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군 등 실질 장악… 김정은 뒤에서 수렴청정남북 정상회담 대신 대표자 회담 개최 유력해

박근혜 대통령
의 북한 상대는 누구일까?

직위만 놓고 보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격이다. 김정은 위원장을 3대 세습으로 보는 북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북한의 속사정을 제대로 아는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상대를 굳이 꼽는다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든다. 북한에서의 '파워'를 고려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 권력자로 장성택 부위원장마저 수족처럼 부리고 3대 세습의 힘으로 북한을 통치한다고 하지만 북한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이 최고 권력자라는 것은 형식적인 서열일 뿐 실제 권력은 거의 없다. 3대 세습은 더더욱 아니다.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생전에 "3대 세습은 없다"고 강조했고, 실제 김정일 위원장이 요직에 앉힌 군 수뇌부는 장성택 부위원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라지거나 자리 이동을 했다. 지난해 7월 리영호 총참모장이 장성택 사람인 현영철 총참모장으로 교체됐고, 김영춘ㆍ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조용히 물러났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아끼던 김격식은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을 오가는 알 수 없는 인사의 대상이 됐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3대 세습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장성택 부위원장은 2005년부터 군과 내각, 외교, 대남 라인 등에 자기 사람들을 심어 왔고 현재는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북한 군과 경찰, 보위부 등의 수장은 대부분 '장성택 사람들'이다. 최용해 정치총국장을 비롯해 장정남 신임 인민무력부장, 박봉주 총리, 이명수 인민보안부장(한국 경찰청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북한 권력의 중심이 군(軍)에서 당(黨)으로 옮겨 갔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시 가장 먼저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그의 남편인 장성택 부위원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위원장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옹립하고 뒤에서 수렴청정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렇다고 장 부위원장이 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 엄연한 직위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박 대통령 상대로 '격(格)'이 맞지 않다. 여러 면에서 박 대통령에 미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남북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박 대통령 재임 중 남북정상회담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신 남북 대표자 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표자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적합해 보인다.

현재 북한은 장성택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있다. 개정 헌법에 따라 장 부위원장이 북한의 대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장 부위원장이 북한의 대표로 남한의 정상인 을 만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남북 정상회담은 아니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