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라운드 접어든 태양광 산업, 해법은?대규모 발전사업 위주 수요 증가 가격 위주의 경쟁저가격 바탕으로 기술과 신뢰성 브랜드만 생존자원 고갈, 환경 보호 등 인류 생존의 문제장기적으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

태양광 산업에 대한 기대치가 점차 올라가고 있다. 2011년 이후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던 태양광 관련 제품의 가격이 올해들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오랜 불황에 시달리던 태양광 산업의 재도약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지만 앞으로의 태양광 산업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될 전망이다.

이에 양성진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양광 산업 2라운드 기업의 전략'보고서(이하 보고서)를 통해 향후 태양광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업들은 저가격, 브랜드 구축, 다운스트림 분야로의 확장, 수요창출형 신기술 등의 요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좋은 시절 다 지나가

2009년 이후 4년 가까운 불황을 겪으면서 태양광 산업 환경은 상당부분 변해왔다. 각국 정부의 에너지 안보, 환경 보호 등 국가적 당위성에서 시작된 정책적 지원이 더 이상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보조금으로 시장을 키운 독일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재정 위기로 보조금 규모를 축소하거나 지급을 중지했고 저리 대출, 세제 혜택 등 관련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으로 태양광 산업을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했던 중국마저도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여 생긴 기업들의 부실 부채 때문에 손을 들었다. 다시 말해 정책적 지원을 통해 시장과 기업이 성장하던 시기는 완전히 끝난 셈이다.

그 동안은 화력, 원자력, 풍력 등 여타 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태양광 산업임에도 각국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일정 규모의 수익을 보전할 수 있었다. 덕분에 2008년까지만해도 태양광 기업들은 고수익을 영위할 수 있었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내기도 하였고, 셀/모듈 기업도 2~30% 수준의 이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급과잉이 심화되면서 업황 악화가 이어졌고 폴리실리콘은 예전의 1/20 수준으로, 셀/모듈은 1/5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구조조정 및 수요 확대로 공급 과잉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파격적인 정책적 지원이 담보되지 않으면 '돈 잘 버는 사업'이 되기란 요원해진 것이다.

구조 자체가 문제

그렇다면 태양광 산업의 시황이 회복되면 다시 예전처럼 변화될 수 있을까. 양성진 연구원은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했다. 태양광 산업이 침체를 겪었던 시기에 이루어진 구조적 변화들이 기업의 수익성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의 재기를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구조적 변화로는 기술의 범용화로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부분 하락한 것을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태양광 산업은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았다. 이 때문에 당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의 샤프와 교세라, 독일의 큐셀 등이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들이 새롭게 산업에 진입하며 단기간 내 기술 격차를 줄이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턴키 설비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여 자본만 있으면 쉽게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처럼 공급 과잉이 심화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은 태양광 사업 성공의 최우선 조건이 됐고 기업들은 좀더 싼 제품을 내놓기 위해 수직계열화, 규모의 경제 등을 지향하고 심지어 출혈 경쟁도 감수했다.

새로운 기술 도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퍼스트솔라는 박막 태양광 셀로 승부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급락하는 폴리실리콘 가격에 박막 태양광 셀은 경쟁력을 잃어갔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느린 태양광 산업의 특성상 기술 혁신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여력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태양광 셀 기술은 범용화 됐다.

발전사업이 확대된 것도 태양광 산업에서는 악재로 작용했다. 태양광 산업에서 발전사업은 시장을 키우기에 더 없이 좋은 수요처이기는 하나 기업 입장에서는 협상력이 약화돼 저수익 구조가 심화될 수 있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양 연구원에 따르면 태양광 시장은 주택용에서 발전용으로 중심이동을 하고 있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택용에서 중국, 미국, 인도 등 거대한 국토를 가진 나라들을 중심으로 한 발전소용으로 시장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발전사업 위주의 수요 증가는 효율보다는 가격 위주의 경쟁을 부추겼다. 사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발전사업자, 건설업자, 개발사업자 등 이해관계자도 늘어난 데다 모두에게 일정 수준의 이익이 보장돼야 하기 대문에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향후에도 발전소를 중심으로 태양광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고수익 구조로의 전환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2라운드 전략은 무엇?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성장하던 1라운드가 끝나고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사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적응하고 있다.

우선 저가격을 바탕으로 기술과 신뢰성을 겸비한 브랜드만 생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조금 수혜를 위한 설치가 대부분이었던 1라운드에서는 제품의 생산부터 발전사업까지 초기 비용 절감에만 집중했다면 이제 기술력과 신뢰성, 사용 기간 내 비용 절감 등을 보장할 수 있는 브랜드 인지도 확보가 필수적인 경쟁 요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태양광 산업 2라운드에 접어들며 다운스트림 분야로의 사업 확장도 각광을 받고 있다. 원료 수급의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폴리실리콘, 웨이퍼 등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업스트림 분야로의 사업 확장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는 달리 사업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으면서도 스스로 수요처를 개발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운스트림 분야로의 확장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수요창출형 신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태양광 산업 내 기술 혁신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기술 개발은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기술이 범용화된 만큼 신기술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당분간 개발될 신기술들이 발전 등 기존의 수요시장에서 결정질 실리콘 기술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타겟 시장을 염두에 둔 실질적 기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원 고갈, 환경 보호 등 인류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위성 때문에 태양광 산업은 장기적으로는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태양광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로 고통을 겪고는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전략을 바꿨고 이러한 노력들은 사업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양성진 연구원은 "태양광 기업들이 과거의 성공 체험에서 벗어나 변화된 사업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게임 룰에 적응하지 않는다면 재도약을 하는 태양광 산업 내에서 승자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준기자 realpeac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