렇다면 전두환일가가 해당 부지에 수익권을 설정하게 된 배경은 뭘까. 이는 늘푸른오스카빌과의 또 다른 땅 거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후반부터 경기도 오산 소재의 땅 약 40만평을 단계적으로 매입해 왔다. 당시 이 오산 땅의 소유자가 이씨였다.

늘푸른오스카빌은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일부 계약금만 지불했다. 잔금은 오산 땅을 개발한 근린시설 상가부지 2,000여평을 환지해 갚기로 했다. 하지만 택지개발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잔금 확보가 어려워지자 회사 소유의 용인 땅에 이씨의 수익권을 설정해준 것이다.

재용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재용씨는 2006년 이씨로부터 시가 400억원 상당의 오산 땅 일부를 28억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이를 다시 2008년 늘푸른오스카빌에 400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는 계약금 60억원을 받았고, 잔금 340억원을 담보하기 위해 용인 땅에 수익권을 설정했다.

늘푸름오스카빌이 주저앉은 이후 2011년 재용씨는 이 땅을 KT&G에 넘기려 했다. 그러나 거래는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박씨와의 분쟁 때문이었다. 재용씨는 용인 땅 일부를 무단점유한 박씨와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
실제, 재용씨는 용역을 동원해 박씨가 설치한 가건물을 철거했다. 이에 맞서 박씨도 건물을 재건하고 고소하는 등 팽팽히 맞섰다. 특히 박씨는 전재용 씨가 토지를 매입한 자금의 출처를 폭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땅은 새 주인을 만난다. 지난해 9월 건설업체 동천유타워는 이 부지를 488억6,000만원에 매입했다. 평당 75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이 땅의 시세는 1,000만원을 호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땅에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동원됐다는 소문이 돌자 급하게 싸게 팔아치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이와 함께 매각을 통해 299억원을 받은 재용씨가 입막음을 위해 박씨에게 20억원을 건넸다는 말도 함께 나왔다.

주인 바뀌자 사업 급물살

이 부지에 얽힌 수많은 논란은 지난해 9월 한 건설회사에 넘어가면서 종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개발에 난항을 겪던 이 물류창고용 부지의 사업승인이 매매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경기도는 당시 지경부에 공동집배송센터 지정을 요청했다. 이에 지경부는 고시(제 2012-285호)에 의해 공동집배송센터로 지정했고, 용인시는 지난 1월과 3월 건축허가를 승인했다.

해당 부지에는 오피스텔과 물류창고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회사는 돈방석에 앉게 됐다. 당장 승인 직후 한 유통회사가 8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여기에 물류창고가 들어설 경우 경제효과도 막대하다. 해당지역이 물류의 요충지인 때문에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2016년 입주를 목표로 주상복합형 오피스텔 건립도 추진 중이다. 지하 7층부터 지상 24·29층 2개동, 연면적 21만6,839㎡ 규모다. 이 회사는 현재 오피스텔의 분양을 시작한 상황이다.

25년을 끌어온 사업이 인수 직후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뤄진 점에 업계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뒷배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오피스텔 건설을 주 사업목적으로 하는 이 회사가 오피스텔을 건설이 불가능한 물류부지를 매입한 사실은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 배경으로 지역 관가와 건설업계는 A사를 공통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경기도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 회사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실직적 사주가 정치권 인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지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해당부지에 대한 공동집배송단지 지정 요청이 한건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에 경기도에서 동천유타워로부터 공동집배송센터 지정을 신청받아 검토해 신청을 받아 승인을 내준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문제의 회사가 입김을 불었다는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 없다"며 "해당 부지는 공동집배송단지로 지정된 땅으로 모든 법적인 검토를 마쳐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동아유타워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재용-이창석-박모씨는 어떤 관계?
이씨, 아끼는 조카 재용씨에 박씨 소개

의 차남 재용씨와 처남 이창석씨, 늘푸름오스카빌의 박모씨는 어떤 인물이며, 서로 무슨 관계를 맺고 있을까.

먼저 전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씨의 남동생 이씨는 전 일가의 이익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인물이다. 일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소방수 노릇을 자처하기도 했다.

이씨는 2003년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전씨의 연희동 자택 별채를 낙찰받았다. 낙찰가는 당시 감정가의 2배가 넘는 16억4,800만 원. 이씨는 자택 별채를 고스란히 매형에게 되돌려 줬다.

2006년에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임야 2만6,000㎡를 전씨의 딸 효선씨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이 임야는 이순자 씨가 오래전부터 가등기로 소유하고 있다가 1984년 이씨에게 넘긴 땅이었다.

같은해 재용씨에게 자신의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46만㎡의 땅을 공시지가의 10분의 1도 안 되는 28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재용씨가 증여세를 빼돌렸다가 세무서에서 100억 원이 넘는 세금폭탄을 맞고 자금난에 허덕이자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996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친 수사에서 이씨를 '전두환 비자금'을 관리한 핵심 인물로 봤다. 전씨의 비자금 일부를 세탁해 다시 전씨 일가에게 건네는 '세탁업자'로 보고 수사했지만 결정적인 연결고리를 찾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재용씨는 그런 이씨가 조카들 중 특히 아꼈던 인물이다. 이들의 관계는 이미 1990년대부터 얽히고설켰다. 1994년 수산물 수입·가공업체인 삼원유통을 비롯해 지금까지 두 사람이 함께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회사는 외부에 알려진 것만 5개다.

현재 재용씨와 이씨는 각각 삼원코리아와 에스더블유디씨(SWDC)의 대표이사로 등록돼 있다. 이들 회사 모두 재용씨와 이씨의 이름을 이사직에 올린 것 뿐 아니라 70㎡ 남짓의 좁은 사무실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늘푸름오스카빌의 박모씨는 이씨와 십수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재용씨는 이씨의 소개로 박씨를 알게 됐다. 동갑내기인 재용씨와 박씨는 이후 가깝게 지내왔다. 그러나 용인 땅을 두고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이들의 사이는 멀어졌다.

박씨는 각종 소송에 얽혀 중국에서 입국을 미루다 지난 5월 돌아온 직후 미납추징금 환수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박씨가 재용씨와 가장 큰 거래를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송응철기자 sec@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