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재건사업 빨간불… 돌파구 못찾는 태양광산업비상위 '조직 추스르기' 장남 큐셀서 태양광 육성

한화그룹에 김승연 회장의 빈자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16일 김 회장의 법정 구속 이후 한화는 계열사 사장단을 중심으로 공백 메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곧바로 성사될 듯했던 이라크 재건사업이 위태한 모습을 보이는 등 총수 부재의 한계가 속속 노출되는 상황이다.

각종 사업 전망 불투명

최근 한화의 한 관계자는 "오는 16일로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된 지 1년이나 된다"면서 "이로 인해 그룹의 핵심사업들이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경영 공백이 더 이상 길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장기간의 회장 부재로 한화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던 핵심사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구속되기 전 한화가 80억달러의 대규모 수주를 올렸던 이라크 재건사업의 경우 추가 수주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해 7월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김 회장에게 직접 발전 및 정유시설, 학교, 병원, 군 시설 현대화, 태양광 사업 등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사업을 요청한 바 있지만 이후 김 회장의 구속으로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과 터키ㆍ인도 유럽 등 경쟁국들이 이라크 재건 사업 추가 수주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한화의 선점효과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태양광사업 역시 해외 정부와의 협상력 약화로 돌파구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양광사업의 경우 정부의 보조금이 현지 시장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업자와 해당 국가 정부와의 협상이 큰 역할을 차지하기 마련인데 한화 역시 전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도 협상을 주도할 그룹의 리더가 없어 사업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의 고민도 이 지점에 있다. 김 회장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자칫 '경영방향 상실 및 사업답보→사내 임직원 사기 및 의욕 저하→중장기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의 현안 1순위는 김 회장의 복귀일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김 회장의 복귀 이전에 회사가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도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백 메우기 총력전

이에 따라 한화 측에서도 김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한화는 지난 4월 김연배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출범했다. 김 회장 구속 이후 9개월 만이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이 나서고 있다. 김 실장은 김 회장의 구속집행 정지 연장이 결정되기 직전인 지난달 말 한화솔라원 경영기획실장에서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자연스레 근무지도 유럽으로 바뀌었다. 회장이 구속집행 정지와 투병을 이어가는 와중에 아들이 유럽행을 택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화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 회장의 검찰 수사로 더욱 분위기가 엄정했던 2011~2012년에도 김 실장은 한화솔라원 사업장이 있는 베이징에 머물렀다"며 "한화 솔라원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더욱 관심이 필요한 한화큐셀에서 일하며 태양광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경영진도 사내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고위 임원들이 잇따라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행보에 나서고 있는 상태다.

총수 부재로 인한 한계

하지만 총수 부재로 인한 한계는 여전하다. 대외 협상력 저하와 투자, 인수합병(M&A) 결정 등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태양광 사업도 올해 2ㆍ4분기 모듈 출하량 등이 두자릿수 이상 늘고 있지만 김 회장의 마지막 M&A였던 큐셀 인수 이후로 굵직한 의사 결정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비상경영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사업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지만 최소한의 수준일 뿐"이라며 "사업 육성이나 성장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종배기자 ljb@sed.co.kr